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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산 落傷과 病床 斷想

신민형 | 기사입력 2023/03/02 [17:51]
종교 넘어선 사랑만 남고, 기쁨과 고통 모두 다 지나가리니...

광교산 落傷과 病床 斷想

종교 넘어선 사랑만 남고, 기쁨과 고통 모두 다 지나가리니...

신민형 | 입력 : 2023/03/02 [17:51]

 

▲ 눈내린 겨울은 병상서 훌쩍 지나가고 3월 들어서자 마자 핀 제라늄 꽃  © CRS NEWS

 

계묘년 설날을 앞둔 세밑에 광교산 형제봉서 낙상을 했다. 왼쪽발 복숭아 뼈와 종아리 뼈 골절로 인해 설 연휴부터 한겨울을 병상서 보낸다. 옴짝달짝 못한 세달 동안 온갖 좋고 나쁜 생각들이 교차하며 변덕스런 마음을 흔들었다. 그러나 일관되게 나를 점령한 생각은 모두 다 지나가리니..,’ 였다.

 

발목이 접지른 줄만 알고 2시간여 다리를 질질 끌며 하산하면서 아내가 대기한 문암골 까지가면 이 아픔도 끝이다라고 생각했다. 아주대병원 응급실서 대기하면서는 이제 부목 대고 집으로 가면 된다4-5시간의 지루함을 견뎠다. 급한 수술을 해야한다며 수원 골절전문병원으로 갈때도 곧 수술만 기다리면 될 줄 알았다. 당뇨로 인한 칼륨 수치가 높아 수술이 연기되자 통증과 초조함이 심해졌으나 이 또한 지나가면 되겠지했다. 

 

▲ 응급실 입원, 수술, 옴짝달짝 못하는 깁스 생활이 언젠가 싶게 다 지나갔다.  © CRS NEWS

 

입원한지 닷새만에 칼륨 수치와 심전도 검사가 정상이 되어 수술실로 옮겨질 때부터 성공적 수술 후 병실도 돌아와 아내와 이야기를 나눌 때까지도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고통스러움, 슬픔, 아쉬움, 즐거움, 감사함 등이 교차되었고 이 또한 모두 없었던 듯 지나갔다.

 

수술 후 울며 법석떠는 손주들 동영상과 아들 딸 며느리 사위의 수백건 메지지를 보며 내가 쓴 가족카톡방 메시지 속에서 그러한 내 마음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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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고맙다.

수술에 들어가기 전, 나는 너희들 느끼기에 끔찍한 생각도 했다. 

 

난 여한없이 없이 누리며 잘 살았다. 몇 년 더 살자고 힘든 수술하고 수개월 고통해야 하냐는 생각 등으로 수술 중 영면에 들어도 좋다는 생각까지 했지 ㅎㅎ

수술 직전 엄마가 내 머리맡서 기도를 하신다고 했을 때 이런 내 생각과 주문이 당연히 배제될거 같아 거절했다, ㅋㅋ 

 

물론 말하는 기도보다 정성의 마음이 결국 이심전심된다는 내 믿음도 있었지.

 

그런데 이렇게 수술이 잘된 거 같으니까 재탄생하는 느낌이네. 하루하루를 일년같이 보람차고 즐겁게 보내야겠다.

까짓거 내 생각만 말고 엄마 편하게 자기가 원하는대로 기도하시게 해야했다는 후회도 되고...

앵 하고 때어나 휙하고 지나 억 하고 죽는다는 인생에서 미망 같은 아집 내려놓고 모든 믿음을 이해, 공감하며 살아야 영생이란 것보다 더 값어치 있고 보람있는 삶도 될 거다.

 

엄마와 너희들에 고마운 마음에 엄마와 너희들이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여생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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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 병상을 지켜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은 애들도 보는 메시지라 표현 안했지만 언젠가는 이야기 해주고 싶어 이 글에서나마 설명하고 싶다. 내가 항상 강조했던 것이라 아내도 이해하리라 믿기 때문이다.

 

나는 외할머니가 내 어린 시절 정성스레 고사(告祀) 드리시던 모습을 분명하게 기억한다. 정화수 떠놓고 집안의 풍요와 행운을 기원하며 읖조리던 입모양새와 소지(燒紙)를 날리시던 온화한 표정이 항상 기분좋게 떠오른다.

 

마찬가지로 나는 아내가 주일 아침 교회에 가는 편한 발걸음을 즐겁게 바라본다. 애들이 오거나 경조사에 참석할 때는 성경을 펼쳐놓고 인터넷 설교를 청취하는 여유있고 경건한 자세도 내 마음을 편하게 해서 좋다.

 

나는 아내가 교회와 설교에 열심이라고 미망 미혹에 빠졌다고 보지 않는다. 이러한 내 생각은 할머니한테도 마찬가지다. 그들 믿음과 정성을 내가 갖고 있지 않지만 두사람 모두의 정성과 믿음을 존중한다. 두 사람은 나에게 모든 종교에서의 천사와 같은 존재다.

 

이란의 수피즘(이슬람교 일파)의 교의 ·역사 ·전통을 노래한 시인 루미(12071273)는 이렇게 노래했다. “모든 종교에는 사랑이 있지만 사랑에는 종교가 없다(In every religion there is love, yet love has no religion)”

 

나는 할머니와 아내가 종교를 넘어선 사랑을 실천하는 천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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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할 때만 해도 다시는 형제봉에 안오를 거라 했지만 낙상 직전 찍었던 사진들을 보니 다시 상쾌한 산행이 기다려진다. 모든 생각과 현상은 반복하며 지나간다.  © CRS NEWS

 

2주 수술입원 후 퇴원한지 한달이 훌쩍 넘어 3월이다. 언제 깁스를 풀까 암담했는데 다 지나가고 일주일후엔 깁스에서 해방된다. 통증만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는데 쥐꼬리 만큼씩 해소되더니 언제인가 싶게 말짱해졌다.

 

기나긴 겨울이 언제 지나갈까 싶었는데 3월이 왔고 언제나 필까 싶던 창가의 제라늄꽃이 활짝 피웠다.

 

그러나 꽃은 다시 지고 겨울은 다시 온다. 기쁨과 즐거움은 영원하지 않고, 고통과 괴로움도 영원하지 않아 다 지나가기 마련이다. 내가 수술할 때만 해도 다시는 형제봉에 안오를 거라 했지만 이제 다시 상쾌한 산행이 기다려진다. 모든 생각과 현상이 반복하며 지나간다.

 

어느날 모든 희노애락 다 지나갈 죽음도 맞이한다. 그러나 그 두렵고 힘들 거 같은 죽음의 순간도 지나간다. 그리고 지나간 죽음은 잠처럼 평온할 것이다.

 

다만 할머니와 아내의 종교를 초월한 사랑의 DNA는 내 아들 딸 손자 며느리 손주들을 비롯 주변사람들의 각자 다른 종교과 신념에도 불구하고 우주의 끝까지 남아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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