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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끼고 중국 중재로 수니파 사우디와 시아파 이란의 국교 회복

이인덕 기자 | 기사입력 2023/03/13 [14:33]
시진핑 3연임 확정후 베이징서 합의...“미국 외교의 실패”

미국 제끼고 중국 중재로 수니파 사우디와 시아파 이란의 국교 회복

시진핑 3연임 확정후 베이징서 합의...“미국 외교의 실패”

이인덕 기자 | 입력 : 2023/03/13 [14:33]

▲ 중국 베이징에서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왼쪽부터)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이 손을 잡고 찍은 사진이 실린 11일자(현지 시각) 이란 현지 신문 1면. 로이터 연합뉴스

 

시리아·예멘 內戰도 봉합 가능성...중동 국가들 지역 정세 안정 기여 

 

중동의 오랜 앙숙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중국 베이징에서 공식 화해와 함께 외교 관계를 재개하면서 중국의 '국제무대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사우디와, 미국의 제재를 받는 이란은 지난 10일 베이징에서 회담을 갖고 단절된 외교 관계를 7년 만에 되살리기로 합의했다.

 

이에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의 본산 이란 등 두 나라가 7년간의 갈등을 접도록 만든 '최종 중재자' 역할을 한 중국의 '국제무대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미국의 대()중동 영향력이 줄어드는 사이, 중국이 재빠르게 그 공백을 채우며 치고 들어간 것이다.

 

중국 중재로 이루어진 두나라의 합의는 지난 6~10일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 사우디의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국가안보보좌관,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이 참여해 이뤄졌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중국, 사우디, 이란 3국이 외교 방식으로 (사우디와 이란의) 분쟁을 해결하기로 합의했고, 사우디와 이란은 외교 관계를 회복하기로 동의했다고 했다.

 

중동 국가들은 사우디·이란의 관계 정상화가 지역 정세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며 일제히 환영했다. 사우디·이란 단교 이후 이란과 거리를 뒀던 아랍에미리트(UAE)의 압둘라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외교장관은 안정과 번영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고, 이라크는 외무부 성명을 통해 새로운 페이지가 열렸다고 했다.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트위터에서 모두를 위한 윈윈’”이라고 했고, 이집트 외무부는 이번 합의가 역내 긴장과 갈등을 완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번 합의는 시리아·예멘 내전의 긴장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리아 내전 발발 후 이란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를, 사우디는 정부에 맞서는 반군을 지지해왔는데 향후 양측이 협상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예멘 내전은 종식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우디는 예멘 정부군을, 이란은 시아파 계열인 후티 반군을 지원하고 있는데 최근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AFP최근 몇 주 동안 후티 반군과 사우디 간에 회담이 진행되고 있고, 사우디가 일부 전투에서 철수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은 중국이 사우디·이란 간 관계 정상화를 중재한 데에 불만을 갖고 있다. 중동 외교전에서 급등한 중국의 위상을 깎아내리면서 "우리는 여전히 중동에서 건재하다"고 거듭 강조할 뿐이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조차 '미국의 완패'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런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WSJ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의 관계는 훈훈해지고 있는 반면, 미국은 그렇지 못하다"라며 "사실상 이번 협상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바이든 대통령의 뺨을 때린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양국의 화해는 중동 내 역학 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우선 미국·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 그리고 중국·러시아와 이란 등 시아파 국가로 나뉘었던 대치 전선의 경계가 모호해질 공산이 크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부쩍 사이가 멀어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를 고려하면, 중동의 동맹 구조마저 큰 폭으로 변화할 수 있다.

 

이 경우, 중국의 '입김'이 상당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이번 화해를 위해 중재국을 자처했고, 최종 협상도 도출해 냈다. 실제로 합의문 도출 직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지원해 준 중국 지도부와 정부에 감사하다"는 별도 공동성명도 냈다.

 

중동에서 입지를 넓히려는 중국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중국은 '화석연료 의존도 줄이기'에 나선 미국의 정책 변화로, 2021년 이후 중동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가 됐다. 이뿐이 아니라 최근 들어선 이란 차바하르 항구 오만 두캄 산업단지 등 현지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도 돈을 쏟아붓고 있다.

 

중동 국가들도 중국의 진출을 싫어하지 않는 눈치다. NYT"중동 국가들은 (미국과 달리) 독재에 간섭하지 않는 중국이 앞으로도 인권 유린 등을 모른 척해 주면서 자신들과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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