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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여자들 [박현선 에세이]~언제, 또 올거니?

박현선 | 기사입력 2023/03/13 [18:50]
제2부 고즈넉이 쌓여있는 그리움

2.언제, 또 올거니?

꿈꾸는 여자들 [박현선 에세이]~언제, 또 올거니?

제2부 고즈넉이 쌓여있는 그리움

2.언제, 또 올거니?

박현선 | 입력 : 2023/03/13 [18:50]

▲ 박현선 수필가     ©CRS NEWS

 

춘천 신북읍 지내리에 있는 양지노인마. 할머니는 5년 전, 낯선 풍경의 이 요양원에 입소하셨다. 초복 날 할머니가 좋아하는 닭백숙을 정성껏 만들어 면회를 가는 길이다

 

는 해 99이시6·25때 을 와 면에 정착하셨다. 숨어지내던 할아버지는 의용군에게 붙잡혀 이북으로 끌려가셨다. 살던 초가집에 포탄이 떨어졌다. 할머니는 숨진 삼촌 셋을 가마니때기로 덮고, 새끼줄로 묶어 땅에 묻고는 가슴에 피멍이 들었다.

 

오른쪽 옆구리에 상처 난 아버지를 들쳐 업고, 십리 길을 헤맨 끝에 미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할머니는 돌아오는 길 위에 서서 빗줄기같은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아버지는지금도네 할머니는 참으로 독하신 분이다. 슬프면 슬픈 대로 참아내며 살아오신 분이야.” 난리의 아우성 속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떠밀리며 고되고 힘든 삶을 사셨다

 

이후 할머니는 아버지 중학시절에 재가하여 6남매를 두었지만, 자식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모시기를 거부했고, 지금은 팔순이 넘은 아버지가 요양원에 자주 들르면서 돌보고 계신다.

 

요양원 3, 10여 명의 할머니가 공동거실에 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무표정하지만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다. 둘러보니 시설도 아늑하고 정갈해 보인다. 안내석에 2명의 직원이 앉아 있다. 면회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보고 싶던 할머니가 직원 부축을 받으며 들어오신다.

 

무명실처럼 희어진 머리, 주름진 얼굴에 자그마한 몸집의 할머니. 검었던 피부가 말끔히 벗겨져 새하얀 박꽃이 핀 모습이다

 

할머니∼,,누군지 알겠어요?”, 알다마우리 큰 손녀지!”

 

환자복을 입은 할머니를 마주하니 순간 왈칵눈물부터 쏟아졌다.

지내시기 힘들지 않으세요?”, “괜찮아, 다들 잘해줘.이젠, 내집처럼 편안해!”

 

요양원에 처음 입소했을땐 적응이 힘들었고언제 이 생활을 어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의 병까지 생겨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우울증도 생겼다고 했다또한,가족을 떠나 있어서 마음이 곪아가는지 만사가 귀찮고 의욕이 없어지면서 계속 잠만 주무셨다

 

어떤때는 내 인생이 너무 귀찮아서 지금, 죽어도 난 미련 없다는 생각이들기도 하셨다. 하지만 함께 있던 할머니가 한 분씩 떠나갈 때는 마음이 불안해지면서 건강을 더 챙기게 되었단다. 이젠, 요양원 직원들이 가족같이 살펴주어 차츰차츰 적응되었다며 미소를 지으셨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좋은 일만 하고 살아라죽어도 후회없는 삶이 되도록 살아한테도 항상 잘하구!”

 

할머니는 최근에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셨고, 오랫동안 사경을 헤매셨다. 이제 자신에게도 죽음이라는 게 온다는 생각이 들었, 그때 죽음의 고비를 가까스로 넘기셨다. 그 순간 할머니 마음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이 아버지였다.

 

내가 가고 나면 아들이 얼마나 슬퍼할까 생각하니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지금은 자손들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이라고 말씀하셨다요즘 건강이 회복되고 니 삶이 정말 새롭고주위 사람들이 다 소중하게 보인다고 하셨다.


그 옛날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아버지는 끓여 온 닭백숙을 할머니 입에 떠먹여 주시면서.

어무이!아프지 말고, ~ 편안히 지내세유.”

이제, , 살 만큼 살았어. 사는 것이 마음먹은 것처럼 안 되지만아프지 말고 있다 하늘이 부르면 가야지.”

 

할머니는 밥이 보약이라며 잘 챙겨 먹고 다니라고, 팔순이 넘은 아버지 손을 꼭 잡고 신신당부를 하신다. 아버지는 모실 수 없는 현실을 자책하며 아린 눈빛으로 할머니를 쳐다보셨다. 만류해도 1까지 내려오신 할머니를 보니 마음이 짠해진다. 돌아가는 아버지등 뒤에 대고 말씀하신다.

 

아범아∼, 언제,또 올 거니?”

 

 

박현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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