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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산 落傷과 病床 斷想(2)- 이 또한 살만한 세상 깨닫게 한 귀한 시간

신민형 | 기사입력 2023/04/01 [19:25]
하늘소풍길 단상

광교산 落傷과 病床 斷想(2)- 이 또한 살만한 세상 깨닫게 한 귀한 시간

하늘소풍길 단상

신민형 | 입력 : 2023/04/01 [19:25]


언젠가 저승사자와 염라대왕이 데리러 오면 다리 부러져 옴짝달짝 못한 몇 달 기간은 연장시켜 달라고 할거요

 

수술 불가능한 몸 상태라 몇일 기다려 수술실로 들어서면서 수술 중 죽는다 하더라도 여한없다.”며 초탈한 듯한 태도를 보였던 내가 느닷없이 두세달 더 살겠다는 뜻을 비추자 아내가 의아한 듯, 반기는 듯 묘한 웃음을 지었다. 농담으로 건네고 유머로 받아들인 짧은 이야기였지만 서로 많은 교감을 이룬 순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목발과 지팡이 의지 않고 처음 호수 공원 초입까지 다녀온 날이다. 느릿하게 절뚝이며 걸었지만 호수로 가는 벚꽃 터널이 눈부셨고 백목련, 자목련의 조화 이룬 자태가 매혹적이었다. 새들의 지저귐은 울음이 아니라 명징한 노래로 들렸다. 호숫가 연초록 수양버들은 태평하게 늘어져 내려 한없이 평화로웠다.

 


원천호수는 가지 않고 신대호수만 돌고 오겠다고 나서는 나에게 아내는 아직 무리라면서 호수 초입만 다녀오라고 했다. 성에 안 차는 산책거리였으나 두 호수를 다 돌 때 만큼의 풍취와 감흥을 맛보았다. 그 맛과 멋에 아내에게 건넨 농담이었고 아내는 유머로 즐겁게 받아들인 것이다. 아마 이런 농담과 유머를 나눌 수 있는 것은 두 달여의 병상생활 덕택이란 아내와 나의 교감도 이루어진 듯 했다.


아닌게아니라 병상에서 얻은 다른 소중한 것들도 많다. 아내는 나보다 더 내 몸을 간수하고 내 통증을 더 아파했다. 내가 고맙다는 표현 한마디 안했지만 그걸 아내가 이미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몸 아픈 것 잊고 마음이 더 편했다. 애들과 손주들이 나 모르게 눈물을 훔친 것을 알았을 때 이들이 내 고통을 함께 하고 있음에 감동했다. 애들이 우라 부부 목돈 없는 줄 알고 비싼 입원수술비 분담하자 또 한번 감동하며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바로 통장의 돈 긁어내어 손주들 새학기 학자금으로 되돌려 주니 주거니받거니 즐거움은 두배가 아니라 백배, 천배 컸다. 애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위로하며 힘을 주는 친지와 친구들에겐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해왔던 것을 깨닫게 한 귀중한 시간이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내 치료를 위해 정성을 다하는 모습도 새삼스러웠다.

 

지팡이 짚고 겨우 단지내 벤치에서 햇볕 쬐는 나에게 다가와 슬그머니 파스 세트를 주며 아플 땐 이게 최고라던 노인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뒤뚝뒤뚝 걸어가는 그를 보며 아파 본 사람이 아픔을 공감한다는 것을 알았다. 식사와 청소, 목욕 등이 힘들 땐 이용하라며 무료재가요양서비스를 친절히 안내해준 아주머니는 가장 절실한 도움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참 살만한 세상이었다.

 

살만한 세상을 느끼게 한 귀한 시간에 감사한다. 긴 병상생활이 없었으면 가질 수 없었던 깨달음이리라.

 

저승사자와 염라대왕에게 병상생활기간을 빼고 데리러 오라는 소리를 안할 것이다. 더 이상 살아가기 힘든 순간이 자연적으로 찾아올 때 더 살아서 감당 못할 고통이 다가올 때 데리러 오시니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덧붙일거다. "이승에서의 즐거움뿐 아니라 감내할만한 고통과 함께 사랑을 배우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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