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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한국불교의 원류를 찾아서⑯깨닫는다는 것과 깨달아야 할 것 사이

보검 이치란 스님 | 기사입력 2023/04/17 [07:28]
수행과 전법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

종횡무진 한국불교의 원류를 찾아서⑯깨닫는다는 것과 깨달아야 할 것 사이

수행과 전법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

보검 이치란 스님 | 입력 : 2023/04/17 [07:28]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이다. 그러므로 수행이 중요하다. 불교의 긴 역사를 관통해서 보노라면 수많은 사람들이 깨달음을 향하여 매진해 왔다. 지금도 어디선가 깨달음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불교 창시자 붓다 석가모니가 걸어온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불교인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런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성지가 바로 보드가야 이다.

 

▲ 한국불자들이 부처님이 깨달았던 보리수 아래 금강보좌 앞에서 법회를 열고 있다.  © CRS NEWS

 

보드가야는 부다가야라고도 한다. 공식지명은 보드가야이다. 인도 비하르 주의 가야 지역에 있는 마하보디(() 사원 단지와 관련된 종교적 장소이자 순례지이다. 고오타마 부처가 보리수로 알려지게 된 나무 아래서 깨달음(보디)을 얻었다고 전해지는 곳으로 유명하다. 고대부터 부다가야는 힌두교도와 불교도 모두에게 순례와 숭배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곳에서 발견된 조각품을 포함한 고고학적 유적은 이곳이 마우리아 시대부터 불교도들이 사용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 6세기 굽타 제국 때 지어진 마하보디 사원(大覺寺).  © CRS NEWS

 

불교도들에게 부다가야는 고오타마 붓다의 생애와 관련된 주요 순례지 4곳 중 가장 중요한 곳이며 나머지 3곳은 쿠시나가르(열반지), 룸비니(탄생지), 사르나트(전법지)이다. 2002년 부다가야에 위치한 마하보디 사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부다가야는 불교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으로 간주된다. 붓다 시대에는 우루벨라로 알려진 곳인데, 그 때는 딜라잔(니란자라) 강둑 옆에 위치해 있었는데,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 대왕이 처음 이곳에 사원을 지었다.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의 모습은 6세기 굽타 왕조 시대에 건립한 건축양식이다.

 

고오타마 싯다르타는 깨달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우루벨라 전정각산(前正覺山)에서 6년 동안 고행(苦行)을 했다. 흔히 설산고행(雪山苦行)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이곳에는 눈이 오지 않는 지역에 해당하지만, 중국인들은 설산 6년 고행(雪山 六年 苦行)이라고 표현했다. 6년이란 세월은 깨달아야 한다는 의지로 일관했다. 인고의 시간이었을 것이고 정말 답답한 순간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깨달음은 금방 오지 않았다. 

 

▲ 기원전 250년 경에 세워진 마하보디사원(대각사)와 금강보좌. 당시에는 부처님을 ‘바가왓 샤카무니’라고 호칭했는데, ‘석가족의 성자’란 의미이다.  © CRS NEWS

 

깨달아야 한다는 고행정진의 시간은 이처럼 길고 긴 시간이다. 수행이 없는 깨달음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출가자들은 긴 수행의 시간을 갖게 되고 빨리 깨달아야 한다는 강박관념보다는 느긋하게 정진하고 또 정진하는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에게도 답답한 시간은 무려 6년이 란 긴 세월이 지나간 것이다. 경전 기록에도 나오는데, ‘위묵티(vimukti)’의 순간을 기다렸지만, ‘위묵티해방은 오지 않았다. 깨달음은 해방과 같은 것이다. 무엇으로부터의 해방이냐 하면, ‘삼사라(saṃsāra)’ 즉 윤회(輪廻)로부터의 해방이다. 해방은 고집멸도(苦集滅道)란 사성제(四聖諦)의 깨달음을 얻고 나서 이루어 졌다.

 

▲ 부처님의 6년 고행상.  © CRS NEWS

 

이제 해방을 성취하는 데는 무엇이 필요한가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명상(瞑想)’이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고오타마 싯다르타의 6년 고행은 바로 6년간의 명상(참선)이었다. 누구나 명상을 한다고 해서 금방 해방이 이루어진다거나 6년 만에 깨달음을 얻는 다는 보장도 없다. 6년간이나 도를 닦았지만 성과가 없자, 일단 마을로 하산하여 몸을 좀 추스린 것이다. 이때 함께 수행했던 동료들이 등을 돌렸다. 그렇지만 고오타마 싯다르타는 포기하지 않고 기운을 차려서 다시 강둑 옆 보리수가 있던 곳에 자리를 잡고 좌선에 몰입했던 것이다. 바로 이 자리를 금강보좌(金剛寶座)라고 부른다.

 

세계 여러 나라의 불자들은 또는 관심가들은 바로 이 금강보좌를 찾아서 무엇인가 기()를 받으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이곳은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불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순례하고 싶은 불교 최고 성지이다.

▲ 보드가야 마하보디사원 금강보좌.  © CRS NEWS

 

보드가야는 불교 4대 성지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이다. 상징적 의미가 가장 크기 때문에 보드가야를 찾는 순례자들은 저마다 각오를 다지면서 조심스런 발걸음을 옮긴다. 한국불교는 대승불교에 속하지만, 동아시아 불교문화권을 형성하면서 선종불교(禪宗佛敎)를 하고 있다. 선종불교의 특색은 바로 깨달음에 직행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불교의 특색은 바로 부처님처럼 돈오(頓悟)에 바로 진입한다는 것이다.

 

한국불교의 모습이 인도의 원형불교와는 많이 달라 보이지만, 근본정신만큼은 인도의 원형불교와 직결된다. 정법안장(正法眼藏) 열반묘심(涅槃妙心)이란 말은 바로 깨달음에 직행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데, 동아시아 불교권에서도 한국불교가 이 상징적 어구에 집착한다. 이것은 한국 불교가 불교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단적인 표현이다.

보검<세계불교네트워크 코리아 대표>

 

 

▲ 필자 보검스님이 인도 왕사성 영축산 아난 존자 굴에서 합장하고 있다.  © CR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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