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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해석학: 성서의 근본 은유의 도맥은 선맥(僊/仙脈)이다

이호재 | 기사입력 2023/05/02 [19:15]
김흡영 교수의 ‘한국 종교와 한국교회’ 서평에 대한 저자의 보론(補論)

풍류해석학: 성서의 근본 은유의 도맥은 선맥(僊/仙脈)이다

김흡영 교수의 ‘한국 종교와 한국교회’ 서평에 대한 저자의 보론(補論)

이호재 | 입력 : 2023/05/02 [19:15]

 

 

한국을 넘어 세계 신학계에 널리 알려진 도의 신학자김흡영 교수(평자)가 필자가 집필한 책 선맥과 풍류해석학으로 본 한국 종교와 한국교회에 대하여 귀한 서평을 써준 것에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평자는 필자의 책을 한국교회와 신학에 대한 진단서이자 처방전이라고 평가한다. 동시에 성서는 선()의 문서이며 이 대도의 선맥을 따라 성서를 해석한 ᄒᆞᆫᄇᆞᆰ 변찬린의 성경의 원리4부작의 핵심을 성서의 영성(靈聖)적 도맥으로서 선맥의 발견은 변찬린이 이룬 독특하고 창의적인 성서해석으로 받아들인다. 더 나아가 부활의 선맥(仙脈)”이라는 전통적 구원론을 넘어 에녹과 엘리야와 같이 죽지 않고 승천한 변화의 선맥(僊脈)”을 제시한 필자의 연구를 2022년에 발간된 옥스퍼드 한국성서해석학 핸드북(The Oxford Handbook of the Bible in Korea)을 통해 세계 신학계에 소개한 사실까지 밝히고 있다.

 

또한 평자는 세계 신학의 희랍적 이원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신학 작업에 변찬린의 선() 도맥론과 필자의 풍류해석학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을 표명하며, 성서신학자들에게 연구와 검증을 권고한다. 특히 종교의 목적은 영생이며, 성서는 죽음이 아닌 삶을 위한 경전이라고 주장하는 풍류해석학에 대해 저자가 의도한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현금의 신학적 함의를 내포한다라고 적극적으로 평가한다. 더불어 미래 영성(靈聖) 담론으로 제시한 풍류해석학이 필요 담론으로 통용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학문적 제안을 하고 있다.

 

이 책은 한국교회와 신학에 대한 대안 담론을 주로 제시하는가?

 

이 책은 한국 종교전통과 한국교회가 어떻게 만나야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또한 한국 종교전통 가운데 국수주의적인 담론이 아닌, 현재에도 유효하고 미래의 영성(靈聖) 담론도 내포하고 있는 종교적 유산이 과연 있을까라는 문제의식도 포함된다. 풍류해석학은 외래 종교와 만날 때 회통적이고 창발적인 메타적 기제, 즉 한국 종교와 한국교회가 화해할 수 있는 이해 지평의 교차 지점을 선맥(의 풍류성)’으로 제안한다. 선맥은 한국 종교문화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그 기층을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무맥(巫脈)과 혼용되고 있었다. 기독교는 무교와 유교와 불교와 대화한 적은 있지만, 선맥과는 대화한 적조차 없다. 이 책은 선맥으로서 양자가 공생할 수 있는 가교 담론을 놓은 첫 연구라는 의미를 지닌다.

 

한국 신학을 서구적 격의 신학의 연장선상이라고 하는 것은 한국 신학을 폄하하는 것이 아닌가?

 

문제는 한국 기독교의 격의문화 현상이다. 인도 불교가 중국에 전래되었을 때 도가와 유가적 언어로 불경을 해석하던 과도기적 상황을 격의불교라고 한 것에 빗대어 풍류해석학은 성서의 정신과 교회공동체가 상당한 영성적 거리를 가진 채 한국인의 종교적 심성에 안착하지 못한 교회 현상을 격의 기독교문화라고 하였다.(9, 92) 풍류해석학은 구복(求福)과 개인 구원에 매몰된 신앙 현상, 수입 신학이 범람하는 식민 신학과 상황신학에 자족하는 사대 신학 등의 경향, 값싼 은총/은사가 넘쳐흐르는 목회 현장 등의 교회 문화를 격의 기독교문화의 사례로 제시한다.

 

특히 일제강점기 시기에 한국교회가 신사참배로 성서의 하나님을 신성 모독한 역사적 사건, ‘예수의 몸 된 성전이라는 교회를 매매하거나 세습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모독하는 현재적 사건, 성령과 잡령을 구분하지 못한 채 잡령신앙을 성령 은사로 착각하며 성령을 모독하는 등 미래 한국교회의 전망마저 암울하게 만드는 현실교회의 자화상을 고발한다. 또한 삼위일체 신관을 따르며 부활(영생) 신앙과 사랑 실천, 사회정의를 구현해야 할 교회공동체가 한국교회 전면에 자리 잡고 있는지 성찰할 것을 요청한다.

 

이런 격의적인 교회 현상에 대해 신앙적 양심과 신학적 지성을 내팽개치고 침묵의 카르텔에 동조하는 교회 구성원은 무언의 방조자에 불과하다. 한국교회 문화를 격의 기독교문화라고 진단하는 풍류해석학은 타락하고 부패한한국교회가 이를 극복하여 참된 기독교로 거듭날 수 있다는, 또 거듭나야 한다는 힘찬 응원의 다른 표현이다. ‘격의 기독교시대가 마무리되어야 참된 한국교회의 모습을 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작금의 한국교회는 선맥을 만나지 못하고 무맥의 종교성만이 가득 찬 종교현상에 불과하다.

 

선맥과 무맥은 어떤 상호관계를 가진 종교성인가?

 

선맥의 발상지는 고조선이다. 최치원은 이를 풍류라고 하고, 토착화된 근대적 종교는 개벽 사상과 지상선경(地上仙境)도맥으로 계승하고 있으며, 현대적 용어로는 ᄒᆞᆫᄇᆞᆰ사상이라고도 한다. 풍류해석학은 선맥과 무맥의 종교성을 분석한 후 한국 종교연구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선맥(의 풍류성)과 무맥(의 무교성)은 유사한 면도 있지만, 동일한 종교현상이 아니라 분명한 차이점을 지닌 종교현상이라 할 수 있다.

 

첫째, 선맥에서는 선맥의 하나님(산 자의 하나님)이 발현하고, 무맥에서는 다양한 신령의 강신(降神) 체험이 이루어진다. 둘째, 선맥은 창발적이고 포용적이고 개혁적인 영성인 데 반해, 무맥은 혼합적이고 습합적이고 현실 구복적 영성이다. 셋째, 풍류성은 신인합발(神人合發)의 종교성이지만, 무교성은 신인합일(神人合一)의 타력적 영성이다. 넷째, 풍류성은 선맥과 연계되어 궁극적 인간으로 존재 탈바꿈하는 영생 신앙을 지향하지만, 무교성은 존재론적인 인격 변화의 특성을 드러내지 않고 현실 지향적인 종교성을 추구한다. 다섯째, 선맥은 창조적 소수자에게 발현되는 영성이지만, 무맥은 현실 조화와 안주를 추구하는 대중에게 주로 나타난다. 여섯째, 선맥은 대무(大巫)의 풍류성을, 무맥은 소무(小巫)의 무교성을 나타낸다.(36-63)

 

우리는 두 맥의 특성을 이해하고 선맥의 자리에서 무맥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무맥의 대중성이 선맥의 창발성에 의해 포용될 때에는 조화와 개혁적 영성으로 작동하지만, 무맥의 혼합성이 득세할 때에는 선맥의 개혁적 영성이 발현되기 어렵다.

 

이 책에서 풍류해석학을 거대한 보편 담론으로 상정하고, 기독교 등 다른 종교를 이차적 종교 담론으로 예속시키는 배타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태도를 가진 것은 아닌가?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한국 종교를 동등한 대화상대로 만난 적이 거의 없다. 오히려 한국 신학이 다른 종교와의 만남에서 기독교 신학을 보편적 거대 담론으로 전제하고, 다른 한국 종교를 예속시키는 종속 담론을 신학적 관성으로 삼아왔다. 기독교 신학은 아직도 한국 전통 종교를 배타적으로 대하거나, 기독교 신학으로 한국의 종교전통을 성취한다는 성취론이라는 선교 신학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종교지평에 다른 종교현상으로 출현한 천주교의 포괄주의적 세계선교전략과 개신교의 배타주의적이거나 포괄주의적 선교신학과 대화 태도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 기독교의 배타주의적 혹은 포괄주의적 세계선교 전략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즉 종교 간 대화를 할 때 동등한 지평에서 대화하고 그 효과는 혼합, 절충의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더욱 뚜렷하게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풍류해석학이다.

 

이런 측면에서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이 무엇보다도 요청되는 시기에 모든 종교는 먼저 이웃 종교전통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중략) 이웃 전통들을 손님처럼 진심으로 대접하고 배려하는 동양적인 환대의 신학이 필요한 이유이다.”라는 평자의 말은 모든 종교가 명심해야 할 말이다. 특히 한국 기독교 신학자가 선맥과 대화할 때도 가져야 할 소중한 태도이다.(427-459)

 

풍류해석학은 변찬린의 저술과 종교사상을 기반으로 집대성한 연구가 아닌가?

 

한국에 기독교가 전래한 이래 변찬린(1934-85)성경의 원리4부작(1979-86)은 기독교의 성서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인류에게 제시된 생명(영생)의 문서라는 관점에서 성서의 원리와 구조를 통전적으로 해석한 유일한 성서해석서이다. 이를 바탕으로 변찬린은 한국 종교와 기독교 사상의 가교 담론을 연구성과로 내놓은 독창적인 종교인이었기에 주요 참고자료로 사용하였을 뿐이다. 그의 연구성과는 2017년에 ᄒᆞᆫᄇᆞᆰ성경해석학이라는 해석체계와 이 책에서는 밝혔듯이 선맥 신학과 도맥 신학이라는 신학 체계로서 학계에 보고하고 있다.(176-218) 연구자의 마땅한 본분이다. 

 

풍류해석학의 화해 담론에서 영생의 인간인 풍류체가 되는 방법론 등이 결핍되어 있고, 그것은 인간 중심주의가 아닌가?

 

풍류해석학의 목적은 구체적인 영생하는 길을 제시하는 데 있지 않다. 이 책은 여섯 가지의 화해 담론, (1) 선맥(僊脈)의 변화 우주와 선맥(仙脈)의 부활 우주라는 우주관, (2) 선맥의 하나님의 신관, (3) 한국 전통 종교의 구원관 (4) 선맥과 만난 성서의 영생관, (5) ‘신명공동체라는 공동체관, (6) 기독교인을 포함한 종교인이 지녀야 할 고난과 참회와 회개의 구도자적 영성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306-435) 이런 관점에서 우화등선(羽化登仙)할 수 있는 풍류체란 호모사피엔스 다음에 구현될 창조적 진화의 완성체이다.(384) 이는 인간 중심주의이거나 현대 과학이 지향하는 미래적 인간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생명과학과 기계문명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구현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존재 양태를 제시한다.(449-459) 창조적 진화의 길은 모두에게 열려진 영성(靈聖)하는 길이기에 특정 종교 혹은 수련단체가 독점한다는 배타적인 태도를 지니지 않는다.(423-432)

 

나가며

 

한국 종교 역사에서는 선맥적 종교전통을 계승한 위대한 종교인에 의해 한국적 대승불교의 전통이 창조적으로 계승되거나, 종주국 유학과는 또 다른 성리학적 전통을 심화한 역사적 사례가 있다. 한국교회도 이제 선맥적 전통과 만나 교회 구성원 각자가 침묵의 카르텔”(특히 교단 신학의 카르텔)을 깨고 격의 기독교문화현상을 극복하여 참다운 한국교회로 거듭나는 데 동참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풍류해석학은 한국교회뿐만 아니라 한국 종교를 포함한 모든 한국인에게 대화의 초대장을 정중하게 보낸다.

 

* 이 글은 기독교사상20232월호에 실린 김흡영 교수의 서평에 대한 저자의 보론(補論)으로 기독교사상20235월호에 실렸다. (한국 종교전통과 한국 교회의 화해담론으로 제시한 풍류해석학의 중요성을 독자들에게 널리 알린다는 취지에서 게재했으며 한정된 지면 관계상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 문답 형식으로 글을 구성했다.) 

 

필자 이호재: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중국 종교를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성균관대학교 교수로 재직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ᄒᆞᆫᄇᆞᆰ 변찬린-한국종교사상가, 포스트 종교운동, 선맥과 풍류해석학으로 본 한국 종교와 한국교회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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