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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부의 ‘영혼학개론, 그 표준이론’-‘신지학적 인간론(3)’

정영부 | 기사입력 2023/05/12 [10:57]

정영부의 ‘영혼학개론, 그 표준이론’-‘신지학적 인간론(3)’

정영부 | 입력 : 2023/05/12 [10:57]

*신지학의 주요 교의

 

신지학 교의(敎義)(1)의 주요 주제로서 영혼론과 창조론을 정리해 보고 나아가 개체성과 개성 그리고 다신체론과 다층적 저승론에 대한 그들의 주장을 살펴보자.

 

영혼론

 

1) 신지학의 영과 혼은 표준이론처럼 신성 내지 신의 불씨격인 모나드(monad)가 광물에서부터 진화한 존재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주류의 주장이 아니다. 신지학 주류는 혼의 진화를 각혼까지만 인정하고 지혼과 영은 아트만이나 모나드 등 전통적 영 개념을 사용하여 설명한다. 이는 신지학이 영과 혼을 엄중히 구분하지 않음과 학자들마다 이론이 다름에서 비롯한다.(2)

 

2) 먼저 표준이론의 영혼과 신지학 비주류의 영혼을 비교해 보자. 표준이론은 영혼의 탄생을 기에서 출발하여 지혼을 거쳐 혼영 그리고 마침내 고급영으로 변화하는 혼의 진화 스토리로 설명한다. 반면 신지학의 비주류에서는 영혼을 신의 말씀인 로고스가 하강하며 상위 4(3)와 하위 3(4)를 만들고 이후 신의 영화(靈火)’격인 2로고스의 모나드가 물질계의 광물로까지 하강하였다가 거기에서 다시 식물, 동물을 거쳐 인간으로 진화하며 얻은 지혜로 신에게 금의환향하는 스토리로 이야기한다.(5)

 

3) 다음으로 표준이론과 신지학 주류이론을 비교해 보면 표준이론이 상위정신체와 양심체를 혼의 속성이라고 하고 영과 혼은 명종 시 즉시 헤어진다고 함에 반하여 신지학 주류의 영혼론에서는 표준이론의 상위정신체 정도에 해당하는 마나스와 신의 단편(斷片)인 모나드를 혼과 연결시키는 붓디를 상정하고 이를 신지학의 영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모나드에 포함시킨다. 또 명종 후 인간모나드는 생기체격인 에테르체와 하위정신체격인 아스트랄체 그리고 마나스의 신체인 멘탈체를 그 속성만 취하고 모두 해당 계에 버리고 승천한다. 수승하지 못한 대부분의 인간모나드는 저승의 어느 계에서 다시 하강하여 물질계에 환생하지만 수승한 인간모나드는 붓디의 신체인 붓디체까지 버리고 표준이론의 상위 영계격인 니르바나계(또는 아디계, 아누파다카계)로 귀향한다. 이것이 소위 신지학 주류의 모나드 영혼론이다. 결국 신지학 주류에서 주장하는 영혼론은 표준이론처럼 영과 혼을 구분하는 면에서는 서로 같지만 신지학의 영과 혼의 태생과 속성은 표준이론의 그것과 크게 다르다.(6)

 

4) 신지학의 우주는 주기(週期)를 가지고 있어 삼라만상은 언젠가 괴멸하게 되므로 혼은 영생의 존재가 아니다. 영 또한 정해진 기한 내에 마스터 급이 되지 못하면 엘리멘탈이 되어 또 다른 진화의 불씨로 변하여 사라진다.(7)

 


<註釋>

1) 신지학은 종교가 아니나 종교적이다. 그래서 교리(敎理)라기보다는 교학(敎學) 또는 교의(敎義).

 

2) 미주 205 ‘신지학의 영혼론을 참조하라.

 

3) 아디계, 아누파다카계, 아트믹계, 붓디계

 

4) 상하멘탈계, 아스트랄계, 에테르체가 스민 물질계

 

5) 신지학의 영혼론

 

1. 신지학자 지나라자다사는 그의 저서 신지학 제1원리(First Principles of Theosophy)1장 생명과 형태의 진화에서 위 미주32신지학의 엘리멘탈과 정령2와 같은 다음 내용의 진화적 영혼론을 설파한다.

1) 먼저, ‘엘리멘탈(elemental)생명이 근원물질 속에서 탄생한다. 표준이론으로 치면 물질에 기의 생명력이 깃드는 것이다.

2) 그리고 제2로고스의 에너지가 화학원소들을 조합하여 광물을 만들고 엘리멘탈 생명은 그 광물의 그룹혼(群魂)이 된다. 표준이론에서 이 단계는 生氣덩어리 또는 정령(anima)이 만들어지는 단계다.

3) 다음으로 원형질을 만들어 식물로 진화시킨 후 자신도 식물혼으로 진화하게 되며 나중에는 이를 동물 형태로 진화시켜 그 혼이 된다. 生魂이 만들어지고 이어서 覺魂으로 진화하는 장면이다.

4) 그리고 나서 생각하고 사랑할 수 있으며 자기희생과 꿈을 가질 수 있는 인간의 혼으로 진화한다. 표준이론의 지혼이 탄생한다.

5) 신지학의 이러한 혼의 탄생 스토리는 하느님의 생명력(靈火)이 물질에 작용하여 생명체가 되고 그것이 물질과 영혼 양쪽에서 생물학적으로 진화하여 사람의 혼이 된다는 표준이론의 인간론과 매우 흡사하다.

6) 또한 지나는 엘리멘탈은 생명의 단계를 따라 상승하면서 존재의 모든 계를 거쳐서 엘리멘탈 단계를 지나고, 인간의 단계를 지나 초인의 단계를 넘어서 이 된다고 명언한다. 초인이나 데바 같은 고급영이나 천사들도 모두 엘리멘탈 생명이 진화하여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지학 인간론의 대강은 표준이론과 똑같은 프레임을 갖는다. 신지학의 근원물질은 표준이론의 엘리멘탈생명의 생명력이요 하느님의 영화(靈火)인 것뿐이다.

 

2. 그러나 사실은 위의 주장과는 상당히 다른 중단된 진화론에 따른 영혼론이 신지학주류의 일반적 영혼론으로 제시되어 왔다. 이를 모나드 영혼론이라고 하자. ‘모나드 영혼론에서는 혼이 생물학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한계는 생각하고 사랑할 수 있으며 자기희생과 꿈을 가질 수 있는 자의식의 혼知魂이 아니라 동물적 본능과 하위의식만을 가진 覺魂수준의 아스트랄혼까지다. 신지학의 모나드 영혼론은 서양의 祕傳인 영지주의와 카발라의 영혼론 그리고 동양의 힌두적 영혼론을 뼈대로 하고 거기에 생물학적 진화론을 섞어 만들어진 탓에 영이 신으로부터 직접 기원한다는 생각을 벗어나지 못하여 신지학의 진화론을 중단된 진화론에 그치게 하였다. 至高의 신(The One)의 세계인 플레로마(pléróma)로부터 물질 세상으로 失樂한 존재라는 영지주의와, 인간의 영인 아트만은 우주의식인 브라만과 궁극적으로 하나이며 동일하다는 범아일여(梵我一如)의 힌두적 생각 그리고 창조주인 아인 소프로부터의 발출체가 생명나무인 세피로트를 통하여 케테르 세피라에서 시작하여 물질계인 말쿠트 세피라까지 하강하여 인간이 되었다는 카발라의 인간론 등을 떨치지 못한 것이다. 그 자세한 내용을 보자.

1) 지나라자다사는 같은 책 8장 삼위 로고스의 작업에서 위 1진화적 영혼론과는 다른 주장을 한다. 즉 우주로고스가 초기 에테르계와 정신의 세계를 창조하였고 여기에 제3로고스가 활동하여 다층적 우주가 탄생하였으며 다시 제2로고스가 작용하여 정령과 물질과 식물 동물의 혼을 만들어 내었는데 마지막에 제1로고스에서 인간모나드가 발출하여 동물의 그룹혼을 개체화시켜 인간의 영혼을 탄생시켰다는 주장이다(8.18.3.3.2. ‘신지학의 창조론참조).

2) 한편 다른 신지학자 애니 베산트(Annie Besant 1847~1933)에 의하면 제1로고스에서 발출된 인간모나드는 아트마-붓디-마나스이며 이는 각각 영-영적 혼-혼이다. 이 셋은 인간모나드의 구성요소가 아니라 측면(側面)’ 또는 속성(屬性)으로서 이 세 측면은 개인의 영적 수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연이어 발현한다.

3) 따라서 표준이론의 영과는 달리 신지학의 영은 마나스와 붓디의 속성을 포함한다. ‘표준이론에서 혼으로 보는 정신체와 양심체의 속성을 포함하는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도 영을 지칭할 때 soulspirit을 혼용한다.

4) 지나라자다사의 주장에 따르면 신지학의 영은 동물의 혼인 각혼에 승()한다. 따라서 신지학에서 사람의 구성요소는 육체와 동물의 각혼과 인간모나드 세 요소로 구성된 셈이다. 이 논리에 의하여 신지학에서 사람은 영혼의 수준이

(1) 마나스만 있는 혼적(魂的)영혼

(2) 붓디체가 발현된 영적(靈的)영혼

(3) 열반의 경지를 넘어선 영이 된 영혼 즉 아트마가 완전히 발현되어 영의 수준이 된 신적(神的)영혼으로 나뉜다.

위 마나스에는 하위마나스와 상위마나스가 있다 하는데 이는 각각 표준이론의 상위정신체와 하위양심체 정도이다. 또 붓디는 표준이론에서 상위양심체와 혼의 영적부분(또는 영의 혼적부분) 정도이다. 표준이론이 마나스와 붓디를 혼의 속성이자 구성요소라고 함에 반하여 신지학은 이 세 가지를 모두 영의 속성으로 본다.


신지학의 마나스와 붓디 그리고 표준이론과의 비교

신지학

표준이론

이름

다른 이름

입는

이름

物性

사고자

하위마나스(사고자마나스)

상위멘탈체(코잘체)

상위정신(에고)

상위정신체

마나스

상위마나스

상위멘탈체(코잘체)

하위양심

하위양심체

붓디

 

붓디체

상위양심(혼의영적부분)

상위양심체

 

5) 결국 신지학의 모나드 영혼론에서 택하고 있는 영혼진화론은 혼이 진화하여 지혼이 되고 영이 된다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1로고스에서 발출된 인간모나드인 아트마-붓디-마나스가 동물의 혼에 작용하여 이승의 인간 영혼이 된다는 것이니 신지학의 영은 혼의 진화가 아니라 신의 일부분인 인간모나드가 그 속성을 발현하여 탄생한 것이다. 혼의 진화는 동물의 각혼까지만이다. 이후에는 여기에 인간모나드가 작용하여 각혼은 그의 탈것 또는 옷이 된다.

6) 이를 표준이론의 시각으로 해석하면, 신지학의 영혼육에서 혼은 이드 이하 부분이다. 즉 표준이론의 하위정신체(이드, 아스트랄체) 이하가 혼이다. 그래도 생기체부분만 혼이라고 부르는 일부 영지주의 같은 생각보다는 진일보한 것인가? 그렇다면 영지주의에서 이천 년 동안 진보한 것이 고작 그것인가? 비록 신지학 여기저기에서 마나스가 혼이라고 암시하지만 모나드 영혼론의 마나스는 명백히 영(트리플모나드, 인간모나드)의 혼적 부분일 뿐이니 영이라고 하여야 맞다. 혼이란 단어는 영의 탈것인 각혼에게 양보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간의 신지학의 주장과는 달리 동물의 혼은 혼이 아니라 육체의 일부분이라고 하거나 신지학을 4원론(-각혼--)으로 변경하여야 한다.

7) 한편 신지학의 모나드 영혼론에서는 명종 후 영인 인간모나드는 그 수준에 따라 아스트랄계부터 하위멘탈계인 데바찬 그리고 상위멘탈계인 코잘계를 순서대로 거치며 생활하다가 붓디계나 아트믹계까지 올라간다. 그 과정에서 영의 수준이 낮으면 당연히 해당계에서 다시 환생한다. 이 단계적 상승과정에서 인간모나드는 맨 먼저 각혼의 속성이자 구성요소인 하위정신체(이드)를 아스트랄계에 떨구고 상승(승천)한다. 이때 각혼은 트리플모나드의 구성요소가 아닐 뿐 아니라 모나드가 대절한 택시였을 뿐이니 그 운전수인 이드도 함께 버리는 것이 당연하다. 이어지는 계의 상승과정에서 인간모나드는 멘탈체(하위 마나스의 옷) 그리고 코잘체(상위마나스의 옷)는 그 경험만 흡수하고 모두 벗어던진다.

8) 이를 표준이론적으로 풀어보면, 신지학에서 각혼은 인간모나드의 (탈 것, 택시)으로 아스트랄체다. 또 각혼의 저승은 아스트랄계다. 이드인 각혼은 아스트랄계에서 인간모나드인 아트마-붓디-마나스와 헤어진다. 이후 인간모나드는 멘탈계와 코잘계를 거치며 멘탈체와 코잘체를 버린다. 이때 신지학의 혼인 이드는 아스트랄체의 속성으로 아스트랄계에 체와 함께 남는 데 비하여 에고는 혼이 아닌 인간모나드의 마나스에 속한 속성이므로 그의 옷인 멘탈체와 코잘체만 멘탈계와 코잘계에 남기고 인간모나드와 함께 상위계(아트믹계)로 떠난다. 물론 수준이 낮은 자아의 영혼은 하위계에서 환생을 위하여 다시 하강한다.

9) 명종 후 신지학의 혼인 각혼은 아스트랄계에 남아있다가 인간모나드인 영이 환생을 위하여 하강할 때 강력한 업의 패턴인 개성으로 다시 불려온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의견이 갈리는바, 주류(主流)에서 주장하기를 인간모나드는 전생에 탈것으로 쓰던 아스트랄체를 다시 타는 것이 아니라 전생에 형성된 업의 패턴(인간모나드의 DNA)을 새로운 코잘체와 멘탈체 그리고 아스트랄체에 투사하여 새로 사용할 옷을 다시 생성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탈것으로 쓰이던 아스트랄체(각혼)은 어찌 되는가? 동물로 태어나는 윤회의 길로 돌아가는가? 소멸되는가? 그들은 무책임하게 소멸된다고 이야기한다. 부리던 택시운전사까지 같이 죽이는 꼴이니 잔인할 뿐 아니라 스스로 로고스의 진화적 영혼론을 저버리는 것이다.

10) 그런데 이런 주장은 라자요가의 요기인 사라스와티의 영혼론(인도 요가학파의 영혼론)과 비교하면 그 연원이 드러난다. 사라스와티는 브라만 또는 아트만이 인 프라크리티에 작용하여 조잡체(粗雜體)인 육체와 생기체 그리고 意思(마나스)와 지성의 기능을 가진 미세체(微細體), 그리고 근본자성과 미세생기, 자아와 마음 그리고 아트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환희체(歡喜體)를 만든다. 이때 환희체 바깥은 브라만이 감싼다(사라스와티 혼의 과학참조).”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사라스와티의 환희체는 표준이론의 으로 보이는데 마음과 에고(자아)까지 가지는 점이 특이하다. 또한 명종 후 이 환희체가 윤회한다. 아트만이 마음과 에고까지 가지고 윤회하는 것이다. 따라서 힌두의 윤회주체인 환희체의 구성이 자아와 마음과 아트만인 점을 감안하여 신지학의 윤회주체인 아트마-붓디-마나스의 인간모나드가 여기에서 연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신지학이 인간모나드가 체를 가지고 윤회한다고 하면 될 일을 신지학의 체가 힌두에 비해 너무 물질적이다 보니 그 경험만 취하고 체는 버린다는 입장을 취하였고 이는 인간모나드가 환생할 때 전생의 개성과 업을 재장착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하여 개연성 없고 복잡하며 억지스러운 논리를 구성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미주196 ‘사라스와티의 창조론’, 미주273 ‘신지학의 환생논리참조).

11) 신지학의 이러한 모나드 영혼론은 위의 문제점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여러 문제점을 야기한다.

(1) 수준이 정해져 있는 영혼이 어찌 하위계로부터 상위계로 여행한다는 것인가. 혹시그곳은 불교의 36도처럼 업보를 짓고 씻는 또 다른 이승이 아닌가?

(2) ‘마음을 비워야 참자아인 영이 발현한다는 지고한 진리의 말은 신지학에서는 영이 혼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영 내부에서 아트마의 속성이 마나스의 속성을 누르고 발현한다는 말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면 신지학의 영은 언제든지 에고의 하위 속성이 나타날 수 있는 수준 낮고 불완전한 영이 된다. 신지학은 실지로 위 4)에서처럼 혼적 인간, 영적 혼 인간, 영적 인간으로 인간의 의식수준을 구분한다.

(3) 이드는 영의 속성이 아니니 살아서 자아의 수준이 이드였던 1.6단계 이하의 사람의 인간모나드는 어찌 되는가? 49일 만에 환생하는 경우는 중음계인 아스트랄계에서 다시 인간계로 복귀하는 최하급 영혼인데 신지학에서 이들의 영(인간모나드, 트리플모나드)은 명종 후 영계는커녕 멘탈계나 코잘계의 상급혼계도 밟아 보지 못한다. 살아서 마나스조차도 제대로 발현하지 못해 본 그의 인간모나드는 낮은 수준의 자아 때문에 영계에 가 보지도 못하고 죽어서 즉시 그대로 환생을 반복하는 것이다. 아니면 신지학은 표준이론에서 인구의 41.6%나 차지하는 이드(1.6단계) 이하의 수준 낮은 자아는 없다고 주장하는가? 하기야 위 24)에서 자아의 가장 낮은 수준이 마나스 수준이라고 하였으니 그렇게 낮은 수준의 자아는 없다고 하여야겠다. 그러나 신지학이 사람들을 모두 그렇게 높은 수준의 존재로 보고 있지 않으니 문제다.

(4) 표준이론의 영과 달리 신지학의 영은 마나스와 붓디의 속성을 포함한다. 이른바 아트마-붓디-마나스의 트리플 모나드다. 표준이론에서는 혼에 속한 속성으로 보는 정신체와 양심체의 속성을 영이 이미 갖추고 이승에 도래하는 것이다. 어찌 신의 발출물이 이승에 닿기도 전에 욕구와 감정과 지성 같은 하급 속성을 가지고 온다는 말인가. 이는 서양의 전통비전에 힌두 6파철학의 인간론을 섞다보니 어쩔 수 없이 채택한 앞뒤 없는 아이디어다.

(5) 진화의 이론을 주장하면서, 프라나()는 왜 지혼이나 영이 될 수 없다는 말인가. 진정한 영혼진화론자라면 육체처럼 영도 기에서부터 진화하여야 맞지 않겠는가. 영이 다양한 수준의 기를 각각 다른 체()로 취하여 입고 인간계에 태어난다면 수준이 다른 기는 진화가 아니면 어찌 생겨났단 말인가? 그리고 진화하여 생겨났다면 그것의 계속성과 개체성은 너무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계속성과 개체성이 부여된다면 그것은 바로 혼이 아닌가?

(6) 동물의 혼인 각혼 중에서 인간모나드의 탈것으로만 사용되는 별도의 각혼이 차출되어야 하는데 그 각혼은 다른 각혼과 달리 원래 속했던 종의 본능과 개성을 유지하면 안 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런데 신지학은 그런 종류의 각혼에 대해서 왜 언급이 없는가?

(7) 위 여러 자잘한 문제 외에 모나드 영혼론에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신지학의 모나드 영혼론에 따르면 표준이론에서 지혼의 정수(定壽)로 보는 에고는 마나스의 아랫부분일 뿐이요 실체 없는 허상으로 존재 아닌 존재가 된다. 트리플모나드에 마나스로 붙어 가는 것은 에고 자체가 아니라 에고적인 체험 또는 카르마로 에고의 속성에 불과하다. 모나드가 그의 성장을 위해 맛보고 섭취하는 영양소일 뿐인 것이다. 그러나 못났지만 에고는 대부분 사람들의 自我이고 우리 자신이다. 참자아를 찾으라는 의미는 자아를 발전시키라는 의미이거나 양심이나 영의 자아를 구현하라는 말이지 에고의 자아는 허상의 자아이고 실체가 아닌 헛것이라는 자기부정이 아니다. 혼들의 세계의 주인공인 에고의 실체를 부인하는 종교가 무슨 종교이고 에고 없는 윤회는 또 무슨 빈말인가. 지금은 못난 에고이지만 그 에고는 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상위정신체이며 그 혼이 진화하여 영이 되고 하느님의 자랑이 된다. 하느님의 그 많은 아들들은 대부분 에고 출신인 것이다. 아니 에고 또한 하느님의 엄연한 자식이다. 그런데 신지학의 이 모나드 영혼론에 따르면 사람의 에고는 모나드의 탈것인 각혼의 이드와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아트만(푸루샤)과 프라크리티의 조우로 탄생하는 인도철학의 영혼관(*)에서 기원한다. 진화(進化)의 이치가 알려지지 않은 고대에 생성된 우파니샤드는 진화의 이치가 빠진 미개한 영혼관이다. 이러한 미개영혼관은 그 옛적에 불교로 가서 처음에는 方便上 영을 부인하더니 이윽고는 무아의 자아’(프로이트 무의식을 주장할 때 사용하는 논리와 비슷하다. 둘 다 없는 것이 존재한다)를 낳아 오늘날까지 극심한 폐해를 끼치고 있다. 또 이 미개한 영혼관은 힌두를 벤치마킹한 작금의 신지학에 이르러서는 괴상한 모나드 영혼론을 만들어 내었다. 그러다 보니 신지학에서 혼은 동물의 각혼에서 그 진화를 멈추고 에고는 신의 단편인 모나드에게 물질계 체험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마침내 신은 체험이 필요한 존재로 끌어내려져 신의 자리를 잃고 불완전한 우주의식으로 전락하였다. 이러한 신지학의 모순된 영혼관은 뉴에이지에 이르러 우주를 신도 영도 혼도 없는 메타버스(Metaverse)의 세계로 만들어 마치 최신 영성인 양 사람들을 홀리고 있다. 과학이나 영성이나 오늘날 邪術商術眞術과 섭리를 가리고 있다(11.3.1.2. ‘윤회의 주체인도철학의 혼에 대한 무지로 인한 폐해참조).

 

3. 물론 신지학에 위 두 가지 진화적 영혼론모나드 영혼론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와 유사하거나 변형된 주장들이 많다. 다시 말하거니와 신지학은 가 아니라 이기 때문이다.

1) 우선 신지학의 태두인 블라바츠키부터 딴말을 한다. 그에 의하면 아트마는 붓디를 타고 상위 마나스(양심체 정도로 보인다)로 화하여 인간에게 내려오는데 인간의 몸에 자신의 빛을 비춰 상위정신체(에고)의 기능을 하는 하위마나스를 생성한다. 그리고 둘은 안타스카라나(Antaskaraṇa)로 연결되는데 명종 시 안타스카라나는 끊어지고 상위 마나스는 윤회체로서 저승으로 가며 하위 마나스는 몸에 남았다가 데바찬계(표준이론의 심령계)에서 상위마나스와 다시 만난다. 그러나 하위마나스가 욕망에 사로잡혀 산 저수준일 경우 안타스카라나는 영영 끊어지고 이후 하위마나스는 몇 번 더 윤회하며 저급 자아의 생을 살다가 결국 소멸한다. 그리고 인간의 7본질(구성요소) 중 최하위 본질인 육체와 2본질 링가샤리라(생기체), 3본질 프라나()는 명종 후 곧 소멸된다. 또 이드인 카마는 아스트랄계 입성 전에 윤회체와 헤어져 에테르계에서 소멸된다. 블라바츠키의 이러한 주장은 양심체(상위 마나스)와 에고(하위 마나스)를 연결하는 안타스카라나를 상정하여 이 둘이 끊어지면 에고는 비록 몇 생이지만 별도로 윤회하는 존재가 된다는 말이다. 이는 에고체가 별도로 윤회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영은커녕 양심체도 없는 사람이 이승에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되어 해괴한 이론이 되고 만다. 후학들은 이 점을 알았는지 이드와 에고는 그 경험을 상위마나스에게 바치고 체()와 그 의식은 소멸한다고 고쳐 주장하였다. 어쨌든 블라바츠키에서 명종 후 일단 살아남는 의식체는 이드인 카마, 에고인 하위 마나스, 영인 상위마나스-붓디-아트마가 되는 셈이다(블라바츠키 인간의 제7본질 중 제5본질 마나스 참조).

2) 또 신지학에는 혼이 진정한 자아이고 영은 至高者와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혼 속에 至高者의 불씨 또는 아트마적 요소가 들어 있다고 보아 혼이 진정한 자아라는 것이다(스로타파티, 신지학 첫걸음, 282쪽 참조). 신지학의 본류는 아니다.

3) 한편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전혀 변함이 없다. 몸도 환경도 변하지만 우리의 정체성은 불변이며 앞으로도 육체나 정신 또는 환경의 변화와 관계없이 여전히 변함이 없을 것이다. 우리 안에서 변하지 않는 그것이야말로 유일한 실재이다.”(신지학회, ‘신지학 홈스터디’)라고 하는 정신을 좀 차린 혼합성 주장도 있다.

4) 결론적으로 신지학의 주류 영혼론인 모나드 영혼론에서 이드와 에고(정신체)는 그 경험만 양심체에 바치고 체와 의식은 소멸하며 양심체인 마나스는 모나드와 함께 상승하나 결국은 같은 신세가 된다. 심지어 붓디체조차도 합일의 대열에 끼지 못한다. 아트마는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이승에 와서 혼의 헌신적 도움으로 금수만권(金手滿拳)이 되어 귀향하는 것이니 수지에는 맞았겠지만 운전수는 물론 처자식까지 버린 꼴이니 섭리에는 전혀 맞지 않는다.

 

(*) 우파니샤드와 베단타 철학에 따르면 환생하는 실체는 아트만인데 아트만은 비인격적 자아로서 개인적 속성(개성)은 없다. 아트만은 인간 존재의 실존적 기반을 구성하지만, 환상의 삶인 이승에서 생산된 모든 데이터는 모두 프라크리티의 것으로 아트만에는 기록될 수도, 영향을 줄 수도 없다. 다만 이승에서 이룬 영적 진보와 퇴보만 카르마로(불교라면 제8식인 아뢰야식에) 남아 아트만의 체험이 된다.

 

6) 어느 말이 맞을까? 죽어 보면 알 일이지만 표준이론이 맞다.

 

7) 12.6. ‘여러 사상에 나타나는 우주주기론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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