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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일리노이 가톨릭 성직자 450명이 아동 2천명 성학대

이인덕 기자 | 기사입력 2023/05/24 [08:48]
州법무장관 보고서 발간…가톨릭 자체 집계보다 4배 더 밝혀내

美일리노이 가톨릭 성직자 450명이 아동 2천명 성학대

州법무장관 보고서 발간…가톨릭 자체 집계보다 4배 더 밝혀내

이인덕 기자 | 입력 : 2023/05/24 [08:48]

▲ 가톨릭 사제 성학대 보고서 발간 기자회견하는 콰메 라울 미국 일리노이주 법무장관. AP=연합뉴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약 70년 동안 2000명 정도의 아동이 일부 가톨릭 성직자와 수도자들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3(현지시간) 콰메 라울 일리노이주 법무 장관 겸 검찰총장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696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1950~2019년까지 시카고 대교구를 포함한 일리노이주 6개 교구에서 가톨릭 사제·수사 등 451명이 아동 1997명을 대상으로 성 학대 등을 저질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2018년 가톨릭 교회 측이 자체 집계했던 가해자 수 103명보다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주 법무장관실은 교회 기록 10만 페이지 이상을 검토하고, 피해자 600여 명과 접촉하며 추가 가해자들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19601970년대 1117세 청소년 15명 이상을 학대한 토머스 프란시스 켈리 신부의 이름이 이번 보고서에 담겼다고 NYT는 전했다.

 

가톨릭교회 복사였던 한 피해자는 11살 때 켈리 신부가 자신을 자동차 극장에 불러낸 뒤 목사관으로 데려가 맥주를 권했으나, 잠에서 깨어나 보니 그가 자신을 성추행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라울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 보고서가 권력·신뢰를 남용해 무고한 아이들을 학대한 이들과, 이를 덮은 교회 지도자들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할 수 있길 희망한다""비록 가해자들이 법적 책임을 부과받지 않더라도 그들의 이름을 적시함으로써 공적 책임을 지우고, 오랫동안 침묵 속에서 괴로워했던 피해자들을 치유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고서에 기재된 성학대 행위들은 공소시효가 지난 데다 가해자들이 다수 사망해 형사기소는 물론 민사소송도 불가능할 전망이다. 시효가 지난 아동 성범죄에 대한 한시적 소송을 허용한 캘리포니아·뉴욕주와 달리 일리노이주는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리노이주의 이번 조사는 지난 2018년 펜실베이니아주의 가톨릭 성학대 실태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라울 장관의 전임자인 리사 매디건 전 장관이 착수했다.

 

매디건 전 장관은 당시 NYT 인터뷰에서 "이미 공개된 혐의 건수만 해도 충격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이날 보고서에 담긴 일리노이 가톨릭교회 내 성학대 실태는 펜실베이니아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지역 매체들은 전했다.

 

'가톨릭 사제 성추행 피해자 네트워크'(SNAP)는 실제 피해자와 가해자 숫자가 이날 보고서보다 많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다른 주 법무장관들도 비슷한 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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