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체질 의학에서는 태양인 계통의 체질에 무려 10개의 체질이 존재한다. 모두 다 맥으로 체질을 감별해 내는 것이다. 태양인 계열의 체질 대부분은 희소한 편이다. 태양인 계열의 한 체질은 1년에 1~3명 정도 볼 수 있고, 또 다른 체질은 2~3년에 한두 명 정도 볼까 말까 하게 희소한 편이지만 그중 태양인계 담허체질은 그나마 자주 진찰할 기회가 주어지는 체질이다. 그러니까 태양인 계열의 10개 체질 중에 가장 많은 체질이 담허체질이다.

50대 후반의 미인형에 날씬한(?), 조금 마른 편의 여자 환자분이었는데 어딘가 분위기가 달라 보였다. 어디가 아파서 오셨느냐고 물어 보니 가슴이 항상 답답하다고 한다. 체질 맥을 보니 태양인이다. 정확하게 담허체질이다. 전통 맥이나 복진에 별 이상이 없으므로 나는 앞뒤를 재 볼 것도 없이 담허체질에 해당하는 체질 침을 놓고 10분 뒤에 어떠냐고 물어보니 가슴이 시원하다며 눈이 휘둥그레진다. 신기해하며 이런 침은 생전 처음 맞아 본다며 웃는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체질 침의 효과와 24개의 체질을 맥으로 정확히 감별할 수 있으며 오진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스승이신 염태환 박사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태양인에게 해당되는 보약인 미후도단(獼猴桃丹) 한 달분을 처방하였다. 그날 이후 그 미모의 환자는 거의 매일 체질 침을 맞으며 효과가 매우 좋다고 늘 신기해하는 모습이었다. 한 달이 지나 얼굴색과 소화력이 아주 좋아졌고 그 덕분에 살도 보기 좋게 쪘다며 미후도단(獼猴桃丹) 한 달분을 더 복용하기를 원했다.

그 후 수개월 동안 소식이 없다가 감기에 걸려 내원했는데 원장님이 감기에 걸려도 절대로 양약은 먹지 말고 한약도 특이 체질이라 잘 받지 않으니 바로 내원하면 단박에 치료해 주겠다고 해서 감기에 걸리자마자 왔단다. 증상은 코 막힘, 콧물, 몸살, 미열이었다. 나는 즉석에서 계사탕(桂四湯) 2일분을 처방하였다(24체질 의학을 창도하신 염태환 박사가 태양인 계열의 10개 체질에 맞게 만드신 처방 중 하나). 2일 후 그 환자분이 체질 침을 맞으러 와서는 주신 감기약이 기가 막히게 듣더라며 또 한 번 신기해하였다. 이럴 때 의사인 나의 마음이 어떻겠는가? 무엇하나 부러울 것이 없다. 요즘 쓰는 말로 기분이 짱이다. 스승의 소중한 가르침에 나는 머리가 저절로 숙여지고 감사할 뿐이다.

▲ 최재훈(至平) 민제한의원(부설 24체질침연구소‧장튼튼연구소) 원장  © CR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