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의 ‘종교편향’ 지적에 대통령 비서실장 조계종 찾아 사과
'한센인 응원 십자가 담은 선물이 사과하고 사과받을 일인가'불교계의 ‘종교편향’ 지적에 대통령 비서실장 조계종 찾아 사과
상대 종교에 대한 견제 생겨나고, 그럴 때마다 종교 눈치 보며 사과 반복하는 해프닝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보낸 설 명절선물에 십자가 그림이 그려진 포장지를 사용한 것에 대해 불교계가 ‘종교편향’ 이란 반응을 나타내자 비서실장 등이 조계종을 찾아가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논란이 된 대통령실 선물 그림은 국립소록도병원 입원 환자들이 그린 것으로 질병과 편견으로 아파했던 한센인들을 응원하고 소록도가 치유의 섬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대통령실이 선물 포장 그림으로 선정한 걸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림에 십자가와 성당, 묵주 등이 담기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로 시작되는 한센인 환자의 기도문이 동봉되자 불교계 내부에선 종교 편향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상대 종교에 대한 견제 생겨나고, 그럴 때마다 종교 눈치 보며 사과 반복하는 해프닝
개신교와 가톨릭계 신앙이 표현된 포장지를 받아 든 불교계에서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통령실이 보낸 선물에는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로 시작되는 한센인의 기도문도 첨부돼 있었다. 소록도와 기독교의 관계상 자연스러운 포장이랄 수도 있다.
대통령실은 이런 자연스러운 선물을 놓고 당당하게 표현하기는커녕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이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방문해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만나 사과를 했다.
이 실장은 이 자리에서 부주의하고 생각이 짧아 큰스님들께 보내는 선물에 다른 종교의 표식이 들어갔다며 큰 결례를 범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아직 도착하지 못한 선물들은 다시 회수한 뒤 포장을 적절히 교체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진우 총무원장은 보고를 받고 조금은 놀라기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오셔서 해명을 해주신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정치권이 기본적 종교 예법을 어긴 일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지난 2020년 황교안 당 대표 명의의 설 선물로 불교계에 육포를 보냈다가 회수한 사실이 드러나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조계종은 대승불교의 영향을 받아 스님의 육식을 금하고 있는데, 육류를 선물한 것은 결례였다. 논란이 커지자 황 대표는 “조계종에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대단히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다종교다문화사회를 지향하는 나라에서 이렇듯 은 이제 그만 둬야 하지 않겠는가. <저작권자 ⓒ CR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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