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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행복

박길수 | 기사입력 2024/05/26 [09:22]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

노년의 행복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

박길수 | 입력 : 2024/05/26 [09:22]

우리 부부는 일흔을 넘기고서 그동안 가볍게 여기고 해왔던 일상이 하루 중 가장 즐겁고 보람찬 소일거리이고 노년 삶의 귀중한 생명의 소명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10년 전 날벼락 같은 뇌출혈로 내 사랑하는 아내는 의식 없는 식물인간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하루아침에 죄없이 착하고 부지런하며 상냥하고 남편밖에 모르던 내 아내는 온몸에 생명 연장 장치만 부착하고 아침 저녁 없이 침상에 누워만 있게 되었습니다.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내 아내 생명 연장을 위해 남편은 최소 하루 한 시간 이상 재활운동을 시켜야 합니다.

 

큰 격식없이 다치지 않게 내 사랑하는 아내의 몸과 팔 다리를 움직여줘야 가련한 내 아내는 주입한 음식을 소화시키며, 가래를 뱉어내고, 숨쉬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아내의 하루 3끼 식사와 배설, 그리고 한 차례 팔 다리 재활운동은 우리 둘이 9년 동안 항상 함께 했습니다.

 

1년 병원 생활 후 내 이쁜 아내는 생명 연장 장치를 그대로 두룬 채 집으로 살아서 퇴원했지만, 우리는 이 사회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실은 눈물나게 행복하고 또 행복했습니다.

 

이제 이 집에서 10년차가 됐으니 가능하면 더 즐겁게 서로를 아끼며, 알차고 포근하게 사랑하고, 보람있게 생을 마감하려고 다짐을 합니다.

 

지난 9년 동안 정해진 시간에 놀이처럼 하던 손과 발 재활 운동이 일흔을 넘기면서 하루 중 가장 안심되고, 참으로 다행스럽고 또 새 생명의 기대로 가슴 뛰는 우리 부부 밀월여행이 되었습니다.

 

일흔을 넘어 우리 둘은 점점 더 한몸이 되어 돌이킬 수 없이 깊은 사랑에 빠지고 만 모양입니다. 이제 껴안고 있지 않으면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게 되었으니 청승맞다는 말도 듣게 되고 말았습니다.

 

남편은 약값과 생활비를 벌려고 어쩔 수 없이 꼭두새벽에 일을 나갔다가 늦은 아침에 파김치가 되어 돌아옵니다. 그러나 눈빠지게 기다려주는 아내 때문에 그만 눈물이 핑 돌고, 바로 새로운 힘이 솟아오릅니다.

 

내 착하고 고지식한 아내는 그 자세 그대로 전혀 움직이지도 않은 채, 그래도 아무 불평 없이 늙어버린 자기 남편만을 자랑스럽게 기다리고 있답니다. 9년이 지났어도 그동안 그 모습 그대로 아무런 변화 없이, 그녀는 사랑하는 자기 남편만 애타게 기다립니다.

 

일흔을 넘어 여든이 지날 때도 그저 한 곳에서 한 생각으로 변함없이 애타게 기다려주는, 한결같은 착한 아내의 사랑을 곁에 둔 노년 삶이야 말로 놀랍고 황홀한 행복 그 자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박길수

1952년 광주 출생, kt퇴직, 10년전 부인이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 재택 간병 중임. 또한 요양보호사로서 장애인 활동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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