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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부인을 놓고 벌이는 종교적, 정치적, 문화적 상상력

장정태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4/06/05 [09:41]
『삼국유사』 기이편 총 314자로 된 <수로부인> 조의 다양한 해석

수로부인을 놓고 벌이는 종교적, 정치적, 문화적 상상력

『삼국유사』 기이편 총 314자로 된 <수로부인> 조의 다양한 해석

장정태 논설위원 | 입력 : 2024/06/05 [09:41]

▲ 강원 삼척시 원덕읍에 위치한 수로부인헌화공원. 삼척시

 

장정태 박사의 한국종교학

 

고려말 승려 일연(1206-1289)에 의해 저술된 삼국유사의 성격은 우리나라 고대역사를 담은 사서이지만 민간전승을 담은 야사집, 불교사서,고승전,설화집이며,향가와 설화를 담은 문학서이자 직접 발로 쓴 답사문학의 걸작이기도 하다. 내용을 살펴보면 서민중심의 이야기를 보다 풍부하게 담고 있다. 이와같은 분류는 삼국유사가 왕력,기이,흥법,탑상,의해,신주,감통,피은,효선 등 9편의 복합적인 성격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꽃을 꺾어오는 노인은 도가적.불교적 인물, 수로부인은 무속의 사제자 무당

 

삼국유사기이편에는 총 314자로 된 <수로부인> 조에 두 가지 사건이 등장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노인이 등장하여 수로부인이 얻고자 하는 꽃을 꺾어오는 <헌화가><해가>에 등장하는 사건이다.

 

꽃을 꺾어오는 노인을 도가적 인물, 불교적 인물로 본다면 수로부인의 경우는 무속의 사제자 무당이다. 점심을 먹고자 편 상이 무당의 굿판이란 주장이다.

 

<해가>에서 등장하는 수로부인을 납치해간 용은 신라를 위협하는 바다 건너의 세력이며 이 사건을 통해 수로부인은 신라 공동체의 결속을 공고히 하게 되는 상징적 인물로 묘사가 된다.

 

수로부인이 용에게 납치가 되었을 때 남편인 순정공은 바닥에 쓰러져 어찌할 바를 모른 반면, 토착 세력(주로 백성)들은 한 노인의 제안으로 힘을 결집하여 용에게 대항하기 때문이다. 결국 수로부인은 한편으로는 외부 세력을 막아내는 데 한 역할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신라 내부 구성원들의 연대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한다.

 

이는 정치적 문화적 기사로 역사 단위인 성덕왕대라고 하는 정치상황과 결부시키는 등 연구자들의 상상력이 최대한 동원되고 있다.

 

소란한 민심을 남편 순정공은 국가권력으로, 부인은 신통력으로 다스린다

 

두 가지 설, 무당 혹은 정치적인 갈등을 해소하며 안정을 도모하는 구심체로 수로부인과 그의 남편으로 소개되는 순정의 행동을 통한 절충적인 부부의 역할 분담 주장이다.

 

물길을 뜻하는 수로라는 이름을 가진 부인의 용모가 아름답고 궁벽한 곳을 지날 때마다 귀신 따위에게 빼앗긴 바 되었다고 했다. 이 점은 수로부인이 무당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되는 대목이다. 소란한 민심을 남편은 국가권력으로, 부인은 신통력으로 다스리기 위해 두 사람이 함께 갔으리라고 생각된다.

 

<헌화가><해가> 가운데 특히 <해가>는 굿 노래며 위협해서 뜻을 이루는 주술방식과 같다.

 

수로부인조 <해가>에 등장하는 용은 강릉지방의 토호세력이며 <수로부인>을 납치해간 사람은 지방호족의 사병이다. 막대기를 치며 <해가>를 부른 것은 역모를 꾸민세력에 대해 경거망동한 행동을 하지말 것을 경고하는 백성의 소리다.

 

그동안 수로의 정체에 대하여 논의된 본문 내용을 정리하면,

 

무병을 앓고있는 무당이라는 주장

보통사람이 아니라 샤먼(shaman)이라는 주장

영남이북 지방에 주로 분포되어 있는 강신무라는 주장

굿을 하는 무녀라는 주장

고귀한 신분을 지닌 귀족이라는 주장

신라의 절세미인이라는 주장

기사의례를 하는 여성이라는 주장

대모신이라는 주장이 있다.

 

▲ 수로부인은 강우를 조절하는 존재 즉 용신을 몸 주신으로 하는 무속인으로 주장되고 있다.

 

수로부인이 해룡에게 납치된 것은 샤먼인 수로부인 혼의 엑시타시

 

이와같은 주장의 근거로 <헌화가>에서 신내림을 받은 수로부인이 해룡에게 납치되었다고 하는 것은 샤먼인 수로부인의 혼이 몸밖으로 나가서 여행 중에 있는 엑시타시 상태이며 이와같은 현상을 이해못한 순정공과 백성들이 부른 <해가> ‘거북아, 거북아용야, 용아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신적 존재인 용을 직접 위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로(水路)부인은 물의 신인 용신에 포제션(Possession)된 상태로 샤먼으로서 강우를 조절하는 존재 즉 용신을 몸 주신으로 하는 무속인으로 주장되고 있다.

▲ 삼국유사 수로부인 조

 

<수로부인(水路夫人)>

성덕왕(聖德王) 때 순정공(純貞公)이 강릉태수(江陵太守; 지금의 명주溟州)로 부임하는 도중에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 뒤 편안하게 이틀을 가다가 또 임해정(臨海亭)에서 점심을 먹는데 갑자기 바다에서 용이 나타나더니 부인을 끌고 바닷 속으로 들어갔다. 공이 땅에 넘어지면서 발을 굴렀으나 어찌 할 수가 없었다. 또 한 노인이 나타나더니 말한다. "옛 사람의 말에, 여러 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 했으니 이제 바닷 속의 짐승인들 어찌 여러 사람의 입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마땅히 경내(境內)의 백성들을 모아 노래를 지어 부르면서 지팡이로 강언덕을 치면 부인을 만나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공이 그대로 하였더니 용이 부인을 모시고 나와 도로 바쳤다. 공이 바닷속에 들어갔던 일을 부인에게 물으니 부인이 말한다. "칠보궁전(七寶宮殿)에 음식은 맛있고 향기롭게 깨끗한 것이 인간의 연화(煙火)가 아니었습니다." 부인의 옷에서 나는 이상한 향기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

 

수로부인은 아름다운 용모가 세상에 뛰어나 깊은 산이나 큰 못을 지날 때마다 여러 차례 신물(神物)에게 붙들려 갔다. 이때 여러 사람이 부르던 해가(海歌)의 가사는 이러했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부인을 내놓아라, 남의 부인 앗아간 죄 그 얼마나 크랴.

네 만일 거역하고 내놓지 않는다면, 그물로 잡아서 구워 먹으리

 

거북아 거북아로 시작된 해가는 고대인들이 노래의 마력을 믿고 불렀던 이른바 주가의 하나다. 수로부인을 납치해간 것은 용인데, 정작 노래에서 거북을 부르고 있는 것은 아마 용과 거북이 고대 원시신앙에서 다같이 하나의 신으로 생각되었고, 그 신에 해당하는 우리 고어 이었던 데에서 연유되어온 혼동일 것이다. 그리고 이 <해가>는 독창적인 것이 아니고 그 이전에 있던 가락국의 개국설화에 나오는 주가를 이어온 서민들의 기도문이다.

 

거북아, 거북아 [구하구하(龜何龜何)]

머리를 내어놓아라 [수기현야(首其現也)]

내어놓지 않으면 [약불현야(若不現也)]

구워 먹으리라 [번작이끽야(燔灼而喫也)]

 

<구지가>라는 이름의 주가를 가져다 수로부인의 경우에 맞게 사실을 삽입, 발전시킨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구지가><해가>에서 보는 바와 같은 위협하는 주가의 한 짜여진 틀이다. 일반적으로 관용되어 주력이 미치는 대상이 용이든 거북이든 또 다른 무엇이든 구애받지 않고 단지 대상을 위협하는 주가를 불러야 할 그때 그 경우에 맞게 가사를 보완해 넣어 불러진 풍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문헌의 기록 그대로에 준하면 <구지가>1세기경의 노래인데 이 <구지가>의 출현은 바로 여기에 제시한 바와 같은 위협적인 주가의 한 양식을 낳게 한 계기가 된, 하나의 전형이 될 것이다.

 

<해가>에 등장하는 임해정은 바다에 면한 정자이므로 용왕에게 기도하기 위해 좋은 장소였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다는 것은 음식을 장만해 제사상을 차렸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순전공에게 조언한 노인은 기우제를 주관한 제사장이었을 것이다. <해가>는 기우제의 집단주문이며 막대기로 언덕을 두드리는 것도 수신에 비를 호소하는 주술이었다. ‘수로(水路)’는 곧 물길 용왕과 접신해 물을 끌어오는게 부인의 임무였다. 바다의 용에게 붙잡혀간 것은 수로부인이 접신할 때 일종의 환각상태에 빠졌음을 암시한다. 점심을 먹다가 일어난 일을 놓고 부인을 무녀로 보는 견해도 있다. 점심을 먹는 것은 곧 굿판을 벌이는 것이며, 두 늙은이는 무녀가 맞이한 신, 부인이 바다속으로 들어간 것은 일종의 황홀경에 빠진것으로 보고 무녀설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 단 그녀는 무당보다 당시 신라사회에서 기우제의 신녀를 맡은 역할 대행자로 보고 있다.

 

미스테리 내용을 놓고 다양한 해석과 추론-그저 즐겁게 상상하면 된다

 

삼국유사의 집필자 일연의 집필의도를 알 수 없다. 우리는 다만 추론하고 있을 뿐이다. 아울러 이계복의 <정덕본>이전 내용도 알 수 없다. 우리가 보고 있는 삼국유사가 온전한 내용으로 전달되었는지 확실할 수 없다. 모두 미스테리인 지금 내용을 놓고 다양한 해석을 한다. 오늘 우리가 본 <수로부인>조에 등장하는 주인공 수로부인에 대해 많은 억측을 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이 모두 옳은것도 모두 그른것도 아니다.

 

삼국유사의 내용이 신이한 내용이란 주장처럼 보고 즐겁게 상상하면 된다. 본 연구 역시 몇몇 연구자들의 연구서를 중심으로 소개하면서 그들의 상상력을 함께 공유할 뿐 다른 의도는 없다.

▲ 장정태 삼국유사문화원장(철학박사. 한국불교사 전공)  © CR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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