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된 주어사·천진암의 천주교 성지화도 연구대상
그러나 서원을 더 잘 보존하기 위해 시도한 건축이 복병을 만났다. 옛 사찰 터에서 발견되는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도봉서원은 조광조가 생전에 찾았던 영국사라는 절이 있던 자리였던 것이다. 불교계가 자신들의 터를 주장하면서 공사가 일시 중단되었다. 지금은 헐리기 전 도봉서원의 모습을 사진으로 만들어 걸어놓고 향사를 지낸다. 최근에도 유림에서는 향사가 있는 도봉서원을 다녀왔다.
도봉서원은 과연 서원으로 남아야 할까, 절로 환원시켜야 할까.
스님의 생신에 참석한 날 만난 ‘공주’라 불리는 사람을 보고 다시 떠올려본 생각이다. 그녀는 자신은 물론 주변사람들이 공주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녀는 황실의 일원은 맞지만 공주는 될수 없는 신분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조선 왕실이 현재에도 존재하지만 그녀는 공주가 될 수 없다. 황실관계자도 3세손들에겐 황실을 존중하는 의미로 '황제의 직계후손'이라는 뜻의 ‘황손’, 혹은 소속된 단체가 있다면 단체의 직책(예: 회장, 이사장, 원장 등)이나 '선생님' 정도로 불러주어도 무방할 듯 하다고 말한다. 과거의 공주가 현재의 공주가 아니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서원으로 변한 과거 사찰이 계속 절로 불릴 수 있나 하는 의문이 생겼다. 다만 도봉서원뿐 아니라 소수서원,나주향교와 같이 서원 혹은 향교를 세우기 위해 사찰을 강제 폐사시켰는지, 유자들에 의한 수탈로 승려들이 절을 비워 자연스럽게 폐사되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천진암, 주어사 등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노력이 불교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천진암’을 “한국 천주교회의 발상과 관련되는 사적”으로, ‘주어사’를 “권철신의 주도로 한역서학서의 강학이 이루어진 장소로서 한국천주교회의 요람지”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천진암·주어사는 조선 후기 서학을 공부하던 이들에게 강학 장소를 내어주다 스님들까지 핍박당해 폐사된 사찰로 알려져 있다.
천진암은 1970년대부터 변기영 천주교 수원교구 신부가 인근 터를 매입하기 위해 영통사, 회령사 스님들을 몰아내고 천진암의 ‘암자 암(庵)’을 ‘풀이름 암(菴)’자로 바꿨다. 주어사도 천주교한국순교복자수도회가 산림청과 1982년부터 ‘분수림 설정 계약’을 맺으며 사지 점유에 나섰지만, 불교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현재는 재계약이 무산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주어사의 역사를 되찾기 위한 발굴조사를 한 결과 진행한 결과 ‘조와이주신(造瓦以主信)’ 글씨가 새겨진 기와와 고대 인도문자인 범자(梵字)가 찍힌 암막새 조각, 백자 조각, 상평통보 등이 발견됐다. 본존불을 모신 건물인 금당 등 건물터 유적 2동도 확인되면서 조선 중기까지도 사격이 컸던 중요 사찰임이 확인된 상태다.
<저작권자 ⓒ CR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