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싱이 고향인 추근(치우진 1875-1907)은 시인이자 청나라 말기 최초의 여성혁명가다. ‘아름다운 붉은 옥 같은 가을’이라는 추근(秋瑾)의 이름은 가을이 저물어 갈 때 서리로 몸을 익힌 붉은 홍시를 연상케 한다. 그녀는 이곳의 수채화 같은 감나무 잎에 시를 써서 사랑하는 이들과 정을 나눴다.
고달픈 세월을 지나 자비로운 손길로 맞아주듯 편안함에 취해 고택 문턱을 넘어선다. 미로 속에 감춰진 그녀의 신비스러운 관조를 상상해 본다. 청초하고 다부졌던 소녀가 시를 짓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녀는 11세에 시를 지었고 두보, 신가헌의 시집을 늘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추근의 어머니는 넓은 바다 같은 사랑으로 그녀가 잘 되기 만을 티 없는 정성으로 기원하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명문 귀족 출신으로 시를 잘 지었으며 근검하고 알뜰히 살림도 잘 하였다. 특히 추근에게는 엄격하면서도 자상하게 대했으며 유년시절에 새롭고 바른 지식을 깨우쳐 준 것도 어머니였단다. 추근이 문장과 시를 잘 지을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어디선가 목각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여기서 여장부처럼 오빠들과 어울려 칼싸움을 하며 병정놀이를 하였다. 이때부터 여성 혁명가의 꿈이 꿈틀되지 않았을까?
서재 겸 방에는 성인이 되어 남성으로 변장한 ‘보이시’한 모습의 추근 초상화가 걸려 있다. 여기에서 일찍 일어나 희미한 새벽 달빛 아래 샘물을 길러 우려낸 차를 마시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밝은 창 아래 잘 정돈된 책상 앞에 앉아 경서, 역사 서적과 같은 고전시를 읽었다. 가지런히 놓여 있는 붓을 들어 그 시대 청나라 의 잔학한 통치와 외세에 빌붙는 매국 행실을 규탄하고, 여성 해방 운동으로 남자와 여자는 평등해야 한다며 나라 일을 근심하고 염려하는 뜻을 담아 많은 시문을 지었다. 나라와 민족의 존망은 사람의 마음을 바로 잡는 것과 재주를 넓히는 일이라 생각하고 몸과 마음을 단련하였다.
거칠 것 없는 기상이 넘쳤던 추근은 남자보다 굳센 혁명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녀는 여성해방운동은 아이를 잘 기르는 일부터 시작한다고 여겼다. 육아의 근본은 어머니의 교육이요. 이 근본은 여성 교육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그런 혁명을 위한 일이라면 자신의 침실도 혁명의 요새로 활용했다. 혁명 문서와 무기를 침실 뒤쪽에 있는 작은 밀실에 감추어 두었다. 추근이 체포된 후 청나라 군사들이 여러 번 이 집을 수색하였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추근(秋瑾) 가문은 피로 뭉쳐진 혁명적 투사들” 그녀의 친오빠 추예장은 북경 노공국에서 임직한 적이 있고 후에는 황하 보수공사를 감독하며 추근과 같이 광복회 동맹회 등 혁명조직에 참가했다. 소흥 대통 학당에서 역사, 지리 교원직을 맡은 적이 있는데 추근과 함께 동지회를 집합하여 여러 곳을 다니면서 혁명을 비밀리에 도모하였다. 대통의 일이 탄로 나자 청나라의 체포를 피하기 위해 전국으로 도망을 다녔으며 후에는 요녕, 천진 등지로 망명하였는데 마지막에는 우환과 과로로 인하여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추근의 올케 장순지는 1891년 추근의 오빠 추예장과 결혼하였다. 그녀는 글재간이 좋아서 시도 잘 지었다고 한다. 올케와 시누이 사이가 매우 돈독하였으며 늘 시문을 서로 주고받았다. 장순지는 도리에 밝고 정의로운 여인이었으며 추근이 혁명을 하는데 있어서 경제적인 후원을 적극적으로 하였으며 집안에 있는 가보나 장신구를 팔아 급할 때 사용하게 했는데 마지막에는 가문에 전해 내려온 ‘우보재(又補齎)’ 화첩마저 저당 잡히면서 투쟁했다고 한다.
“여성 혁명 성공을 위해 자신만의 계책을 실천한 추근”
첫째,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글로 적은 다음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매일 노력했다. 또한 매일 아침저녁으로 그 목표를 검토한다.
둘째, 일생의 목표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자신이 책임진다.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반복한다.
셋째, 성공하기 위해서는 목표에 헌신한다. 배수의 진을 치고 돌아가는 일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고 끊임없이 반복한다.
넷째, 열심히 성심을 다해 노력한다. 전심전력(全心全力)을 다하고 다른 혁명가보다 혁명을 위해 항상 더 많이 일한다. 이것이 혁명을 성공시키는 핵심이다.
다섯째, 결단력과 끈기로 계획을 실천한다.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매일 다짐한다. 혁명이 성공을 거두는 데 가장 중대한 사안은 끈기일 뿐이다.
정기 있는 안색은 민중을 위하여 깨끗하게 살아간 뼈대 있는 시인의 지성과 인간상이 서늘한 초상화 한 폭 속에 넘쳐흐른다. 맑은 눈빛에 새겨진 어질고도 굳건한 여성 해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엿보인다. 형형하게 빛나는 이목구비 속 맑고 큰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진정 전신의 묘를 다한 여인이라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다. 몸체의 의복 주름은 너그럽고도 풍신해 보이는 검은 바탕 이었는데 마치 그녀가 산곡 간에 피어나는 안개 속으로 검은 말을 타고 질주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녀의 처절했던 짧은 인생은 시대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았다. 추근은 결단코 안락한 삶을 원하지 않았다. 슬픔과 피의 고통의 마음으로 끊임없이 혁명에 앞장서고 고로했던 마음을 담아 시를 짓고 읊으며 위로받았다.
“가슴속에 담아둔 혁명은 결코 참 혁명이 아니오. 행동으로 옮길 때만이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오!” <저작권자 ⓒ CR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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