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민속학 아닌 민속불교학으로 봐야 한다
서민들 투박한 손길의 ‘民佛’-巫와 佛의 ‘융합’ 아닌 습합(習合)불교민속학 아닌 민속불교학으로 봐야 한다
장정태 박사의 한국 종교학
우리가 흔히 산길에서 만나는 바위에 투박하게 새겨진 부처의 모습이 있다. 우리는 흔히 민속불상 혹은 민속부처라고 부른다. 대개 약해서 민불(民佛)이라고 말한다.
민불의 또 하나 특징은 서울시 봉천동 재개발로 사라진 부부미륵 같이 부처를 부부의 인연을 맺어주는 일이다. 불교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가정을 꾸리고 부부가 함께하는 지극히 자신들의 입장에서 불교를 이해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한국불교계는 일본 불교학의 개척자 고라이 시게루(1908-1993)가 처음 주장한 불교민속학을 생각없이 받아들였고 그의 연구결과물을 중심으로 그 언저리에서 연구하고 있다.
서민들의 투박한 손길로 조성된 부처의 모습을 민불이라고 한다면 불교민속학 보다는 민속불교학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한국 학계는 습합이 일본에서 조합된 일본용어라는 주장과 함께 대체용어로 융합을 말하고 있다. 융합을 사전적 의미로 살펴보면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하여지거나 그렇게 만듦. 또는 그런 일"이다.
한국 전통사찰에서 산신과 조왕은 "서로 녹아서 구별없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산신, 조왕은 본연의 모습과 역할을 간직한채 사찰에 존재하고 있다.
한국 불교에서 사용하는 불교민속은 습합(習合)이란 용어보다 더 왜색에 가까운 친일적 용어다. 그러나 그것을 왜색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그것이 학문이 가지고 있는 자유영역이며 연구자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사상사학회에서 습합이란 주제의 세미나가 있었다. 원래 주제는 "무와불의 갈등과 융합"이었다. 그러나 발표자 대부분이 습합으로 주제를 잡고 발표를 했다. 유독 한 사람만 습합은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해서 한 순간 발표장 분위기를 흐뜨려 놓았다, 이에 대한 소감을 적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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