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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여성 쉼터 '막달레나의 집' 새운 문 요안나 수녀 선종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24/12/01 [19:44]
1953년부터 70년 동안 한국서 사역...지난해 주변에 폐 된다며 미국으로

성매매 여성 쉼터 '막달레나의 집' 새운 문 요안나 수녀 선종

1953년부터 70년 동안 한국서 사역...지난해 주변에 폐 된다며 미국으로

이광열 기자 | 입력 : 2024/12/01 [19:44]

 

▲ ‘막달레나의 집’을 1985년 함께 설립한 문애현(왼쪽) 수녀와 이옥정 대표가 2018년 찍은 사진. 막달레나 공동체 제공  © CRS NEWS

 

성매매 여성들의 쉼터 '막달레나의 집'(현 막달레나 공동체)을 설립한 문 요안나(본명 진 멀로니·한국명 문애현) 수녀가 지난달 28일 오후 9시께(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메리놀수녀회 본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이옥정 막달레나 공동체 대표가 1일 전했다. 향년 94.

 

본명이 진 멀로니인 문 수녀는 지난해 7월 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70년 동안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하며 문애현이란 한국 이름으로 살았다. 요안나는 세례명이다. 고인은 원래 한국땅에 묻히길 희망했으나, 주변에 폐가 될 것 같다며 지난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미국에 쌍둥이 동생이 살고 있었지만, 그 전에 세상을 떴다.

 

미국 시러큐스 출신인 문 수녀는 고교를 졸업하고 간호학교에 입학했다가 메리놀수녀회에 입교했다. 195310, 스물셋의 젊은 나이에 이역만리 한국땅에 도착한 파란 눈의 수녀가 처음 일한 곳은 부산 메리놀병원. 한국전쟁 상흔이 아물지 않아 하루 2천명씩 환자가 몰려들던 시기여서 그가 처음 맡은 일은 문 앞에서 환자 줄을 세우고, 대기 번호표를 나눠주는 일이었다. 하루 13시간씩 일하던 그를 환자들은 문 수녀라고 불렀고, 결국 그의 성씨가 됐다. 문 수녀는 이후 충북 증평 메리놀 병원과 인천 강화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등지에서 환자들, 노동자들과 함께했다. 강화도에서 사랑과 지혜란 뜻을 지닌 애현이란 이름도 얻었다.

 

▲ 의료보헙을 받지 목하는 성매매여성들을 위해 요셉의원 등서 무료진료를 받게 해준 문애현 수녀

 

그의 삶을 바꾼 것은 1984년 서울 용산역 앞에 살면서 성매매 여성들을 상담하던 이옥정(77)씨와의 만남이었다. 두 사람은 이듬해인 1985722일 용산역 부근의 건물 2층에 방을 얻고 막달레나의 집을 연다. 전국 최초이자 유일했던 성매매 피해 여성 쉼터의 출범이었다. 화장실이 없어서 매일 아침이면 용산역에 있는 공동 화장실까지 휴지를 들고 달려가야 했지만, 그는 냉대받고 의지할 곳 없는 성매매 여성들을 스스럼없이 대하며 정성스럽게 돌봤다. 이후 30년 넘게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밥상공동체이자 야전병원, 친정이 되어준 막달레나의 집은 2018년부터 성매매 위기에 노출된 가출청소년들을 위한 무료진료소 운영과 성매매 예방사업에 집중한다.

 

고인은 지난해 8월 미국으로 돌아가기 직전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와 인터뷰에서 70년간 한국에서 겪은 선교가 어떤 것이었느냐는 물음에 "사랑"이라고 답했다. "서로서로 믿고 사랑하는 거 참 중요하죠. 아주 중요해. 좀 여러 군데 다니며 일했는데, 무슨 일을 했는지는 잊어버려요. 그러나 나의 태도,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 서로 존경하고, 믿고 사랑했다는 것만 남아요. 예수님이 그걸 가르치고 싶은 거 같아요. 물론 싸움도 많이 하고 어려운 일도 있지만. 결국엔 용서할 거니까요."라고 했다.

 

이옥정 대표는 지난해 또 만납시다란 말을 남기고 미국으로 가셨는데, 다시 보지 못할 곳으로 떠나셨다한국을 너무나도 사랑하신 수녀님, 예수님이 원하시는 삶을 기쁘게 사신 수녀님이셨다고 떠올렸다.

 

영결식은 미국에서 열리고, 한국에서는 7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전진상센터에서 추모 미사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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