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불교에 남겨진 도가사상의 흔적 너무 커
종횡무진 한국불교의 원류를 찾아서(107)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불교를 냉철하게 객관화하여 일고찰(一考察)을 해 보자. 누차 이 지면을 통해서 강조하는 담론이지만, 우리 한국불교의 정체성 문제이다. 현재의 한국불교 모습은 세계 여러 나라 불교와 비교해 보면 너무나 한쪽으로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선종불교(禪宗佛敎)를 내세우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도교인지 불교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때가 너무 많다.
불교의 참 면목은 이런 도교적 청담이나 무속적 기복 성향과는 무관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한국불교 인식은 단순하게 어제와 오늘에 형성된 것이 아니다. 사실 이 문제는 불교 존립과도 관련이 있는 현안 이슈이다. 사찰운영에 있어서 도교적 성향이나 기복성을 빼고 나면 한국불교는 당장 존속하는데 최악의 위기를 맞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불교라는 종교의 큰 틀에서 본다면 이런 문제는 어쩌면 지엽적인 문제일 수도 있으며, 정법 강화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다. 다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는 더 근본적인 데에 있다 하겠다. 사실 한국불교는 중국불교의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였는데, 중국불교는 순수한 불교 요소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아주 초기부터 현학(玄学)이라는 앵글로 불교를 수용하는 격의불교 과정이 있다.
격의불교(格義佛敎)는 불교 이해 내지 해석상의 방법이다. 격의(格義)는 불교의 중국 전래 초기인 위진시대(魏晋時代: 220∼420)에 나타났던 불교 교리 이해 방법 또는 불교 연구 방법이다. 한문으로 번역된 불교 경전에 기술되어 있는 사상이나 교리를 노장사상(老莊思想)이나 유교사상(儒敎思想) 등의 전통 중국 사상의 개념을 적용하여 비교하고 유추함으로써 이해하려고 하는 방법이다. 말하자면 불교가 서역에서 중국에 전해질 때가 후한 시대인데, 불교가 처음 전해져 왔다는 것이지, 뿌리를 내린 것은 아니었다.
노장사상(老莊思想)은 도가(道家)사상이라고도 하는데, 중국사상(中國思想)의 여명기인 춘추전국시대 이래 유가(儒家) 사상과 함께 중국 철학의 두 주류를 이루었던 학파이다. 제자백가의 하나로, 대표적인 사상가는 노자와 장자이며, 전국시대 중기에 유가와 함께 유력하였다.
유교(儒敎)는 중국 춘추시대(기원전 770~403) 말기에 공자(孔子)가 체계화한 사상인 유학(儒學)의 학문을 이르는 말로, 동아시아 특유의 종교 및 철학 체계이다. 시조 공자의 이름을 따서 공교(孔敎)라고도 한다. 지켜야 할 인륜의 명분(名分)에 대한 가르침이라고 하여 명교(名敎)라고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위진남북조 시대의 현학과 격의 불교를 철저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나라가 끝나고 위진 남북조 시대가 전개됐는데, 무려 3백 년의 긴 시간이 소요됐다. 위진남북조 (魏晉南北朝, 220년∼589년)는 중국 역사에서 300년 이상 지속된 중국의 분열기로, 위나라와 진나라, 그리고 오호십육국 시대, 남북조 시대를 하나로 묶어서 부르는 역사 용어이다. 이 시기는 왕조 교체 속도가 빠르고 여러 정권이 공존하는 상황이 있었으며,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남북이 대치하는 구조를 보였다. 위진남북조는 220년 조비(曹丕)가 후한(東漢)의 황위를 찬탈하고 스스로 위를 세운 것에서 시작하여, 589년 수 문제(文帝) 양견(楊堅)이 남진(南陳)을 멸망시키고 중국을 재통일하면서 끝났다. 총 369년에 걸친 이 시기는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삼국 시대(220~266), 서진(西晉) 시대 (266~316), 동진과 십육 국 시대 (316~439), 남북조 시대(439~589)를 말한다.
격의불교라고 하는 것은 예를 들어, 불교 경전인 《반야경(般若經)》에 나오는 ‘공(空)’에 대해 노장사상의 ‘무(無)’ 개념을 적용하여 그 내용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죽림칠현이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격의불교로는 불교에 대한 참다운 이해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인도에서 생긴 공사상은 ‘공(空)’이라고 표현하는데, 산스크리트어로 순야타(Śūnyatā)라고 한다. 공은 비어 있다는 의미이며, 공허(空虛))를 번역한 것이다. 그러나 공허는 모든 것이 텅 비어 있다고는 하지만, 진공(眞空) 상태라기보다는 인연 따라 생기는 것을 말한다고 해야 하는데, 공의 본의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상당한 사색과 명상이 필요하다.
본래 없다가 단지 지금 있는 것[本無今有=空卽是色]이고 지금의 있음이 지나면 없음으로 돌아가는 것[已有還無=色卽是空]을 뜻한다. 일체개공(一切皆空)을 주장하는 공 사상(空思想)은 불교를 일관하는 기본 교의 또는 사상이다.
노자의 우주관에 따르면 이 우주는 도(道)로 가득 차 있다. 노자의 도(道)는 우주의 모든 만물을 산출하는 배후의 힘을 가리킨다. 이 도의 작용에 의해 포착 가능하지 않았던 것이 우리에게 포착될 수 있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전자가 무, 후자가 유이다. 즉, 절대적인 없음에서 만물의 존재가 나오는 인과적 관계가 아니다. 노자는 도의 작용이 있기 전, 파악 가능하지 않은 것을 무라고 하고 파악 가능한 것을 유라고 한다. 노자의 무와 유는 서로 순환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원인이 되고 영향을 주어 의존하는 상관적 관계이다. 무가 유가 되기도 하고 유가 무가 되기도 한다. 얼른 보면 도교와 불교는 매우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보검<세계불교네트워크 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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