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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첫 자서전 ‘희망’ 출간…2019년부터 손수 집필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25/01/15 [20:17]
베네딕토 16세가 건넨 흰색 상자는 ‘학대·부패 성직자 X파일“ 밝혀

교황, 첫 자서전 ‘희망’ 출간…2019년부터 손수 집필

베네딕토 16세가 건넨 흰색 상자는 ‘학대·부패 성직자 X파일“ 밝혀

이광열 기자 | 입력 : 2025/01/15 [20:17]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자서전 희망’(원제 Spera)14(현지 시간) 세계 80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300여 쪽의 희망1936년 아르헨티나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교황의 인생을 담고 있다. 원래 사후에 출간될 예정이었으나, 가톨릭교회가 25년민에 돌아온 은총의 해인 희년을 맞아 올해 출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서전이 희망(원제:Spera)’이라는 제목으로 14일 세계 80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이 자서전은 원래 교황 사후에 출판될 계획이었으나 올해 25년만에 돌아온 가톨릭의 성스러운 해인 희년(禧年·Year of Jubilee)에 맞춰 출판이 앞당겨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에도 과거 대담을 엮은 형식의 회고록을 낸 적 있으나 이번 자서전은 2019년부터 손수 집필했다.

 

회고록은 이탈리아 출신 노동자 아버지가 아르헨티나로 이주했던 교황의 가족사부터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통해 그가 성직의 길을 걷게 된 과정을 보여준다. 교황은 자신의 아버지와 친할아버지가 1927년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배를 타고 건너온 이주자라고 소개하면서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타려고 했던 배가 침몰해 타고 있던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 이것이 내가 오늘날 이주민들이 직면한 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라고 짚었다. 이어 전쟁 무기를 생산하면서 그 무기와 갈등으로 인해 생겨난 난민을 거부하고 돌려보내는국가들을 비판했다.

 

아르헨티나에서의 삶은 다양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삶을 엿보게 한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아르헨티나 수도의 주교로서 범죄자와 매춘부들을 돌보던 시간은 각자의 투쟁을 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왜 신의 자비가 중요한지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 적었다.

 

교황은 나는 지금도 내가 대중적 존경이나 높은 평판을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느낀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내가 가장 강하게 느끼는 감정이다라고 썼다. 어린 시절에는 내 자전거를 망가뜨린 학교 친구에게 수리비를 내놓으라고 고집을 부리고, 다른 학교 친구를 때려 거의 의식불명 상태로 만들기도 했다고 회상하며 자신이 교황직에 합당한 성품을 타고나지 않았으며 수없이 과오를 저지른 아이였다고 설명했다. “여느 소년과 다를 바 없는 성장 과정을 겪으며 주님으로부터 경험한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수치심이라고도 했다.

 

▲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3월 만난 자리에 흰 상자가 있다. 교황청 공식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 캡처

 

2013년 베네딕토 16세의 자진 사임으로 직접 교황직을 인수·인계받는 유례없는 일을 겪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로마 남부 교황 여름 별장인 카스텔 간돌포에서 베네딕토 16세를 만났던 일도 밝혔다. 베네딕토 16세가 커다란 흰색 상자를 건네며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 나는 여기까지 했고, 이런 조처를 했으며, 이런 사람들을 해임했으니, 이제는 당신 차례라고 했다고 한다.

 

베네딕토 16세가 프란치스코에게 흰 상자를 준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은 문제가 된 사제들의 처분과 관련해 나는 그의 길을 계속 걸어가고 있다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89세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건강 이상설과 자진 퇴임설에 대해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교황은 20217월 결장 협착증 수술을, 2년 뒤엔 탈장 치료 수술을 받았다. 교황은 나는 건강하다. 간단하게 말해 늙었을 뿐이라며 수술받는 동안에도 사임을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희망한국어판은 다음 달 말쯤 가톨릭출판사가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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