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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비평가 이옥용과의 심층 대담
한국 종교 현실에 쓴소리를 마다 않는 이옥용 종교비평가(매일종교신문 고문)는 종교의 권력화와 주술화를 비판한다. 그는 이러한 종교의 모습이 탈종교화를 가속화시킨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종교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검증되는 과정’이라며‘ 선한 종교, 겸손한 종교, 책임 있는 종교’가 등장하면 다시 부흥할 것이라고 본다. 사람들은 하나님을 버린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이용하는 종교를 버린 것이라는 것이다. 종교현실과 종교의 역할을 놓고 CRS NEW가 심층대담을 나누었다.(편집자 주)
■ 기자 = 선생님은 오랫동안 한국 종교문화의 흐름을 추적하며 비평을 해오셨습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종교 비평이 아직은 낯설고, 때로는 반(反)종교 또는 공격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종교 비평을 계속해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 이옥용 = 비평이라는 단어가 공격·부정·적대라고 오해받는 건 오래된 문제입니다. 저는 종교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종교가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주어야 하는가, 종교가 사람을 해방시키는가 억압시키는가를 묻는 입장입니다. 종교가 사람을 자유롭게 하면 그것은 종교이고, 사람을 굴종하게 만들면 그것은 주술입니다. 비평은 종교의 파괴가 아니라 종교의 재기능화를 요구하는 작업입니다. 어둠을 지적하는 것이 빛을 향한 적대는 아니지 않습니까.
■ 기자 = 한국 종교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여기는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 이옥용 =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권력화입니다. 종교가 사회적 영향력을 갖게 되는 순간부터 어떤 위험이 시작됩니다. 신앙이 아니라 조직의 이해관계, 구원이 아니라 영향력, 겸손이 아니라 확장 경쟁, 진리가 아니라 브랜드가 앞서기 쉽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이름을 빌리면 모든 것이 정당화됩니다. “교세 확장” “헌금 확대” “건물 건축”이 신앙의 성취처럼 포장되는 순간 종교는 이미 길을 잃고 있습니다. 종교가 권력이 되는 순간 하나님은 뒷자리로 밀려납니다. 그게 제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입니다.
■ 기자 = 종종 “한국 종교는 시장화됐다” “주술 소비가 종교를 대체했다”고 비평하셨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 이옥용 = 기도와 응답이 마치 거래처럼 구조화될 때 종교는 시장이 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구조를 말합니다. “기도하면 복을 준다 → 응답이 없으면 기도가 부족했다 → 더 기도하면 보상을 받는다.”
이것은 신앙이 아니라 계약입니다. 사람들은 축복을 원하기 때문에 종교는 축복을 공급합니다. 공급이 경쟁을 낳고, 경쟁은 상품화를 낳습니다. 결국 신앙의 핵심이 “하나님”이 아니라 “효과”가 됩니다.
그때부터 종교는 쇠퇴합니다. 종교가 가진 가장 높은 품질은 ‘진리’이지 ‘효능’이 아닙니다.
■ 기자 = 종교가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 이옥용 = 저는 ‘겸손’이라는 단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하나님 앞의 겸손, 사람 앞의 겸손, 타종교 앞의 겸손.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태도는 신앙의 표현이 아니라 오만의 표현입니다.
어느 종교든 성스러운 길을 걷는다고 말하지만, 성스러움은 겸손을 통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습니다. 사람을 변혁시키지 못하는 종교가 사회를 변혁시키는 일은 없습니다. 내부 윤리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기자 = 선생님 비평의 큰 축 중 하나는 ‘종교 간 공존’입니다. 왜 그 문제를 강조하십니까?
■ 이옥용 = 다종교 사회에서 공존은 선택이 아니라 조건입니다. 종교 간 경쟁이 심할수록 종교는 위축됩니다. 모든 종교는 “진리”를 말하지만, 진리를 독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순간 폭력의 위험이 시작됩니다. 역사에서 종교 갈등이 인류에게 준 고통은 너무나 큽니다. 구원이란 개념은 원래 사람을 회복시키는 개념이지, 타인을 배제하거나 상처주는 개념이 아닙니다. 종교가 서로의 구원을 인정할 때, 종교는 비로소 윤리적 존재가 됩니다.
■ 기자 = 선생님의 비평은 학문적 방식이라기보다 ‘저널리즘’의 형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 점이 비평의 강점이면서도 때로는 오해를 부르는 지점이기도 한데요.
■ 이옥용 = 학문은 탁월합니다. 그러나 현실의 종교는 연구실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서 작동합니다. 그래서 저는 종교를 연구가 아니라 관찰과 기록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경전과 교리만 보면 종교는 언제나 훌륭합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종교는 때로 사람을 구원하고, 때로는 파괴합니다. 그 모순의 현장을 기록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학문 연구가 ‘구조’를 본다면, 종교 저널리즘은 ‘사람’을 봅니다. 저는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하나님을 말하면서 사람을 잃지 않는 것이 종교의 본질”
■ 기자 = 탈종교 시대라고들 말합니다. 지금의 변화를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 이옥용 = 종교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종교가 검증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의미와 진리를 갈망합니다. 사람은 영적 존재이니까요. 다만 종교가 사람을 위하지 않는 순간 종교를 떠나기 시작합니다.
선한 종교, 겸손한 종교, 책임 있는 종교는 언제든 다시 선택됩니다. 사람들은 하나님을 버린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이용하는 종교를 버린 것입니다.
■ 기자 = 종교가 앞으로의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이옥용 = 앞으로의 종교는 기적을 말하는 종교가 아니라 존엄을 지키는 종교여야 합니다. 사람의 상처를 이해하고, 삶을 더 깊게 만들고, 사회에 책임을 갖는 종교. 종교가 국가·경제·정치로부터 도피하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종교는 현실 속에서 사람을 단단히 붙잡아 주어야 합니다. 그 역할을 잃으면 종교는 무엇이 되든, 종교일 수 없습니다.
■ 기자 = 마지막으로 한국 종교계에 던지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요?
■ 이옥용 = 질문은 하나입니다. “종교는 지금 사람을 위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다면 종교는 길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을 말하면서 사람을 잃지 않는 것, 저는 그 지점을 종교의 본질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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