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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이 젊음보다 좋은 이유와 조건

신민형 | 기사입력 2026/03/13 [16:38]
자유와 해방, 평온, 지혜, 화해...신독(愼獨)과 ‘꼰대 탈피’

나이듦이 젊음보다 좋은 이유와 조건

자유와 해방, 평온, 지혜, 화해...신독(愼獨)과 ‘꼰대 탈피’

신민형 | 입력 : 2026/03/13 [16:38]

 

▲ 나이가 듦으로써 정욕과 물욕에서 해방되어 자유와 평온감을 느낀다. 그러나 저절로 생겨나는 것 아니다. 반성과 신독(愼獨) 등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사진은 제미나이가 생성한 노인찬가 이미지

 

이란 사태로 주식이 폭락과 반등을 이어가며 투자자들이 공포와 불안, 우울과 공황을 겪고 있다. 젊은 시절, 주식투자에 몰입했을 때의 초조한 마음이 떠오른다. 주가가 오르는 희열보다는 떨어질 때의 불안이 더 컸다는 경험을 쌓은 터라 늙어서 주식에 일체 발을 들이지 않았다. 코스피 5, 6, 8천까지 오른다며 주식 광풍이 불 때 솔깃하지 않고 무심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도 그 경험에서 얻은 지혜일 것이다. 이외에도 나이들면서 쌓이는 덕목은 자유와 해방, 평온, 화해 등을 꼽을 수 있다.

 

자유와 해방은 노인 찬가를 부르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노년이 되면 우리는 수많은 미친 폭군(욕망과 정욕)의 손아귀에서 해방되어 마침내 자유와 평온를 얻게 된다.”-플라톤의 국가론소포클레스의 말이다.

 

체력과 활동력 저하, 쾌락과 열정의 상실을 노년의 불행으로 보지 않는다. 젊은 시절을 혼란스럽게 하고 갈등을 일으켰던 육체적 본능과 조급함에서 해방되어 정신적 평화를 누린다. 노년 찬가이다. 주식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욕심과 공황을 경계하는 원천적, 고전적 교훈이랄 수 있다.

 

정욕과 물욕에서 벗어나면 끓는 피와 열정의 젊음으로선 갖기 어려운 평온함을 얻게 된다. 정욕과 물욕을 탐닉했던 시절을 뒤돌아보고 반성한다. 나이듦으로써 인생을 관조하고 포용하는 깊이가 생긴다. 주식이 오를 땐 한없이 오르고 내릴 땐 끝없이 허물어질 것 같다. 그러나 오르락 내리락, 흥하고 쇠하고, 좋고 궂은 상황이 반복되는 게 세상사, 삶과 같다는 것을 터득한다. 꿀맛 같던 삶이나 쓰디 쓴 삶이나 지나고 보면 매한가지 일장춘몽임을 알게 된다.

 

평온한 마음으로써 얻게 되는 노년의 지혜는 해방과 자유를 더욱 만끽하게 한다. 젊었을 때의 시기와 질투, 경쟁심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재물과 권력, 명예를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다. 수십억 강남 아파트나 지방도시 국민임대아파트나 그게 그거. 건강해 잘 걷고 마음 편하게 사는게 최고다. 권력과 재물에 둘러싸여 살다가 감방 가 인생 망치고, 찌들리며 힘든 살림이지만 소박한 음식과 술로 한없이 행복한 인생이다. 이래저래 삶이 꿈 같고 꿈이 삶같은 일장춘몽이다. 삶과 죽음을 그저 동전의 양면처럼 받아들이고 살면 진정한 자유, 해방, 평온 아닌가.

 

뻔뻔함역시 나에겐 나이듦이 좋은 이유의 하나로 들 수 있다. 주변 눈치, 남의 이목에 신경쓰던 젊은 시절을 벗어났다는 것이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직장이나 일의 보수가 관계 유지의 스트레스 댓가라고 여기며 살았지만 이젠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 잘난 체. 아는체, 겸손한 척, 부와 권력에 비굴하지 않은 척 구차한 모습을 더 이상 연출할 필요가 없다. 추해 보이지 않고 남에게 폐만 끼치지 않으면 된다.간혹 꿈속에서 젊은 시절 상황이 나타나 실소하긴 하나 얼른 젊었을 때의 치기로 덮어버린다. 과거 후회나 반성보다 지금 생각과 행동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꿈속의 치졸함과 지난 일에 연연하지 않고 뻔뻔해지는 게 한결 지혜로운 처사이며 마음 편하다.

 

조금 일탈하는 모습 역시 허물이 안된다.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행동해도 자연스러우면 된다. 섹스문제나 미묘한 심리, 세상사에 대한 가벼운 비꼼 등을 툭 던져도 스스로에게나 주변에 거슬리지 않으면 된다. 그게 연륜에서 생기는 지혜이다. 이러한 나의 소신에 아내는 자뻑이라 한소리 하지만 아내의 내심엔 뻔뻔함의 의미가 융통성, 유들유들, 대범함, 당당함, 자신감 등을 내포하리라 믿고 있다. 주변 의식않고 비교 안하는 이러한 절대적 가치관을 초탈’ ‘초연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또한 나이들면서 새로운 관계 형성과 유지보다는 정리를 해나가면서 노년 찬가를 부를 수 있다. 억지로 만나서 갈등하고 분개하고 짜증내느니 멀리하는 게 낫다. 누구한테나 인정, 평가받으려고 목매달지 않아도 되며 싫은 사람을 만나 미움, 거부감을 쌓을 필요가 없다.

 

기왕 좋아서 관계를 유지한다면 절대로 짜증은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내가 나이들면서 터득한 소중한 지혜다. 8년 전 아내와 여행을 떠나면서 짜증 안부리기를 약속했었다. 40년 동안 부렸던 예의 짜증이 나도 꾹 참고 내색을 안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상황도 한번 더 생각하면 짜증 낼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스스로에게도 짜증나는 짜증을 전혀 낼 이유가 사라졌다. 내가 아내에게 멋진 집과 정원, 풍요로운 재물을 선사하지 못했지만 이것이야말로 가장 자랑스러운 선물이다.

  

▲ 8년전 짜증 안 내기로 결심한 페이스북 글. 


https://m.blog.naver.com/hosabi55/221329476000

 

관계 정리는 포용이자 화해의 여유를 준다.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되니 미움이나 분노, 복수심이 생기지 않는다. 멀리서 그들을 바라다보면 가엾게 여겨진다. 연민이 생긴다. 너나 나나 산전수전 겪다가 이슬처럼 스러지는 인생 아닌가. 선악, 미추, 옳고 그름이 각자 판단일 뿐이지 정해진 기준은 없다. 나의 기준 일뿐이다. 다들 치열하게 열심히 자기 기준으로 살았다는 생각을 하면 너나 나나 가엾다. 따라서 미움과 증오에 벗어나게 되고 그것이 바로 나를 위한 현명한 지혜임을 터득한다. 노년의 가장 멋진 일은 주변사람과의 화해이며 그로 이루어지는 내 마음속 증오와의 화해이다.

 

해방과 지유, 평온과 화해의 희열에 대한 노인 찬가가 나이 들어가면서 그냥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끊임 없는 자기 성찰(省察)과 신독(愼獨) 등 조건이 있다.

 

우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자기 확신을 버려야 한다. 자기만 옳다며 남을 가르치려 들면 영락없이 꼰대가 된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쌓이지만 성숙은 저절로 따라오지 않는다. 나이를 먹는 건 시간의 일이고 지혜를 갖추는 건 마음가짐이다. 나의 젊은 시절, 그리고 현재 젊은이들에 대한 예찬을 할 수 있어야 노인 찬가도 부를 수 있다. 홀로 있어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신독(愼獨)과 자기성찰이 우선되어야 한다. 반성이 없는 고집은 꼰대가 되는 첩경이다. 뻔뻔할 정도로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다’(무괴아심.無愧我心)고 자신 할 만큼의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 석양과 같은 노년의 삶에서 고요하고 차분한 지혜가 중요한 덕목이지만 열망과 도전, 강한 의지와 풍부한 상상력으로 청춘의 정신을 지속하는 노인의 지혜도 멋있다. 누가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노인 찬가’의 대상일 것이다. 사진은 제미나이가 생성한 열정의 노인 모습과 광교호수공원의 석양 풍경

 

이렇게 나이듦이 좋은 이유와 그 조건들을 열거하면서도 내가 과연 옳은 말만을 하는 걸까 생각해본다. 겸손일까? 반성일까? 혹은 그런 겸손과 반성을 살짝 표시함으로써 자뻑의 즐거움을 맛보는 것일까?

 

나와는 상반되게 늙어가는 것이 좋은 이유를 보여 주는 두 노인의 사례를 정리하며 다시 한번 신독과 자기성찰을 해본다. ‘나만 옳다는 꼰대 정신이 내 안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사례들이다.

 

* 나와 같은 아파트 20층에 사는 80대 독거노인은 온화하고 여유있는 인상이 좋다. 장 보고 돌아오다 마주치면 배낭에서 과자나 과일을 꺼내준다. 나도 담배 등을 권하며 내 마음을 표시했다. 어느날 그가 자신의 집으로 나를 이끌었다. 잘 정돈된 집에는 기다란 컴퓨터 책상이 중심에 놓여 있었다. 그의 몸과 마음이 건강한 이유를 볼 수 있었다. 그런 그가 별안간 하소연을 늘어 놓았다. 국민임대아파트는 규정 재산이 넘으면 퇴출당하는데 근래 주가 폭동으로 사달이 생겼다는 것이다. 재미로 한 주식투자가 의외로 폭등해 규정 재산을 넘어선 것이다. 그러나 그 재산으로는 주변 아파트 전세를 마련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추후 임대료, 관리비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내가 막막해졌다. 그가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재산명세, 국민임대 규정집 등을 살펴보며 대책을 강구해보았다. 그러나 대기하고 있는 저소득층을 위해 여름이 되기 전에 이사를 해야 했다. 그나 나나 속수무책이었다.

 

얼마 후, 장을 본 배낭을 메고 아파트 뒤편 오솔길로 들어오는 그를 마주쳤다. 내 생각과 달리 그의 표정이 밝았다. 남해 바닷가 도시(통영)로 이사할 거라 했다. 임대아파트에 연연하지 읺았다. 나 같으면 아예 주식에 진저리 치며 팽개칠 거 같은데 주식 취미는 계속할 것이라 했다, 내가 얼마 전 금연을 한 것을 잘했다고 존중해주면서도 자신은 주식에 머리를 쓰다보니 계속 피어야겠다고 즐겁게 이야기했다. 그의 열정과 욕망은 전혀 탐욕스럽지 않았으며 주어진 여건에 적응하는 모습에서 또 다른 자유와 해방을 보았다. 80 넘어서 왜 살아왔나보다 어떻게 사느냐를 생각하는 젊은이의 열정이 보였다. ‘청춘 찬가노인 찬가를 동시에 부르고 있는 그가 통영 앞바다에서 여유있게 담배 피우며 장보고, 주식투자를 하는 모습이 상상됐다. 나로선 감히 흉내낼 수 없는 나이듦이 좋은 이유를 보여주었다.

 

* AI 시대가 급속히 도래하면서 일찌감치 이 시대를 예측한 미국의 컴퓨터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큰 관심을 끈다. 미래학자로서 에디슨 이후 최고의 발명가, 뛰어난 기업인으로 평가받으며 구글에서 AI 담당 임원으로 영입되기도 했다. 범접할 수 없이 폭넓은 지식과 시각, 명쾌하고 대담한 분석 등 순수 과학자를 뛰어넘는 면모가 그의 미래 조망과 예측을 더욱 신뢰하게 만든다. 그는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2029년 컴퓨터의 능력은 개별 인간을 뛰어넘고, 2045년엔 전 인류 지능의 총합마저 크게 앞지른다고 했다. 이 시기가 되면 인간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며 종교나 죽음에 대한 미화는 모두 과학 이전 사회의 유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용감하게 예측했다.

 

그의 파격적이지만 예리하고 기발한 통찰력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영생을 위한 준비를 접하고는 그가 노욕을 부린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과연 영생이 좋은 걸까하는 나의 근본적 의문에 대척되는 괴짜 천재가 노인의 지혜와는 거리가 멀어 허망한 욕심에서 해방되지 못했다는게 내 판단이었다. 1948년생인 그는 영생을 누릴 수 있는 97세가 되는 1945년까지 생존하기 위해 코엔자임Q10, 글루타치온, 비타민D, 침향 등 하루 100여개의 알약을 챙겨 먹는다. 약값만 연 11억원에 달한다고 해 나를 질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곧 나의 판단을 보류했다. 나야 불멸의 삶이 곧 재앙이라고 확신하지만 커즈와일에게는 영생불사가 열망과 도전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왜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에몰입하는 현실적, 적극적 인물인 것이다. 청춘의 본질인 강한 의지와 풍부한 상상력을 갖춘 거인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나와는 다르지만 또 다른 노인 찬가의 대상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인정할 수 있는 나도 노인 찬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자뻑이 기분좋게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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