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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상 시인의 ‘삶과 사랑을 회복하는 산책’

신명상 | 기사입력 2023/03/21 [06:40]

신명상 시인의 ‘삶과 사랑을 회복하는 산책’

신명상 | 입력 : 2023/03/21 [06:40]

 

 

미명(未明), 비 내리는 호수

 

미명(未明), 비 내리는 호수

비바람 날리는 겨울 호반

호수, 나무, 불빛, 그리고

나도 같이 가만히 흔들린다

 

어둠에 가려 비가 내리고

바람은 호수를 뒤적이고

대숲은 술렁이며 서걱거린다

 

호수는 바람에 밀려

기슭을 때리며 어둠에 철썩이고

물결 너울지며 순간 반짝인다.

 

호반 가로등 미동의 불빛에

사선을 그으며 내리는 비

은빛 사선 마음까지 내려 오면

나는 비에 둘려 홀로인 듯 하다.

 

조용히 두드리는 우산의 빗소리

내 감각을 관통하고

문득 흔들리며 깨어나는 의식

 

나를 깊이 부에잡는 소리들

호수의 어둑한 출렁거림

지나는 바람의 흔들림

호숫가 대숲의 부대낌은

아직 희미한 어둠 안에 아득하다...

 

하나 하나 저마다의 소리는

내 안에서 다시 한 소리가 되고

아름다운 조합으로

자연의, 일체의 고적한 합창이 된다

 

겨울비 내려 은은한 호수는

몽롱한 새벽 미명에 스스로

신비로운 자연의 한 풍경이 된다.

 

사방은 빛을 잃고 내려 앉아

아렴풋한 어둑함이 외려 그윽하고

 

먹빛 호수는 멀리 어둠에 덮혀

꿈적 않고 그저 잠잠하다.

 

▲ 신명상 시인  © CR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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