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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위상 사라진 정의구현사제단...조간지 지면 배제 ‘시국선언’

신민형 | 기사입력 2023/03/21 [17:20]
신문 세상 핫이슈 vs 평범한 중노년의 톱뉴스

과거 위상 사라진 정의구현사제단...조간지 지면 배제 ‘시국선언’

신문 세상 핫이슈 vs 평범한 중노년의 톱뉴스

신민형 | 입력 : 2023/03/21 [17:20]

갈등과 분란의 불씨... 종교가 정치.언론과 함께 만드는 생지옥 

핫 이슈 덮은 사회면 생지옥 기사...생활고 일가족 사망과 부모 상습 학대 사망 초등생

 

지난 1974년 함세웅 신부 등이 주도해 만든 정의구현사제단은 독재정권에 용감하게 맞서 민주화를 위해 싸운 그야말로 자유와 정의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어느샌가 일반 사람들은 물론 교단 내에서도 질타받는 모임이 되었다. ‘자유와 정의의 대변자가 아니라 특정 진영의 대변자라는 지적이었다. 그러다보니 진보세력과 같은 주장을 펼치면서도 진보세력 내에서도 그 위상이 과거같지 않음을 보게 된다.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최로 20일 오후 전북 전주시 풍남문광장에서 열린 ‘검찰독재 타도와 매판매국 독재정권 퇴진촉구’ 시국미사. 연합뉴스

 

정의구현사제단이 20일 저녁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열었지만 21일 조간신문들은 시큰둥했다. 진보 신문들까지 지면에서 배제했고 일부 신문들은 인터넷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검찰 독재 타도와 매판매국 독재 정권 퇴진 촉구'를 외치는 시국미사에서 이 시대의 갈등과 분열의 불씨는 확인됐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 보도에서나마 보혁의 차이가 있었는데 바로 그 차이가 갈등과 분열의 양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진보는 대통령의 용퇴를 촉구하는 성명에 초점을 맞춰 한일회담에서의 굴욕외교등을 집중 비판했다. “백성을 배신하고 일본에 머리를 조아리는 토착왜구를 임금으로 모실 수 없다는 등의 신부 강론을 부각시켰다.

<한겨레: 정의구현사제단, 전주 풍남문광장서 윤석열 퇴진시국미사

https://www.hani.co.kr/arti/area/honam/1084404.html>

 

반면 보수는 근래 논란이 되었던 사제단의 막말 논란들을 거론하며 대한민국 수호 천주교인 모임과 고엽제 전우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의 맞불집회도 함께 보도했다. "사제단이 교회와 나라를 망치고 있다" "천주교가 나라를 배반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미사 중단과 사제단 해체를 촉구했다.

<중앙: 9년전 "밑도 안닦는 " 논란된 정의구현사제단, 퇴진 외친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48488>

 

▲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찬반 논쟁 속에 개신교계도 보수와 진보의 갈등으로 교단연합체인 NCCK 이홍정 총무가 사의를 표명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찬반 논쟁 속에 개신교계도 보수와 진보의 갈등으로 교단연합체인 NCCK 이홍정 총무가 사의를 표명했다.

 

천주교뿐 아니라 개신교에서도 보혁 갈등과 분열의 씨앗을 볼 수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찬반입장으로 여야와 보혁언론이 두 패로 나뉘어 다툼을 하는 가운데 가운데 찬성입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과 반대하는 교단이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와 예장이 NCCK 탈퇴움직임을 보이자 급기야 NCCK를 이끌고 이홍정 총무가 20일 사의를 표명했다.

 

사회갈등과 분열을 중재할 종교가 오히려 다툼의 불씨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정치와 언론의 편씨움을 꾸짖고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종교가 오히려 정치와 언론의 패싸움에 휘말려 허우적대는 모습이다.

 

그렇게 정치와 언론에 함께 놀아나는 종교는 천국을 지향하는 게 아니라 현실세계를 더욱 생지옥으로 만들고 있다. 국제경제위기, 안보위협, 외교전쟁, 노사갈등 등 합심해 타개하지는 못할망정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키는 것 아닌가.

 

실상 정치, 언론, 종교의 제 밥그릇 싸움에 생지옥을 겪는 사람들을 다룬 사회면 기사가 더 아프게 다가온다. 그리고 분노까지 치민다. 여타 핫이슈들이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 일가족 사망 차량에 아이가 쓴 것으로 보이는 쪽지(사진 좌)와 상습 학대 사망 초등생.

  

생활고 때문에 부인과 세 자녀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남성의 이야기가 사람사는 세상을 원망하게 만든다. ‘엄마 사랑해요라는 자녀의 쪽지는 가슴을 아리게 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486394?type=main)

 

의붓어머니와 친아버지의 상습 학대로 사망한 초등생 이야기에는 감정을 추스릴 수가 없다. 어떻게 인간사회가 이렇게 생지옥으로 변했을까.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486357?type=main)

 

정의.사랑.공정.민생 등을 내세우며 자기편 실속만 차리는 것으로 보이는 정치.언론.종교이 한탄스럽다. 그들이 오히려 생지옥을 부추기는 것만 같다. 이들을 불신하고 미워하기만 하는 나 역시 생지옥에 사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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