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재의 ‘한국종교사상가 한밝 변찬린’③
〈십자가의 보살행〉과 〈공동의 각〉은 역사의 방향,〈사랑의 공동체〉는 창조적 진화의 內實이호재의 ‘한국종교사상가 한밝 변찬린’③<연재순서> 1. 한밝 변찬린은 누구인가? 2. 풍류의 화신체 : 풍류객, 풍류심, 풍류체 (1) 풍류객 : 고통을 극복한 무소유의 면류관 (2) 풍류심 : 새로운 성경해석으로 한국 종교와 한국교회의 혁신의 기틀을 놓다 (3) 풍류체와 포스트휴먼 : ‘로고스늄’을 점화하라 3. 동방의 선맥 르네상스의 대선언: 고조선문명 – 풍류(선맥)담론 – 영성(靈聖)시대 4, 동방의 구도자 ‘새밝'의 탄생
내가 영(灵)의 시대를 예언하고 지인(至人)의 탄생을 선언하고 인간의 원리를 개봉하고 미래를 노래하니 저 하찮은 소인들은 대소(大笑)합니다. <종교에서 탈출하기 위하여 출애굽 하라〉, 〈성인들을 살리기 위하여 고성(古聖)들을 초극하라〉,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해원굿을 하자〉, 이렇게 대갈(大喝)하니 천박한 종교꾼들은 알아듣지 못합니다. 사랑의 공동체와 신령한 공동각을 증거하니 오만한 석두(石頭)들은 개별의 각을 고집합니다. <책을 분서하라〉, 〈도서관을 방화하라〉, 〈사상을 폐기하라〉, 이렇게 충고하니 문어 대가리 지성들은 냉소합니다. 자유와 자율과 성과 사랑을 노래하니 저 천민인 도덕가들은 비난합니다. <영(灵)의 원광을 개발하라〉, 〈로고스 늄을 채굴하라〉, 〈성령의 불을 가동하라〉이렇게 외치면 미신하는 과학자들은 믿지 않습니다. 불신과 몰이해와 냉대 속에 나는 침묵해야 합니까? 나는 화성에 서 온 괴인(怪人)아닌 이 땅에서 천명(天命)을 받은 사람인데 왜 고독히 소외당해야 합니까? ( 『선, 그 밭에서 주은 이삭들』, 234.)
변찬린은 자신의 꿈을 계승할 제자를 양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구도 경험과 종교 체험을 바탕으로 1965년부터 “동방의 빛, 화쟁의 혼, 새밝(ᄇᆞᆰ)에게”라는 구도의 지침서를 남긴다.
‘새밝’은 노자의 상사(上士), 박(璞), 장자의 지인(至人)과 진인(眞人), 주역의 대인, 불교의 보살, 유가의 군자, 기독교의 의인을 포월하는 동방의 구도자이자 새 문명의 구현자로 변찬린에 의해 창안된다.
새밝은 변찬린이 1977년 새교회를 창립할 때 그 의미가 확대되고 정교해진다. ‘새’가 단순히 동방의 빛과 화쟁의 혼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새로움’, ‘하늘의 사명자’, ‘동방의 한국’, ‘역사시대와 영의 시대를 연결하는 가교적 기능’, ‘새처럼 비상’, ‘금같은 귀한’이란 의미를 가지고 재탄생한다.
한마디로 새밝은 역사시대에 태어나 영의 시대를 맞이할 동방의 ‘새로운 빛’이란 의미이다. 인간이 낡은 권위의 세뇌로 인해 종파종교의 노예로, 이데올로기의 괴뢰로, 정치적 당파의 주구로, 과학적 유토피아의 나팔수에 불과한 것은 인간의 본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허깨비인간으로서 현존 인간은 본래 가치를 상실한 비인간인 배우(俳優)이자 가짜 인간(假人)이며 큰 사람이 아닌 조무래기 소인(小人)에 불과하고 큰 앎을 잃어 버리고 작은 앎에 집착하는 소지(小知)라고 경각심을 일깨운다.
새밝은 그리스도교, 불교 등 종파종교의 분별, 패권국가를 지향하는 국제정치의 제국화, 선진국과 개도국의 빈부의 양극화, 분열적 인간의 탐욕에 의해 초래된 우주 생태계의 위기 등을 포함한 낡은 문명을 해결해야 할 동방의 사명자이다. 변찬린은 세계 정신유산의 축적지대인 동방의 구도자인 새ᄇᆞᆰ만이 낡은 문명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 문명을 개척해 낼 수 있다고 독려한다. 풍류심을 가진 풍류객으로서 새ᄇᆞᆰ은 홀로 깨달았다고 교만하지 않으며 홀로 구원을 얻었다는 독단에 빠지지 않고, 고난의 십자가를 진 채 중생을 위해 보살행을 감행해야 하며, 역사적 자의식을 가지고 ‘공동의 각’을 통해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야 할 집행자로 제안된다. 당연히 ‘사랑의 공동체’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만물까지 포함되는 관계성과 공동체성이 강조되는 우주공동체이다.
새ᄇᆞᆰ이여 〈십자가의 보살행〉과 〈공동의 각〉은 역사의 방향이며 〈사랑의 공동체〉는 창조적 진화의 내실(內實)이며 수렴임을 깊이 대각하자. (변찬린, 『선, 그 밭에서 주은 이삭들』, 211쪽)
낡은 문명과 낡은 종교, 그리고 닫힌 세계관에 봉착한 인류의 문명을 예견한 듯 변찬린은 새 문명과 새 종교, 그리고 열린 미래에 대한 인간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문명 전환기에 대처해야 할 처방전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의 경구가 하나의 담론주제가 될 수 있는 통찰력있는 문명담론이다.
“사고의 대혁명을 일으켜 생명을 갱신하고 영(灵)을 개벽하여 지인(至人)으로 회귀하라”는 인간혁명, “지인(至人)의 날, 영의 시대가 도래하면 〈하나님 어머니〉께 새 예배를 드리자”는 신관혁명, ‘성인을 우상숭배의 대상으로서 삼지 말고 친구로 상대하자’는 종교혁명, ‘과학적 미신을 타파하고 기계를 영화(靈化)하자’는 과학혁명, ‘우주를 홀로 산보하다 역사의 광장에서 백성과 혁명하자’는 역사혁명, ‘낡은 문명의 종교와 국가와 이데올로기를 사라지게 하자’는 문명혁명, ‘만유의 조화로움을 구현하자’는 생태계혁명, ‘지천태의 태극기가 바람에 나부끼고 무궁한 꽃이 만발하게 하자’는 한국혁명 등을 포함한 문명사적 통찰력을 담고 있다.
이 처방전의 구현자는 새밝이다. 그는 이러한 지점에서 인간의 우주적 자리를 재정립하고, 새 문명의 기틀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밝은 깨달음과 믿음과 실천이 일체가 된 바탕 위에 동방 르네상스의 부흥이 자신의 세계사적 책무라는 것을 자각하기를 당부한다.
변찬린의 격려와 응원은 짜여진 연출에 의해 기획된 것이 아니며, 그의 당부는 구도자의 진실한 마음과 성실한 행동을 바탕으로 한 말이기에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구도의 반려인 새밝에게 때론 간곡하게 때론 준엄하게 때론 다정하게 때론 추상과 같은 호령으로 낡은 문명과 낡은 인간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요구하며 영성시대의 주인공임을 일깨운다.
선맥과 풍류도의 하늘을 열다
“선맥과 풍류도의 하늘”을 연 변찬린은 낡은 역사의 막내이자 새 시대의 기수라는 자각을 하고 한국인의 뿌리 정신인 ‘한밝’을 호로 삼아 동방의 선맥 르네상스의 부흥을 선언한다. 이는 단순히 국수주의적인 과거를 지향하지 않고 자신의 삶의 체험을 통해 분단 한국의 세계사적 의미와 낡은 문명을 혁신시킬 문명사적 사건으로 자리매김한다.
변찬린은 선맥이라는 대도의 역사가 역사의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무교성이 한국의 영성세계를 주도한 도착된 역사라고 진단한다. 이로 인해 한국의 지성사가 외래종교와 사상을 환원주의적으로 해석하는 ‘격의철학’시대, ‘격의종교’시대를 온전하게 벗어나지 못한 채 인간은 피안의식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린 나약한 존재로 전락한 현상을 비판한다.
고대 한국의 광명이세, 홍익인간, 선맥의 평화의 도맥은 최치원이 규명한 ‘풍류’가 포함삼교, 접화군생하는 영성으로 규정되며, 민족종교에서는 개벽세계와 지상선경이 핵심사상이기도 하다. 그는 ‘풍류선맥정통론’을 앞세워 풍류사상을 재조명할 뿐 아니라 자신의 삶 자체, 풍류의 화신체로서 한민족의 종교적 영성인 풍류를 발현한다. 역사적 풍류객으로서, 선맥의 하늘님을 체험하고 풍류심을 회복한 후 선맥의 풍류성으로 인류의 경전인 성서를 새로게 해석하여 성서해석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킨다. 민족의 영성과 기독교 영성의 포월적 초극이다. 변찬린의 저술은 망각된 선맥을 한국의 사유지평과 세계신학의 나침반으로 현대에 재현한 풍류학자로서의 역사적 사례이다.
특히 선맥에서 발현하는 풍류객, 풍류심 그리고 풍류체라는 풍류적 인간상의 제시는 자칫 잊혀질뻔한 인간존재의 가능성에 대한 재발견이다. 이는 동시에 피안의식과 피안철학으로 전개되었던 이성사유의 중심에서 영성(靈聖)사유로서 인간존재를 재성찰할 것을 요청한다. 만물의 고난과 역사적 고통을 짊어진 풍류객은 당연히 인류의 지식을 포용하는 풍류심으로 인류지식의 최전선에 서는 문명사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밝은 지혜로서 폭 넓은 지식을 포용하고, 증식하는 지식에 냉철한 지혜로 성찰하여 의식변화와 과학문명이 공명하는 영성세계를 맞이해야 한다. 인간에게 내재된 선맥의 하나님과 합발하여 영원한 우주에 동참하는 풍류체로서의 변화는 우리가 맞이해야 할 열린 미래이다.
인간은 풍류객처럼 살고 만물의 영장답게 시체를 남기지 않고 풍류체가 되어야 한다. 풍류체가 되기 위해 우리는 풍류심을 가져야 한다. 풍류적 인간관은 과학기술이 지향하는 트랜스휴먼과 포스트휴먼과는 차별화되는 영성철학의 하나의 가능성 있는 응답이다. 변찬린이 제안한 풍류적 인간은 ‘나’라는 인간이 ‘완성된 인간’인가를 판단하는 하나의 지표로서 우리에게 되묻고 있다.
그의 주장은 결코 민족적이고 배타적이고 독단적이지 않다.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타자도 창발시키는 영성이 풍류적인 ‘포함론’이다. 풍류성은 다양한 사상체계를 포용하고 회통하고 창발한다. 그의 저술은 한민족의 역사적 자의식을 가지고 선맥의 풍류세계를 보편성을 가진 언어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의 창조적 계승을 위해 그는 인류문명과 세계종교와 사상, 한국의 종교전통과 역사적 인물에 대한 방대한 사유체계와 절정의 종교체험을 내면화하며 새밝이라는 새 시대의 구도자를 창안하여 사명자로 위촉하면서 선맥 르네상스를 구현할 것을 당부한다.
삶으로서 체득되고 검증된 인문학만이 역사를 계승하고 추동한다. 그가 개천한 ’선맥과 풍류도의 하늘‘은 그만큼 영성적 권위를 가진다. 자신의 삶 자체를 문명과 역사와 학문에 투영하여 역사적 구도자로서 이를 증언하고 있다.
필자 이호재(전 성균관대학교 교수)의 주요 저서로 〈한밝 변찬린 : 한국종교사상가〉 〈선맥과 풍류해석학으로 본 한국 종교와 한국교회〉, 〈포스트종교운동: 자본신앙과 건물종교를 넘어〉 등을 비롯하여 중국 종교와 한국 종교에 대한 국내외 다수의 논문이 있다. 이번 연재는 14명 철학자들을 시대별로 정리한 ‘한국철학 다시읽기-인물로 보는 한국철학사’(모시는사람들 刊)에 발표한 ‘변찬린-선맥과 풍류도의 하늘을 열다’ 편을 옮긴 것이다. <저작권자 ⓒ CR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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