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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불교와 유교와 민족종교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종교관 제시한 변찬린

박종천 교수 | 기사입력 2024/10/19 [19:34]
변찬린의 새종교관과 증산사상 이해에 대한 연구⓵

기독교와 불교와 유교와 민족종교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종교관 제시한 변찬린

변찬린의 새종교관과 증산사상 이해에 대한 연구⓵

박종천 교수 | 입력 : 2024/10/19 [19:34]

▲ 20여년의 추적 조사를 통해 변찬린의 생애와 사상을 최초로 조명해 복원한 책 ‘한국종교사상가 한밝 변찬린’(이호재 著·문사철 刊. 2017년).

 

기독교성서의 해석과 한국전통철학의 결합을 시도한 한밝 변찬린를 6회의 연재로 본지에 소개한데 이어 박종천 고려대 교수의 변찬린의 새종교관과 증산사상 이해에 대한 연구를 통해 변찬린의 구도자적 통찰을 알아본다. ‘대순사상논총 50을 통해 발표된 이 연구에서 박종천 교수는 변찬린이 증산사상을 비롯한 근대 한국의 민족종교들은 자력과 타력이 어울리고 자기수련 전통과 절대적 신에 대한 믿음이 상호합력하는 신인합발의 종교를 설명했음을 강조한다.

다음은 박종천 교수가 변찬린의 새종교관과 산사상 이해에 대한 연구를 요약 설명한 내용이다.

변찬린(1934~1985)은 한국적 정신의 근간인 풍류(風流)’ 또는 ()’의 관점에서 기독교와 불교, 도교, 유교 등의 세계종교들을 상호텍스트적으로 회통했을 뿐만 아니라 근대 한국 민족종교들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종교관을 제시하였다. 그는 풍류라는 대도(大道)의 정맥(正脈)’에서 벗어나서 피안(彼岸)의 종교로 전락한 채 특정 종교 전통에 매몰된 세계종교들의 배타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새종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증산사상을 비롯한 다양한 근대 한국의 자생 신종교들을 혹세무민(惑世誣民)미신(迷信)’ 혹은 신흥종교로 폄하하던 관점에서 벗어나고자 한 새종교로 보면서 높이 평가하였다. 특히 제국의 지배종교가 아니라 식민지 민중의 대안종교라는 관점에서 민족종교의 후천개벽사상과 증산의 천지공사 및 해원상생사상을 세계종교들의 모순과 한계를 극복하는 종교의 창조적 진화로 이해하면서, ‘종교성의 한계에서 벗어나서 영성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SBNR의 시대를 예고하는 구도자적 통찰을 선보였다.” <편집자 주>

 

<연재순서>

. 머리말: 기독교와 불교와 유교와 민족종교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종교관 제시한 변찬린

. 변찬린의 선() 중심적 종교론

. 풍류도/선도의 관점에서 본 변찬린의 증산사상 이해

. 한국 근대 자생신종교의 비교: 동학의 시천주와 증산의 태을주

. 맺음말 : 풍류도의 회통적 영성과 선도적 특성

 

한밝 변찬린(1934~1985)은 현대 한국의 기독교 사상가로서 풍류도(風流道)를 시원으로 삼아 성서와 기독교사상을 단군이 선보였던 풍류도의 본질인 ’()을 중심으로 회통하는 한국적 기독교의 관점을 새롭게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풍류도를 비롯하여 불교, 유교, 한국의 자생 신종교들까지 포함하여 한국종교사를 이러한 선의 관점을 토대로 삼아 다양한 종교전통들을 회통하는 독자적 사상을 제시하였다. 이는 서양 기독교 사상의 토착화를 시도했던 종교신학이 서양 기독교를 중심으로 기독교사상을 한국적 맥락에서 재해석하려고 했던 토착화 신학의 한계를 넘어서서, 동양의 불교와 유교는 물론 서양의 기독교마저 단군으로부터 비롯되는 선도의 도맥(道脈)을 기준으로 회통하면서 새로운 종교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독자성을 지닌다.

 

한국 자생신종교들을 미신 혹은 신흥종교로 폄하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종교의 회통 지향

 

물론 기독교와 불교, 유교, 도교 등을 회통하려고 하는 흐름은 변찬린 뿐만 아니라 류영모(1890~1981)나 함석헌(1901~1989) 등의 기독교 사상가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고, 불교를 중심으로 사교(四敎)를 회통하려고 했던 탄허(1913~1983) 스님에게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실제로 변찬린은 본래 흥남 출신의 월남 기독교인으로서, 서구 신학을 맹목적으로 수용했던 기성 기독교계를 비판적으로 인식하면서 한때 토착화신학을 비롯한 한국적 신학과 통일교를 비롯한 기독교계 한국 자생 신종교들에 대한 관심과 접촉도 했으나 그들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하면서 결별했으며, 그 과정에서 양잿물 테러를 당하면서 죽음의 위기 앞에서 깊은 종교적 체험을 하면서 풍류도의 선적 관점에서 성서와 기독교 사상을 새롭게 이해함은 물론 류영모, 함석헌 등과 교류하면서 기독교를 중심으로 다른 세계종교들을 회통하는 그들을 참 구도자로서 인정하고 존경하면서 일정한 영향을 받기도 했다.

 

▲ 변찬린은 근대 한국의 자생 신종교들을 새로운 종교질서가 드러나는 후천세계의 새로운 종교로서 높게 평가했다. 특히 그는 증산사상을 중심으로 한국 근대 신종교들의 선맥을 존중하면서 해원사상, 천지공사, 주문 등에 대해서 각별한 관심을 선보였다. 사진은 대순진리회 홈페이지 사진 캡쳐.

 

그러나 이들 종교사상가들이 한국의 자생 신종교 혹은 민족종교까지 포괄하는 종교론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은 것과는 달리, 변찬린은 자신의 종교론 안에서 한국의 자생 신종교들을 새종교의 대안종교라는 관점에서 높이 평가하여 회통하였다.

 

이는 엘리트적 성향에 집중하는가, 아니면 대중적 성향까지 포괄하는가의 차이이기도 하다. 특히 양잿물 테러와 종교적 체험 이후 참선과 묵상으로 지내던 1970년대 중반에는 퀘이커에 합류한 함석헌과 교류하면서 제도종교의 문제점에 대한 문제의식을 더욱 첨예화했으며, 증산진법회의 배용덕(1916~1998) 회장과 각별한 친분을 유지하면서 기존에는 미신과 무속에 머문 증산사상을 근대화한증산사상연구회를 높이 평가하는 가운데 증산사상과 한국 근대 민족종교들을 기성종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종교로서 새종교의 범주로 재인식하는 양상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따라서 변찬린의 종교 사상은 한국종교의 전통에서 기독교와 불교와 유교와 민족종교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종교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본 연구에서는 이런 측면에서 주목하여 증산사상에 대한 변찬린의 이해의 양상과 특징을 분석하고자 한다.

 

변찬린의 종교관에서 특기할 만한 대목은 기독교 성서 텍스트에 충실하면서도 그것을 해석하는 관점이 한국의 독자적 특징을 잘 반영할 뿐만 아니라 기독교 사상가가 정역(正易), 동학(東學), 대종교(大倧敎), 원불교(圓佛敎) 등 근대 한국에서 유교, 선도, 불교를 회통하고 재전유한 자생 신종교들을 기독교 주류의 배타주의적 관점이나 포용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풍류도를 근간으로 새롭게 구축한 선도의 관점에서 주체적으로 회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근대 한국의 자생 신종교들을 새로운 종교질서가 드러나는 후천세계의 새로운 종교로서 높게 평가하면서 기존의 기독교, 유교, 불교, 도교 등을 넘어서는 새로운 종교적 가치를 한국종교들의 정통 도맥인 선() 혹은 선맥(仙脈)의 관점에서 대도(大道)의 정맥(正脈)을 계승하려는 새로운 종교적 움직임으로 재해석하였다.

 

특히 그는 증산사상을 중심으로 한국 근대 신종교들의 선맥을 존중하면서 해원사상, 천지공사, 주문 등에 대해서 각별한 관심을 선보였고, 그에 따라 1975년 발표한 <증산의 해원사상>, 1977년의 <주문고: 성서적 입장에서 본 시천주와 태을주>, 1978년의 <성경과 역의 해후: '정역'에는 증산의 천지공사가 예시되어 있다>, 1979년의 <선고: 풍류도와 증산사상>, 1981년의 <노스트라다무스와 천지개벽>, 1982년의 <삼일신고> 등의 종교론을 '증산사상연구'와 '종교신문' 등에 지속적으로 발표하였다.

 

먼저, <증산의 해원사상>에서는 칼 야스퍼스의 축의 시대론을 적용하여 석가, 노자, 소크라테스, 조로아스터, 예수의 출생은 인류정신의 조산(造山)시대로 보고 수운, 증산, 홍암, 일부 등 한국 민족종교의 개척자들을 유불선을 종합하고 초극하는 새종교의 위대한 시대, 후천을 여는 위대한 정신의 화산시대의 성인(聖人)으로 설명하였다. 특히 증산이 스스로 대무(大巫)가 되어 해원신으로 자처하면서 선천의 원한을 해원하여 후천의 새 하늘을 개천하는 개벽의 혁명적 종교사상을 선포하였다고 칭송하였으며, 증산의 신관이 기독교처럼 초월과 내재의 유일신관도 아니고, 브라만같은 이신론(理神論)도 아니며, 신령계와 인간계가 상호영향을 주고받는 신인동형(神人同形)적 신관임을 해명하였다. 또한 이런 관점 아래 기독교같은 유일신이 아닌 지도적 일신으로서의 상제관을 증산이 천명하였음을 주장하였으며, 액운공사, 세운공사, 교운공사, 신명공사 등의 측면에서 더욱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아울러 대무로서의 인식이 무격적 요인의 재전유라는 측면도 검토하였다.

 

변찬린이 해석한 증산의 신관 이해는 신인동형론의 관점에서 신령계와 인간계가 상호영향을 맺고 한을 풀어 후천개벽을 열고 해원상생을 하는 새로운 관점에 대한 신학적 이해에 일정하게 기여할 수 있다. 다음으로, <주문고>에서는 주문을 강령의 비밀이 담긴 주술-음악적 기도문으로 보면서, 동학의 시천주와 증산의 태을주가 공히 농악의 리듬과 템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지배계급의 종교가 아니라 농민과 민중의 종교라는 점을 중시하는 한편, 시천주와 태을주가 각각 개봉되어 해석할 수 있는 이치/진리의 양()적 주문과 인봉되어 해석할 수 없는 신령/비의의 음()적 주문이라는 점을 주목하는 한편, 양자를 각각 불교의 교()와 선()에 대비시켜 설명하였다.

 

또한 동학의 시천주와 증산의 태을주를 성서의 전거와 비교하여 검토하면서 기독교의 성령과 오순절 성령 체험에 대비하기도 하였는데, 특히 태을주를 어미소를 찾는 송아지의 울음을 상징한 주문으로 해석하면서 검은 암소의 주문을 유감주술로 풀이하고 도덕경과 서와 연결하여 동서 종교사상의 가교의 관점에서 해석한 부분은 매우 독창적이다.

 

또한 교와 선의 대비로 보는 변찬린의 주문 이해는 참동학을 표방하는 증산사상이 동학과 맺는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이해하는 데 유익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성경과 역의 해후>에서는 간방인 한국에서 나오는 지혜로서 정역(正易)을 높게 평가하는 과정에서, 복희팔괘, 문왕팔괘, 정역팔괘의 출현을 기독교 성경에 나오는 아담, 노아, 아브라함의 하나님에 각각 대응시키면서 어머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기독교 성경과 연결해서 정역을 해석하는 독특한 해석을 전개하였으며, 증산의 천지공사가 성경에서 예고하고 정역에서 예시하는 새로운 종교적 이상을 성취하는 부분이 있음을 밝혔다.

 

아울러 <노스트라다무스와 천지개벽>에서는 바람직한 종말관과 천지개벽관 및 예언의 참의미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였다. 이러한 논의들은 생사윤회의 현상계에 끄달리는 피안의 종교를 넘어서서 변화와 부활의 영생으로 옮기는 선의 대도라는 관점에서 기독교사상과 민족종교사상을 연결하는 가교의 한 유형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 글에서는 위와 같은 판단에 따라 변찬린의 단편선을 중심으로 민족종교와 증산사상과 연관된 변찬린의 논의를 분석하고자 한다. 먼저 풍류도를 근간으로 신선의 장생불사와 성경의 영생을 상호텍스트적으로 독해하는 과정에서 풍류도를 세계종교로 국한되기 이전의 본래적 대도의 정맥으로 이해한 변찬린의 선 중심적 종교론을 검토하고, 이러한 풍류도/선도의 관점에서 근대 한국의 자생신종교들을 혹세무민의 미신 혹은 신흥종교로 폄하하는 관점에서 벗어나서 종교의 회통을 지향하는 새종교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변찬린의 민족종교와 증산사상에 대한 이해를 설명하고자 한다. 특히 신인합발(神人合發)의 관점을 통해 새 하늘과 새 땅에 상응하는 민족종교의 후천개벽사상과 증산의 천지공사의 해원상생관을 논의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인감응의 주술적 기도문과 주문의 음악성을 주목하는 변찬린의 주문관을 분석하고, 새로운 후천개벽에 맞게 농민과 민중의 심성에서 비롯된 수운의 시천주와 증산의 태을주를 주술적 법칙의 비교를 통해 검토함으로써 민족종교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살핀 변찬린의 관점을 검토할 것이다. <박종천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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