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과 인간 존엄을 향한 실천적 사상으로 계승되는 ‘신불교 운동’
한국 포교당서 인도의 성인 암베드카르의 사상을 선양하는 이유는?평등과 인간 존엄을 향한 실천적 사상으로 계승되는 ‘신불교 운동’
붓다가 설법한 자비와 평등 정신을 바탕으로 카스트 폐지운동을 주도하며 인도의‘신불교 운동’을 이끌었던 인도의 성인 B. R. 암베드카르(1891∼1956)를 존경하는 스님이 자신의 포교당 ‘불광동 절’에그의 흉상을 모시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간디의 사상, 간디의 거리를 조성하는 지방정부는 있었지만 암베드카르를 모시며 사상을 선양하는 것은 한국 불교계에서 처음이다.
석가모니가 활동하던 당시 인도사회는 카스트 제도라는 신분제 사회였다. 아리안 족이 인도를 정복한 후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에 동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제도는 피부색이나 직업에 따라 사제 계급인 브라만, 군인·왕족 계급인 크샤트리아, 상인 계급인 바이샤, 그리고 천민 계급인 수드라로 크게 네 구분되며, 각 계급 안에는 수많은 하위 카스트가 존재한다. 최하층에는 달리트(불가촉천민.카스트 바깥의 인간)라고 불리는 계층이 포함되었다. 지금도 인도사회에는 신분제가 엄격히 존재하고 있다.
불가촉천민들은 ‘접촉하면 안되는’ 더러운 존재 취급을 받는 사람들이다. 카스트에 속한 사람은 그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지극히 조심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귀가 더러워지고, 그들의 그림자만 스쳐지나가도 모두 다 더러워진다고 여겼다. 위 네 계급에 속한 사람과 함께 식사할 수 없었고 같은 컵으로 물을 먹을 수도 마을 우물을 사용하지 못했고 대중교통수단을 사용할 수 없었다. 지금은 인도에서는 이들을 달리트라고 불리는데 그 의미는 ‘몰락한 사람’이란 뜻이다.
암베드카르는 달리트 출신으로 태어나 차별을 직접 경험했다. 그는 법과 제도를 통해 평등을 실현하고자 했지만, 카스트가 종교적 권위에 의해 정당화되는 한 근본적 변화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았다. 그는 불가촉천민의 독자적인 정치조직화를 통한 해방을 도모했다면 1932년 간디가 불가촉제 폐지를 주장하며 ‘목숨을 건 단식’을 할 때 암베드카르는 바로 그 단식이야말로 불가촉천민의 목줄을 죄는 사악한 짓이라고 폭로하고 간디를 공격했다. 암베르카르의 입장에서 불가촉천민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불교 개종운동은 단순한 종교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인도 사회의 뿌리 깊은 카스트 차별에 대한 급진적 저항이었다.죽기 두 달 전인 1956년, 불기 2500년을 기념하여 10월 14일 나그푸르에서 불가촉천민 50여만 명과 함께 힌두교를 버리고 수계하여 불교로 개종하는 ‘신불교 운동’을 이끌었다. 암베드카르 박사의 주도로 불가촉천민은 힌두 하위 카스트에서 탈출하여 불교로의 개종을 선언했다. 달리츠의 사회 정치적 운동일 뿐만 아니라 종교적 운동이다. 그것은 불교를 근본적으로 재해석하고 나바야나(新乘)라는 새로운 불교 종파를 만들었다. 이 운동은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참여하는 형태의 불교가 되고자 노력했다.
현대 인도에서 신불교 운동은 이른바 달리츠 불교운동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이른바 나바야나(新乘) 불교운동이다. ‘새로운 길’이라는 뜻의 나바야나는 기존 불교 전통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사회적 평등과 합리주의를 중심에 둔 재해석을 시도했다. 암베드카르 박사는 업(業)과 전생(前生) 같은 형이상학적 요소보다 인간의 현재 삶과 사회 정의를 강조했다. 그에게 불교는 내세의 구원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해방을 위한 윤리적 실천이었다.
인도에서는 암베드카르의 초상화에 석가모니를 같이 그리는 경우가 많다. 우표에도 함께 등장한다. 암베드카르는 달리트 공동체에 자존과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했으며, 오늘날까지도 평등과 인간 존엄을 향한 실천적 사상으로 계승되고 있다.
한국 포교당의 흉상 밑에는 그가 1956년 대규모 불교 개종식을 이끌며 제시한 ‘불교로 개종하는 이들이 따라야 할 22개 서약’이 적혀있다. 오늘날 한국 불교계와 사회에도 유효한 내용일 것이다. 평등과 이성, 불교의 가르침에 기반한 삶을 다짐하는 서약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1.나는 브라흐마, 비슈누, 마헤슈(시바)를 신으로 믿지 않으며, 숭배하지 않는다. 2.나는 라마와 크리슈나를 신의 화신으로 믿지 않으며, 숭배하지 않는다. 3.나는 가우리, 가네샤 등 어떤 힌두 신도 믿지 않으며, 숭배하지 않는다. 4.나는 신의 화신(아바타) 사상을 믿지 않는다. 5.나는 부처가 비슈누의 화신이라는 믿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6.나는 슈라드다(제사 의식)를 행하지 않는다. 7.나는 브라만(사제)이 집전하는 어떤 의식도 따르지 않는다. 8.나는 힌두교의 어떤 의례도 따르지 않는다. 9.나는 모든 인간의 평등을 믿는다. 10.나는 평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한다. 11.나는 고따마 붓다Gautama Buddha 부처님)의 팔정도를 따른다. 12.나는 부처의 십바라밀(완성의 덕목)을 따른다. 13.나는 모든 생명에 자비와 사랑을 실천한다. 14.나는 도둑질하지 않는다. 15.나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16. 나는 음행을 하지 않는다. 17.나는 술이나 마약 등 취하게 하는 것을 섭취하지 않는다. 18.나는 지혜·계율·자비에 근거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19.나는 인간을 차별하는 힌두교를 버리고 불교를 받아들인다. 20.나는 불교가 참된 종교임을 믿는다. 21.나는 오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22. 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살 것을 엄숙히 서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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