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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찬란한 목숨의 부활"일지, 만우절 거짓말’ 일지 모른다

이중목 기자 | 기사입력 2022/03/14 [12:48]
‘딸에 대한 그리움’ 비롯 ‘영적 깨달음’, ‘어머니에 대한 감사’ ‘아이들 순수와 희망’ 등 담아

죽음이 ‘찬란한 목숨의 부활"일지, 만우절 거짓말’ 일지 모른다

‘딸에 대한 그리움’ 비롯 ‘영적 깨달음’, ‘어머니에 대한 감사’ ‘아이들 순수와 희망’ 등 담아

이중목 기자 | 입력 : 2022/03/14 [12:48]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이은 이어령의 두 번째 유고시집 

딸에 대한 그리움비롯 영적 깨달음’, ‘어머니에 대한 감사’ ‘아이들 순수와 희망등 담아

 

지난 2월 별세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유고 시집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열림원. 212. 13천원)가 출간됐다.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이후 펴낸 이어령의 두 번째 시집으로 전체 4부와 부록으로 구성되었다.

 

1까마귀의 노래는 신에게 나아가 얻은 영적 깨달음과 참회를, 2한 방울의 눈물에서 시작되는 생은 모든 어머니에게 보내는 감사와 응원을, 3푸른 아기집을 위해서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순수와 희망을, 4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는 딸을 잃고 난 후 고통과 그리움의 시간을 담고 있다. 부록은 선생이 평소 탐미했던 신경균 도예가의 작품에 헌정하는 시들을 모았다.

 

종교에 의탁하면서 얻은 영적 깨달음과 참회, 모든 어머니들에게 보내는 감사와 응원, 자라나는 아이들의 순수와 희망, 먼저 세상을 떠난 딸 이민아 목사를 향한 그리움을 시에 담았다.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살던 집이 있을까/ 네가 돌아와 차고 문을 열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네가 운전하며 달리던 가로수 길이 거기 있을까/ (중략)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아침마다 작은 갯벌에 오던 바닷새들이 거기 있을까"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쓸쓸한 계절에 "바다 건너온 너의 선물" 캐시미어 털옷을 꺼내 입으며, "신문을 읽다가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너와 비슷한 이름"을 발견하며, "세수를 하다가 수돗물을 틀어놓고" 눈물을 흘렸다.

 

"내가 아무리 돈이 많이 생겨도/ 이제 너를 위해 아무것도 살 수 없다/ 네가 맛있다고 하던 스시조의 전골도/ 봄이 올 때까지 방 안에서 걷겠다고/ 워킹머신 사달라고 하던 것도"('돈으로 안 되는 것')

 

죽음의 명백함 앞에서는 돈도, 수사학도, 스마트폰도 무력하다고 고인은 적었다. 그러나 죽음이 "아름답고 찬란한 목숨의 부활"일지, "말도 안 되는 만우절의 거짓말"일지는 모른다.

▲ 1981년 이화여대 졸업식에 참석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오른쪽)과 딸 이민아 목사. 열림원 제공  

 

고인은 별세 나흘 전인 22일 곧 출간될 시집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에 실릴 서문을 썼다. 딸 이민아 목사(19592012)10주기인 315일을 앞두고 자신이 같은 길을 갈 것을 예감한 것이다. 딸이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세상을 떠난 모습을 보며 그는 자신의 마지막도 비슷한 모습이기를 바랐다고 한다.

 

"네가 간 길을 지금 내가 간다. 그곳은 아마도 너도 나도 모르는 영혼의 길일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것이지 우리 것이 아니다.“

 

1981년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조기 졸업한 이 목사는 김한길 전 의원과 결혼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로스쿨을 마치고 캘리포니아주 검사로 임용됐지만 결혼 5년 만에 이혼했다. 이 목사는 무신론자였던 이 전 장관을 개신교 신앙으로 이끌었다. 이 목사는 에세이 땅끝의 아이들’(2011)에서 아버지에게는 돈 걱정이나 장래에 대한 불안 등 당신이 겪었던 두려움을 아이들에겐 안 줘야겠다는 책임감이 사랑의 표현 방법이었던 것 같았다고 썼다. 고인은 딸의 3주기를 맞아 2015년 에세이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를 출간하며 애틋함을 표현했다. 책에는 이 목사가 어릴 때 굿나잇인사를 제대로 해주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과 함께 전하지 못한 사랑을 담았다.

 

문학박사, 교수, 장관 등 다채로운 이력과 타이틀을 지닌 그는 과거 무신론자였다. 하지만 칠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 세례를 받고 신앙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이러한 이어령의 모습을 담은 책이다. '(무신론자의) 신앙입문기'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지식인 이어령이 아닌 그리스도교 신자 이어령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영성'에 관한 참회론적 메시지와 함께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인생의 후반에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어령은 존재 자체의 변화로 인해 그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지성과 영성의 문지방 위에서, 그는 지성을 넘어선 영성을 추구했다. 세례를 받고, 첫 번째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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