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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다 림

신명상 | 기사입력 2023/10/10 [08:05]

기 다 림

신명상 | 입력 : 2023/10/10 [08:05]

 

기 다 림

 

살아 가는 일은

저편 건너를 보며 가는 것

 

강 너머로 부터

가을이 바람을 미리 보낸다

 

강변 수목은 바람따라

경쾌한 춤을 이저리 흔들고

강 기슭 풀숲엔 마침내

초록 물결도 잔잔히 살랑인다

 

대단한 무더위 한 철을 보내며

강 역시 제법 지쳐 있었나 보다

선한 바람이 그래 불고

가을은 기어이 오고 있다

 

강물이 흘러서 어느덧

한 시절을 가만히 씻어 내며

강 바람엔 새 계절이 묻어 온다

 

바람이 가을을 은밀히 데불고

뜨거운 여름은 마땅히 떠나고 있다

 

세월은 강물같이, 바람처럼

이렇게 불현듯 흘러간다

 

잊지를 말자, 참으로

산다는 일은 앞서

저건너 바람을 보는 것

 

저편의 바람을 기다리며 가는 것이다.

 

▲ 신명상  © CR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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