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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발견 물, 영혼-유령체험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3/12/10 [15:41]
사나소 이야기

환상의 발견 물, 영혼-유령체험

사나소 이야기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3/12/10 [15:41]
 
영혼, 천국, 지옥 등 만져지지도 보이지도 않는 것들, 이것은 인간들의 환상, 즉 믿을 수 없는 것을 믿고 싶어 하는 욕망이 만들어 낸 발명품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면 상상력이 아직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어린이들이 어른보다 더 자연스럽게 그런 세계를 인정하게 된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 할 것인가?


세상에는 그것을 ‘환상의 발명품’이라기보다 그것을 ‘환상의 발견 물’로 보는 사람이 더 많다. 발견은 있음으로 해서 성립된다. 인류의 절반을 훨씬 넘기고 있는 종교인구가 이를 증거 한다.


자, 그러면 영혼 이야기를 해 보자.


‘영혼의 발견’이야말로 다양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영혼이 한 사람에 한 개 뿐이라든가 두 개라든가 아니 사람에 따라 여러 개가 있을 수 있다는 등 동서양, 지역, 민족에 따라 다양함을 더해 가는 것을 두고 이를 ‘발명품’이라 한다면 영혼의 다양성을 믿지 않으려는 태도에 지나지 않는다. 


영혼의 세계가 다양하다면  ‘발견 물’ 역시 다양할 수밖에 없다.


▲ 칼 구스타브 융     ©
스위스의 심리학자 칼 구스타브 융(1875-1961)은 사후세계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그에 대한 이상한 체험도 겪었던 사람이다.
그는 자서전에서 이승과 저승, 산자와 죽은 자 간의 텔레파시가 가능하다는 경험을 밝히고 있다.       


어느 날 그는 한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밤에 잠자리에 들었다. 비몽사몽간에 문득 정신이 들어보니 낮에 장례를 지냈던 그 친구가 침대 곁에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친구는 그에게 손짓해 따라오게 했고, 융은 그런 환영 속에서 친구를 따라 친구의 집 서재 안까지 갔다. 친구는 자신의 서재에서 의자에 올라서더니 맨 꼭대기서 두 번째 서가에 있는 책 한권을 가리켰다. 그것은 붉은 색으로 장정된 5권의 책 가운데 한 권이었다.


융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이튿날 죽은 친구의 집을 찾아가 친구의 아내에게 서재를 보여 달라고 부탁했고 그가 이전에 한 번도 들어가 본적이 없는 그 서재에서 어제 밤 보았던 그대로 그 책을 발견했다. 죽은 친구가 가리킨 책은 에밀 졸라의 ‘죽음의 유산’이라는 책이었는데, 그것이 그와 친구 사이에 무엇을 의미했는지는 자서전에 밝히지 않았지만 그는 죽은 자와 산자 간, 이런 식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밖에도 융은 이와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한 것으로 자서전은 밝히고 있다.


그의 자서전에는 18세기 레눠드 시세트(Rennward Cysat)가 쓴 ‘루체른市 연대기’가 소개되었는데 이 책에 유령 때문에 유명해진 필라투스 산의 보탄(Wotan)이 나온다. 보탄은 마술사로 오늘날까지 그 산에서 마술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시세트는 어느 날 밤, 그 산에 올라 산장에 머물고 있었는데 밤사이 산장 밖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무리 때문에 잠을 설쳤다는 것이다. 다음날 산장 주인에게 지난밤 겪었던 일을 이야기했더니 산장 주인은 그들이 ‘죽은 사람들’ 즉 보탄에 의해 끌려 다니는 죽은 이들의 넋이라고 설명해 주었다고 한다. 이 연대기를 읽은 융 자신은 그 이전에 경험했던 스위스 어느 산정 성탑에서 있었던 일과 다름없음을 알고 새삼 보탄의 실체를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생을 아프리카에서 침팬지 연구로 보내며 깊은 사색의 경지를 터득한 것으로 알려진 제인 구달은 그의 자서전 ‘희망의 이유’에서 스스로 영혼의 문제를 한 번도 의심해 본적이 없다고 밝힌다.


그가 사랑하던 남편을 잃고 슬픔에 빠져 있을 때의 일이다.
한 밤 중에 잠에서 깨어보니 남편이 곁에 있었고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때 그는 몸이 갑자기 굳어지는 것 같았고 심장이 몹시 뛰면서 피가 몸속을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이는 그녀의 정신이 몸에서 빠져나가 죽은 남편이 있는 다른 차원의 세계로 여행하며 생기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뒤에 한 심령술사로부터 듣게 된다.


이밖에 신뢰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이 경험했던 불가해한 일도 적지 않다.  
현대 일본의 대표적 작가인 엔도 슈샤크(遠藤周作)가 오래전 일본 어느 일간지에 ‘유령체험’에 대해 쓴 글이 있다.


“지난날 나는 유령 같은 것은 내가 목격하지 않는 한 믿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해 연말, 아타미(熱海)의 한 여관에서, 그것도 작가 미우라 슈몽(三浦朱門) 일본 초대 문화부 장관과 함께 머물 때 유령체험을 했다. 한밤 중 잠이 들려할 즈음, 귓가에 ‘나는 여기서 죽었다. 나는 여기서 자살했다.’고 누군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처음엔 기분 나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두 번째가 되니 정말 기분이 이상해졌고 세 번째는 놀라고 겁이 나서 옆자리에 자고 있는 미우라에게 일어나라고 소리쳤다.


일어나 내 이야기를 들은 미우라는 ‘나는 그를 보았다.’고 답했다. 그도 깜빡 졸다 눈을 떠 보았는데 기모노를 입은 젊은 남자 한 사람이 그와 나 사이에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처음엔 환영인가 했는데 그도 두 번째 이를 확인하고는 겁을 먹고 있던 중에 내가 소리를 쳤다는 것이다. 그 뒤 우리는 엎드린 채 꼼짝도 못하고 그야말로 이빨이 딱딱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떨고 있었다. ‘도망가자.’라고 소리친 것은 나였고, 우리는 부끄러움도 잊고 잠옷 바람으로 그 방을 뛰쳐나왔다. 이 기억은 오랫동안 남아 다른 사람들의 체험담이라든가 그런 종류의 이야기를 듣거나 읽을 때 ‘나도 그런 체험을 했다.’고 말한다.


나는 더 이상 유령이야기를 거짓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 뒤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물었더니 그는 ‘혹시 두 사람이 그때 너무 피곤했던 것이 아닌가?’ 라고 물었다. 유령현상을 극도의 피곤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하려는 것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과학적 설명으로도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그 무언가에 대한 존재를 나는 믿을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는 살아있던, 또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영혼 체험들이다.


비록 소설이긴 하지만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에도 유령은 나온다. 소설 주인공의 외할아버지는 먼 과거의 일이든 미래의 일이든 그의 기억 속에 있는 것이라면 모두 살아있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인지 그가 살고 있는 성(城)에는 오래전 그 성에 살다가 불행하게 죽은 여인이 살아있는 사람들 눈앞에서 유유히 배회한다. 살아있던 시절의 행동반경 그대로.


성의 주인도 이것을 전혀 이상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다. 한 순간이 곧 영원이며, 영원이 순간 속에 있다는 종교적 시간관이라면 그런 것이 이상할 리 없다.
또 죽음을 단순히 이승과 저승의 경계선을 넘는 것이라 보고, 어느 누군가 그 경계선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면, 저승의 어느 영혼이 이승에서 한번쯤 배회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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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연 2014/05/14 [18:25] 수정 | 삭제
  • 저도 영혼(귀신) 체험을 한적이 있어서 여기 내용을 100% 신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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