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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선 칼럼, '배낭에 지고 온 세상'

박현선 | 기사입력 2023/04/03 [18:09]

박현선 칼럼, '배낭에 지고 온 세상'

박현선 | 입력 : 2023/04/03 [18:09]

▲ 나를 찾아서./출처=픽사이베로 임수된 pexels님의 이미지 임  © CRS NEWS


배낭을 짊어지고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각양각색인 사람들의 삶과 특이한 문화에 부딪힐 때, 그 충격은 또 얼마나 감동을 주고 짜릿할까?”

 

어떤 여행이든 그것은 일상을 떠나 가슴 설레는 일이고, 떠난 순간 혹은 떠나려고 마음먹은 때는 이미 즐거운 여정을 꿈꾼다. 넓은 세상에서 깊숙이 자리 잡은 생각들을 글로 엮으며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박성호 여행작가. 첫 만남인데도 자신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앞에 앉아 있는 수강생들을 압도했다. 그가 뿜어내는 기운에 두 시간 동안 침을 꼴깍 삼기는 소리 한번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강연을 들었다.

 

그는 온 세계를 여행하면서 수천 년을 이어오며 그 땅에 살았던 사람들, 나무들, 동물들, 식물 등, 곤충에서부터 그 나라 사람들의 목소리, 웃음과 울음, 에너지가 스민 모든 것들이 질량 불변의 법칙처럼 사라지지 않고, 가슴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다고 한다. 비밀번호를 입력해 사이버 공간을 열 듯, 끊임없이 수련거리고 있을 세계인의 이야기가 들릴 것 같아 그의 여행 살이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무엇이 그를 불굴의 추진력과 도전 정신으로 자신을 후려치듯 사정없이 채찍질

하면서 무작정 여행에 뛰어들게 했을까? 어쩌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영원히 자신을 잃어버리고 살 것 같은 불안감이 들어서 넓은 세상을 탐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과거도 미래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오늘 이 현실에 충실하며 식당에서 서빙을 하기도 하고, 기차역 마트에서 비빔밥을 팔았고, 거대한 쇼핑센터에서 요거트 만들기, 땀범벅이 되어 일식집 주방에서 요리하기, 지옥 같은 바나나 농장의 작업 현장에서 부끄러움을 모르고 일했다. 매일 마른 식빵과 1달러짜리 참치통조림을 먹거나 질리게 파스타 요리를 먹었다. 벌레가 우글대는 버려진 컨테이너 같은 야영장 생활 은 최악의 환경이었다. 그러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단다. 내게 여행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하지만 여행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 험난한 환경을 이겨내고 난, , 전 세계 6대륙 전부를 밟아 보는 꿈을 꾸고 있으니까.

 

인간의 체력과 정신의 한계를 이겨내는 마라토너처럼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거친 노동을 하면서 자신의 고통과 외로움에 지지 않고 치열하게 살았던 모습은 가슴을 쓰리게 만든다. 또한, 극한 환경의 체험지인 호주 바나나 농장의 환경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를 쓰러뜨릴 수도 있었다. 사실 그런 환경이라면 누구든지 쓰러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악을 쓰고 발버둥을 치며 이겨내었다.

 

빨리 가는 것보다는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그것을 온전히 느끼며 순수한 시각을 가지고 신비의 명약을 하나, 둘 찾아가는 것처럼 소중한 여행을 하고 싶었단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가벼운 포옹을 나누면서 서로의 체취를 느껴 보기도 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곳에서 낭만을 체험해 보기롤 고대하면서 말이다. 사진 속에서 보았던 신비로운 곳을 빨리 두 눈으로 직접 보고야 말겠다는 기대감이 화르르 불타올라서일까.

 

예고 없이 찾아오는 우울감과 고독감을 이겨내기 위해 야영장 의자에 홀로 앉아 노래를 듣기도 하고 야영장 주위를 미친 사람처럼 뛰어다니다 어쭙잖은 눈물도 흘려 보았단다. 그러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숙소 저편에서 들리는 새 소리, 은박지를 펼쳐 놓은 듯한 밤의 정적에 오관(五官)을 활짝 열어 세상의 모든 것을 느끼며 평안을 되찾았다.

 

힘든 노동의 대가로 꼬깃꼬깃 모여진 돈으로 값진 여행을 하고 그것을 글로 담아내는 그를 보며 아름다움이란 단어를 생각했다. 자기 일에 온 힘을 기울여 몰입해 있는 사람의 모습은 피어나는 꽃처럼 아름다워 보인다. 한 송이 꽃이 피어나는 모습이 황홀하듯, 최선을 다하여 자신의 꿈을 밀고 나가는 사람 앞에서 절로 존경의 고개가 숙여진다. 대자연에서 인생을 배우고 다양한 인간을 알아 가고, 사랑()을 배우는 사이 그에게서 세계의 문화와 풍속이 깃든 글들이 여행하고픈 나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호기심을 일으킨다.

 

저는 가진 게 거의 없이 끔찍할 정도로 가난하게 배낭 하나 덜렁 메고 세계 일주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에서 많은 것을 탐색하고 가슴에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그것들이 하나하나 여행 철학을 담은 글이 되어 행복을 아는 작가로 만들어 주었답니다. 그 체험들은 저를 흥분시키는 경이로운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jinli777@crs.by-wo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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