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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현 목사 칼럼, '공자(孔子)와 안회(顔回)의 대화(對話)'

김덕현 | 기사입력 2023/07/03 [22:44]

김덕현 목사 칼럼, '공자(孔子)와 안회(顔回)의 대화(對話)'

김덕현 | 입력 : 2023/07/03 [22:44]

▲ 김덕현 목사  © CRS NEWS

‘여씨춘추(呂氏春秋)’라는 책(冊)에 나오는 일화(逸話)다. 
 
공자(孔子)가 제자(弟子)들과 함께 진(秦)나라로 가던 도중(途中)에 돈과 식량(食糧)이 떨어져 고생한 적이 있다. 
 
일주일(一週日)이 넘도록 쌀 한 톨 입에 넣지 못했다고 한다. 
 
다행(多幸)히 제자 안회(弟子 顔回)가 쌀을 구(求)해와 밥을 지었는데, 
 
식사(食事)를 기다리던 공자(孔子)가 문득 부엌을 내다보니 안회(顔回)가 솥을 열고 밥을 집어먹고 있었다. 
 
‘다들 굶주리고 있는데 자기(自己) 배 먼저 채우려 들다니!’ 
 
공자(孔子)는 괘씸했지만 모른척했다. 
 
그리고 안회(顔回)가 밥상을 차려오자 “조금 전 낮잠을 자다가 꿈에서 아버님을 뵈었다. 
 
먼저 아버님께 제사 (祭祀)를 올린 뒤에 식사(食事)하고 싶구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안회(顔回)는 놀라며 “아닙니다. 
 
아까 뜸이 잘 들었나 보려고 솥을 열었을 때 천장(天障)에 있던 그을음이 떨어졌습니다. 
밥을 버리는 것이 상서(祥瑞)롭지 못해 제가 걷어내어 먹었으니 제사(祭祀)에 쓸 수가 없습니다”라고 했다. 
 
공자(孔子)가 안회(顔回)를 오해(誤解)한 것이다. 공자(孔子)는 탄식(歎息)하며 말했다. 
“내가 그동안 눈으로 본 것은 믿어 왔지만 완전(完全)히 믿을 게 못 되는구나. 
 
그동안 마음으로 생각한 것을 의지(意志)해 왔지만 완전(完全)하게 의지(意志)할 수는 없구나. 
 
"너희들은 직접(直接) 보고 들었다 해도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명심(銘心)해라.”
 
성인 공자(聖人 孔子)도 이렇게 오해(誤解)를 했는데 우리와 같은 보통(普通)사람은 어떠하겠습니까?
 
공자(孔子)는 평생(平生) 네 가지를 절대(絶對)로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내용은...
 
-제멋대로 억측(臆測)하지 않았다는 ‘무의(毋意)’,
 
-반드시 이래야 한다고 하지 않았다는‘무필(毋必)’, 
 
-자신의 주장을 고집(固執)하지 않았다는 무고(毋固)’,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내세우지 않았다는 무아(毋我)’. 
 
요컨대 자기 판단이나 생각만 옳다고 여기지 않고 편견(偏見)에서 벗어나 항상 사안(事案)의 참 모습
(模襲)을 보고자 노력(努力)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어떤가.내 생각이나 믿음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잘못된 나의 인지(認知) 를 바로잡기는커녕 확증편향(確證偏向)으로써 부조화(不調和)를 제거(除去)하려 드는 경우(境遇)가 있다. 
 
반대(反對)되는 증거(證據)가 쏟아져 나오더라도 부정(否定)하거나 외면(外面)한다. 
 
이러한 태도는 스스로에 대한 거짓말로 이어지고, 그 거짓말을 진실 (眞實)이라고 믿어 의심(疑心)치 않게 만든다. 
 
내 멋대로 억측하고 반드시 단언하게 만든다. 이 지경(地境)에 이르면 잘못 행동(行動)하면서도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무릇 같은 상황(狀況)이라도 다르게 해석(解釋)될 수 있는 법(法)이다. 
하물며 내가 인식(認識)한 대로만 억측(臆測)하고, 내가 생각한 대로만 단언(斷言)한다면 어떻게 될까? 
 
내 정신(精神)의 편향(偏向)은 갈수록 심(甚)해져 진실(眞實)과는 점점(漸漸) 더 멀어지고 말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疏通)도 불가능(不可能)해진다.
따라서 우리는 제멋대로 억측(臆測)하지 않은 공자(孔子)의 자세(姿勢)를 본받아야 한다. 
 
내가 본 것이 진실(眞實)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전제(恒常 前提)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勿論)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공자(孔子) 같은 성현(聖賢)도 자기(自己)가 본 것을 믿고 안회(顔回)를 오해(誤解)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공자(孔子)의 가르침을 기억(記憶)한다면 적어도 잘못된 길로 빠지진 않을 것이다.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 김 준태 초빙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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