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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부의 ‘영혼학개론, 그 표준이론’-‘수면과 영혼육’ 중 ‘꿈은 누가 꾸는가(1)’

정영부 | 기사입력 2023/07/07 [10:33]

정영부의 ‘영혼학개론, 그 표준이론’-‘수면과 영혼육’ 중 ‘꿈은 누가 꾸는가(1)’

정영부 | 입력 : 2023/07/07 [10:33]

 

▲ 파블로 피카소의 '꿈'


<
꿈과 영혼육의 기억장치>

 

남도민요에 애절하기 그지없는 흥타령이 있다. 그 가사의 첫 부분을 보면 천하제일의 꿈타령이다.

 

아이고 데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

너도 나도 꿈속이요

이것저것이 꿈이로다

꿈 깨이니 또 꿈이요 깨인 꿈도 꿈이로다

꿈에 나서 꿈에 살고 꿈에 죽어 가는 인생

부질없다 깨려거든 꿈은 꾸어서 무엇을 헐거나

 

이 심정에 만상(萬象)이 환상(幻象)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인도의 마야(Māyā)타령’(1)이 우리나라에서 기원하였음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꿈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꿈의 종류별로 영혼육의 역할은 무엇이고 그때 그들의 기억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미 여러 전절(前節)에서 수차 언급하였거니와 사람은 영혼육으로 구성되고 영혼육은 각각 자기의 기억장치를 가지고 있으며 의식의 주체는 혼이거나 영이다. 그들이 쓰는 기억장치 이름은 각각 몸뇌와 혼뇌 그리고 영뇌다.

 

사람은 꿈이나 최면상태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기억을 자주 만난다. 각성상태에서는 전혀 없던 기억들을 기반으로 꿈의 무대가 펼쳐지는 것이다. 꿈의 종류별로 그 기억의 출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2)

 

1) 현생의 기억에 기반한 꿈. 즉 몸뇌의 현재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이 사용되는 꿈. 이는 렘수면 중 몸뇌가 깨어나 그 각성이 상당히 진행된 때 생기체 또는 정신체가 몸뇌의 현재기억으로 꾸는 꿈으로 태반의 꿈이 이 경우며 꿈의 내용도 몸뇌의 현재기억에 저장되는 경우가 많다.

2) 몸뇌의 잠재기억이 사용되는 꿈. 즉 각성상태에서는 잊었지만 몸뇌의 잠재기억 부분에 저장되어 있던 현생의 기억 또는 전생기억의 파편이 사용되는 꿈으로 렘수면 중 몸뇌가 막 깨어나기 시작하는 때 혼이 잠깐 꾸는 꿈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별로 크지 않다. 그 이유는 몸뇌의 기억에 남는 꿈은 몸뇌가 통제하는 기억으로 꾼 꿈인데 이 꿈은 몸뇌의 통제영역이 아닌 부분인 잠재기억으로 꾸는 꿈이어서 각성 후 현재기억에 잘 남지 않아서 그렇고, 몸뇌의 잠재기억이 사용되기에는 숙면에서 몸뇌가 깨어나는 과정의 속도가 빨라서 그러하다. 3)이나 4)의 꿈이 몸뇌가 깨어나는 램수면 시에도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현재기억에 없는 꿈은 모두 몸뇌의 잠재기억에 기반한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나 사실 그러한 꿈의 상당부분은 아래 3) 이하의 꿈이다.

3) 몸뇌의 현재기억에 저장되어 있지 않은 혼뇌의 현생기억이 사용되는 꿈. 즉 몸뇌의 현재기억에서는 지워졌으나 혼뇌에 저장되어 있던 현생의 잠재기억이나 몸뇌에는 전혀 없는 현생기억이 사용되는 꿈으로 혼은 깨어났으나 몸뇌는 아직 잠자는 때의 꿈이다. 전술한 대로 몸뇌가 깨어나도 이 꿈이 당분간 관성적으로 계속 이어지면 꿈 내용이 몸뇌의 현재기억에 남을 수 있다.

4) 혼뇌에 저장되어 있는 혼의 전생기억이 사용되는 꿈으로(3) 몸뇌는 아직 수면 중이고 혼뇌도 각성도가 떨어지는 때의 꿈이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깨어난 후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5) 혼이 유체이탈이나 근사체험 등을 통하여 얻은 사연과 그 기억. 이 역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몸뇌가 그 반영(反影)을 얻기 어렵다.(4)

6) 외부의 혼이나 정령(精靈)들의 영향으로 인한 꿈. 외부의 위력(威力)으로 인하여 몸뇌에 꿈의 내용이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7) 영의 기억을 사용하여 영이 꾸는 꿈. 이 또한 목적이 있을 것으로 보여 몸뇌가 그 반영(反影)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8) 외부 영의 영향을 받아 영이나 혼이 꾸는 예언몽이나 계시몽. 이는 그 위력으로 인해 당연히 기억이 날 것이다.

9) 영이 꾸는 예지몽. 이 역시 깨어난 후에도 몸뇌에 기억이 남을 것이다.

 

뇌의학에서는 2)까지의 꿈만 인정한다. 그러나 의학이 매일 보고 겪는 3)이하 꿈의 증좌들을 부인하려니 스스로도 불편할 것이고 그 위에 쌓은 의술은 또 무슨 신통함이 있을쏘냐.

 

위의 각 꿈의 종류를 사용되는 기억의 원천과 對比하여 표로 만들면 다음과 같다.

 

 


위와 같은 꿈의 종류별 검토를 통하여 우리는 혼에 대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어떤 종류의 꿈이건 꿈의 내용이 몸뇌의 현재기억으로 유출되는 경우에만 깨어나서 기억이 가능하다.(8)

2) 현생의 기억에 기반한 꿈을 보면 혼은 자주 (소멸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쫓기는 꿈, 군대 다시 가는 꿈, 시험치는 꿈, 죽는 꿈, 떨어지는 꿈, 스트레스 가득한 꿈.

3) 혼은 트라우마가 많다. 몸뇌는 잊지만 혼뇌는 망각이 없다. 모든 것이 업으로 새겨진다. 프로이트는 이를 연구하여 노벨상보다 더한 공()과 그에 버금한 과()를 남겼다.

4) 혼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스스로 혹은 몸의 장기로부터 신호를 받아 욕망을 드러낸다. 섹스 꿈, 먹는 꿈, 오줌 누는 꿈, 돈 꿈, 똥 꿈그러나 모두 다 생기체의 개꿈이다.(9)

5) 경험하지 않은 사실에 대한 기억(10)이나 전생기억에 기반한 꿈을 보면 혼뇌와 몸뇌간의 기억 반영, 혼만의 기억장치가 있다는 사실, 혼이 환생한다는 것 그리고 전생기억의 대부분은 혼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11)

6) 꿈을 통해 자신의 혼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불가에서는 진인무몽(眞人無夢)이니 몽중일여(夢中一如)니 오매일여(寤寐一如)니 한다. 자아의 수준이 낮으면 수면 중 영이나 양심체보다 정신체가 활동하여 꿈의 수준이 욕정에 휘둘린다. 이는 역설적으로 각성 시 혼은 분명히 영 또는 양심체의 통제하에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12)

 

혼은 수준이 다 다르고 그 수준에 따라 꾸는 꿈이 다르다. 수행은 영 또는 양심체의 지도하에 혼이 하는 것이다. 덕을 쌓고 업을 지우면 꿈의 내용도 현실적, 예지적, 양심적이 된다. 그러니 꿈의 내용을 보면 혼의 수준을 알 수 있고 그 사람의 인격 수준도 알 수 있다.(13) 8세기의 티베트불교승들은 꿈 요가(dream yoga)라고 하여, 완전히 깨어있는 의식 상태에서 꿈을 꾸는 훈련을 행하였다. 수련의 결과가 꿈에 나타나니 꿈을 직접 통제하려 한 것이다.(14) 오늘날의 자각몽(lucid dream)의 시초다. 

 

<註釋> 

1) 마야타령

 

이승별곡

허수아비 탈 씌워 세우고

돌떡에 풀 놓고 소꿉놀이하다

어느덧 해 저물면 돌아가는 이승

 

돌 보기를 금처럼 하고

종이쪽을 돈이라 하며

물 먹고 술 취해 살다 가는 이승

 

창문 열고 뛰어내리면 거기가 저승이요

잠시 숨만 참아도 눈 떠보면 저승이요

꿈속에서 꿈꾸다 잠을 깨면 저승인 이승

 

2) 1. 꿈의 대부분은 윤회혼(정신체)이 잠자는 사이 24시간 깨어 있는 생기체가 각성 중의 스트레스 기억으로 인해 꾸는 꿈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기체의 꿈은 프로이트에게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나 표준이론에서는 담론할 가치가 없어 거론하지 않는다.

2. 2~4번과 같은 꿈에 영이 작용하는 일은 없다고 본다.

 

3) 요기 사라스와티는 자아에 의하여 자극받은 마음이 그 사람의 몇 세대 전의 행을 끄집어내어 그들 행이 마음을 자극하였기 때문에 전혀 알지도 못하는 일을 꿈속에서 본다고 한다(사라스와티, 혼의 과학, 264).

 

4) 이러한 사정을 이용하여 신지학 등에서는 혼이 수면 중에 아스트랄계여행이나 멘탈계 여행을 한다고 주장한다.

 

5) 자각몽(lusid dream)은 현생의 꿈의 일종으로 몸뇌의 반각성상태의 꿈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렘수면상태가 혼뇌>몸뇌임에 반하여 몸뇌>혼뇌인 상태다. 자각몽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이 깨달음의 범위는 사실에 대한 희미한 인식으로부터 중대한 시각의 확장에까지 이를 수 있다. 자각몽은 깨어있는 상태에서 곧바로 꿈 상태로 들어갈 때 의식이 확실하게 사라지지 않으면서 꿈을 꾸게 되거나 혼뇌>몸뇌인 꿈을 꾸다가 각성이 커져서 몸뇌>혼뇌인 상태에서 꿈을 꿀 때 나타난다. 어느 경우에나 루시드 드림은 일반적인 꿈들보다 더 이상하고 감성적인 경향이 있으며 꿈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6) 병리적 의식(소위 무의식)상태에서의 꿈은 여기에 속한다. 프로이트의 무의식은 잠재의식의 일부와 표준이론의 혼뇌의식을 합한 개념이다(9.5.3. ‘변성의식 상태와 영혼육참조).

 

7) 영뇌는 몸이나 혼처럼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영 그 자체이다. 각성 시에 영뇌는 철저히 막혀 있다. 마이클 뉴턴의 LBL(Life Betwwen Lives)최면요법이나 돌로레스 캐논(Dolores Cannon)의 퀀텀 힐링 최면 기법을 쓰면 영이 영뇌 일부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

 

8) 1. 이를 반영(反影)기억이라고 하자. 혼뇌의 기억이 거울에 비추듯 잠자거나 반만 깨어있는 반활성 상태의 몸뇌에 비추어져 그 일부 또는 불완전한 기억이 몸뇌의 현재기억(Lucid Svapna 상태)이나 잠재기억에 저장된다.

2. 숙면상태(수수프티)에서는 혼도 잠잔다. 그러나 렘수면상태가 되면 혼은 깨어나고 몸은 아직 덜 깨어 몸뇌는 반활성 상태가 된다. 이때에는 꿈의 내용이 몸뇌에 저장되더라도 대부분 몸뇌의 잠재기억에 저장되기 때문에 각성 시에는 기억하기 힘들다.

 

9) 돼지꿈, 용꿈, 구렁이 꿈, 불 꿈 등 길몽 축에 드는 꿈들은 어떤가? 이런 꿈은 대부분 생기체가 꾸는 개꿈이지만 드물게 8, 9번 꿈일 수가 있다.

 

10) 경험하지 않은 기억에 기반한 꿈은 혼의 전생기억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신비적 요인에 의한 경우와 혼의 창의성 때문인 경우도 있다. 신비적 요인은 영적존재의 영향을 받는 경우이고 혼의 창의성 때문인 경우는 혼이 각성 시에 창의적인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것과 같다.

 

11)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꿈

 

꿈 노트

 

메시지 있는 꿈이다 싶으면

비몽사몽 중에

머리맡 꿈 노트를 더듬어 쥐고

꿈 조각 하나

잠재의식 저 밑바닥으로 사라지기 전에

그 꽁무니를 그린다

증거를 잡는다

 

쉽지 않다 더 자고 싶다

메모 대신 해마에 두고 더 자고 싶다

겨우겨우 깨어나 앉아 보아도 십중팔구

도 생각나지 않는다

아깝다 쯧쯧 아름다운 시였는데

멋진 시놉시스고 창조적 아이디어였으며

안타까운 전생의 기억이었는데

 

그래도 가끔

만난을 거쳐 메모하면 건지는 게 있다

그중에서 기어코 건지고 싶은 것

소설 말고 영화도 말고 아카식 레코드

악몽도 길몽도 말고 예지몽

영어도 말고 독일어도 말고 제노글로시

이 사람 저 사람 다 말고 그 사람

가위 말고 보 말고 유체이탈

 

아카식 레코드

 

꿈에 뭔가를 읽다가 잠이 깼다

눈을 반쯤 뜨고 천장을 쳐다보니

열린 방문 사이로 거실 등불이 새어들어 천장 한쪽이 밝았고 거기에

스크린에 엔딩자막 지나가듯 글줄이 가득 지나갔다

읽어 보려고 눈을 부릅떴으나 몇 글자 알아보기 힘들었다

한글인가? 漢字도 있었다 표도 있었다

점점 빠르게 지나갔다

난 꿈이 아님을 확인하려고 손을 들어 글자를 가리켰다

삼사 분이 더 흘렀다

자막은 더 빨라지고 흐려졌다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 감았다 떴다. 자막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점점 흐려지다가 마침내 사라졌다

일어나 앉아 꿈 노트와 볼펜을 집어들었으나

한 구절도 못 썼다

천장을 보며 이게 뭘까 곰곰이 생각했다

꿈이 아니었다

꿈은 아니었다

한 구절도 못 적은 게 내 탓도 아니었다

 

어느 제노글로시

 

꿈에 외국인과 영어를 했다

나는 여전히

히어링은 제법 되는데 스피킹은 더듬었다

외국인은 멋진 영어로 유창하게 잘도 떠들었다

? 근데 저 외국인 녀석은 내 꿈속에서 어찌 영어를 저리 잘하냐?

저것도 다 내 머릿속의 내 영어 아닌가?

그 순간 외국인은 입을 닫더니 나처럼

더듬댔다

 

12) 개꿈

 

작고 꼬물거리는 구더기 무더기

한 움큼을 집어 머리에 얹었다

또 한 움큼을 집어 머리에 얹었다

구더기 떼가 아우성을 치며 머리카락 속으로 기어들었다

어떤 놈들은 얼굴로 어깨로 마구 흘러내렸다

수많은 구더기 떼가 머리가죽 속으로 파고들었다

어느 순간 나는 대머리가 되었다

눈을 떠서 자세히 보니

대머리에 붕긋붕긋 살상투가 생겼다

구더기들이 거기에 몸을 숨기고 머리가죽을 파먹고 있었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기분 나쁘게 간지러웠다

더러웠다 무서웠다

마구 문질렀다 비누칠을 하고 박박 긁었다

구더기들이 뽑혀 나왔다

뭉그러지고 녹아내려 손톱 밑에 끼었다

숨이 막히고 억울해서 잠에서 깨었다

목에도 손목에도 묵주를 차고 있었다

오매 하느님!

水準이 이렇습니다

 

13) 꿈을 보면 자신의 혼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상좌부(남방불교) 논서 아비담마에서는 아라한은 몽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꿈을 깨끗하게 하려면 각성 시의 자기 절제와 수행 그리고 기도가 절대적이다. 자기 전에 좋은 책을 읽고 명상을 하라.(미주 155 ‘사랑에 대하여’ 6. 단편소설 참조)

 

14) 매도송(寐道頌)

 

잠을 자자

참나로 돌아가자

페르소나의 가면을 벗고

영혼으로 돌아가자

한 문턱 넘으며 몸을 두고

두 문턱 넘으며 혼을 재우고

송과샘 깊숙한 곳

안식처로 가자

생각이 나를 하는

금시초문 이 흘러넘치는

정랑서방 나를 반기고 옛 친구가 기다리는

오매불망 님을 보는

 

그 너머 안식처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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