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God)의 이름은 거룩하다. 그렇다면 그 이름은 입에 올릴 수 없을 만큼 신성한 것인가. 혹은 절대자의 고유한 명칭인가, 개인별ㆍ지역별ㆍ종교별 호칭으로 불려도 되는 것인가.
엘, 엘로힘, 야훼, 여호와, 창조주, 천주, 하느님, 하나님, 한얼님, 옥황상제, 천제, 상제…. 각 종교와 나라, 시대마다 신의 이름이 다양하게 불리는 가운데 ‘신(God)의 이름’을 놓고 종교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신의 이름을 두고 벌어지는 종교간의 갈등 이유와 각 종교의 신의 명칭과 유래 등을 알아본다.
“알라는 보통명사” -“예수가 알라의 아들?”
말레이시아에서는 가톨릭과 이슬람이 하나님의 명칭을 놓고 오랫동안 갈등과 충돌을 벌여왔다. 신(God)의 이름을 ‘알라’로 부를 수 있게 해달라는 가톨릭 신자들의 요청을 말레이시아 법원이 수용하느냐에 대한 무슬림과 가톨릭간의 충돌이었다.
말레이시아 가톨릭에서는 말레이어에는 ‘하느님(God)’에 해당하는 마땅한 단어가 없어 ‘하느님’을 이슬람교의 유일신을 뜻하는 ‘알라(Allah)’로 사용해 왔었다. 이런 상황에서 2007년 말레이시아의 지역 가톨릭교회에서 발행하는 헤럴드신문은 하느님을 알라로 변역하는 것을 금지한 말레이시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었다. 헤럴드신문의 편집장 로렌스 앤드루 신부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알라를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가톨릭으로 개종한 원주민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인들은 지난 4백년간 유일신을 뜻하는 단어로 아랍어인 알라를 사용해왔었다. 유일신의 개념이 아랍어를 쓰는 상인들에 의해 말레이시아에 소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가톨릭교회가 하느님을 알라로 표기하는 것을 금지했었다.
2009년 고등법원이 “알라는 이슬람만의 용어가 아니다. 가톨릭 교인들은 알라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헌법적 권리를 갖고 있다”고 판결하면서 정부의 알라 사용금지결정을 뒤집자 정부는 곧 항소할 태세를 갖췄으며 2010년 초 무슬림학생전국연합 등 무슬림 단체들도 쿠알라룸푸르에서 판결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슬람 지도자들은 “가톨릭에서 알라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보고 무슬림이 잘못 인도될 수 있다”며 “알라는 이슬람에서만 사용하는 유일신의 이름이다”라 주장하고 있다. 아랍어로 유일신을 뜻하는 알라가 보통명사화 되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2013년 10월 14일에는 말레이시아 항소법원은 '더 헤럴드'에 '알라' 사용을 허용한 하급 법원의 2009년 결정에 불복해 정부가 제기한 항소심에서 '알라'는 이슬람교에서만 사용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다른 종교가 '알라'를 사용하는 것은 이슬람 신자를 개종시키려는 의도라며 '알라'는 이슬람교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길등이 계속되었다.
지난 10월 말에는 말레이시아 정부도 보르네오 섬의 사라왁과 사바 주에 거주하는 기독교도에게 '알라' 사용을 계속 허용하기로 했다.
나집 라작 총리는 사바주 정당인 사바통일당(PBS) 대표단을 만나 "연방정부는 2011년에 합의된 10개항을 존중한다"며 "사바주와 사라왁주 기독교도들은 신앙생활에서 '알라'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집 총리는 "'알라' 사용을 금지한 항소법원 결정은 가톨릭계 주간지 '더 헤럴드'에만 적용될 것"이라며 "모든 단체는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최근 말레이시아 항소법원이 10지난 14일 '더 헤럴드'에 '알라' 사용을 허용한 하급 법원의 2009년 결정에 불복해 정부가 제기한 항소심에서 '알라'는 이슬람교에서만 사용돼야 한다고 판결한 데 이어 나온 것으로, 다른 종교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개신교 일각, 거꾸로 ‘알라’ 表記 반대
기독교계 일각에서는 말레이시아 가톨릭교의 경우와는 정반대로 아랍어 성경에 ‘알라’의 표기를 강력히 반대한다. 이들은 “아랍어 성경이 하나님을 알라와 동일하게 사용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마치 이슬람교가 기독교와 같은 뿌리의 종교인양 혼돈을 주게 됐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슬람이 오히려 기독교인들에게 성경을 갖고 포교하는 일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새로운 신구약 아랍어성경 번역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렇듯 지역과 시대배경에 따른 아전인수식 입장에 대해 의식있는 네티즌들은 “하나님은 단어 속에 계시는 분이 아니라 ‘스스로 계시는 분’이다.”며 좀 더 관용을 베풀어 자유롭게 해도 되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유일한 창조주를 아랍식으로는 ‘알라’라고 표현하는데 그 시대, 그 지역 사람들에게 잘 이해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란 것이다.
‘하나님과 하느님’-가톨릭과 개신교의 차이 이렇듯 문명적 혼란과 갈등을 야기시키는 ‘하나님 이름’을 놓고 국내에서도 종교적 분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야훼, 즉 여호와에 대한 이름을 놓고 가톨릭에서는 하늘에서 가장 높은 분을 하느님으로 지칭하나, 개신교에서는 유일신인 하나라는 개념에 경칭인 ‘님’ 자를 붙여 하나님으로 부르고 있다. 개신교에서는 애국가 ‘하느님이 보우하사’를 ‘하나님이 보우하사’로 부른다.
우리말 사전에 하느님은 ‘천지를 만든 창조자로서 전지전능하고 영원하며 인류와 만물을 섭리로써 다스림’이라 기록하고 있으나, 하나님은 ‘신교에서 하느님을 일컫는 말’이라고 명시해 놓았다. 국어학자들은 하나, 둘, 셋 하는 수사(數詞)에 존칭을 붙이면 ‘두님’ ‘세님’할 수가 없다는 용례를 들어 난색을 표한다.
이 같은 신학적 갈등은 1970년대 가톨릭과 개신교가 공동번역성서를 간행하면서 더욱 구체적인 갈등으로 불거졌다. 공동번역성서에는 ‘야훼 하느님’이라 채택했으나 개신교 예배서에는 이를 따르는 곳은 별로 없다. ‘하늘(heaven)에 계신 분’이란 뜻의 하느님, ‘하나(one)이신 분’이라는 뜻의 하나님, 성모 마리아와 예수를 구분지어 섬기는 신앙적 차이가 있는 한 두 용어의 통일은 요원하다는 것이 신학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개신교에서도 ‘하느님’이란 호칭을 썼다는 것이 밝혀졌다. 국내에 남아 있는 한글 성서본 가운데 간행 시기가 가장 빠른 ‘예수셩교 요안내복음젼셔’(사진)한성대 인문과학연구원장인 강순애 교수에 의해 발견됐는데 1882년 초간본에 ‘하느님’이라고 표기하다 1883년본에는 ‘하나님’으로 바뀌었다.
보통명사로서의 ‘하나님’은 ‘하느님’의 평양 방언 개신교에서는 '하나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그것이 유일신의 교유명사인듯 인식한다.
그러나 우리말로 절대자, 옥황상제, 초자연적 존재로서의 하늘 등을 나타내는 말이 '하늘님'(=하느님)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독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하나님' ‘하느님’이라는 말이 기독교의 신을 나타내는 고유명사화 됐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유일신이라는 뜻을 덧붙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사실은 같은 '하늘님'의 방언이라는 것이다. 즉 구한말 개신교 이전부터 국내에 유입됐던 가톨릭은 ‘천주’ ‘하느님'을 사용했지만 개신교가 전파되었던 평양의 방언은 ‘하나님’이었고, 주로 이곳에서 성경을 번역하고 보급했던 개신교에서는 '하나님'이라는 표현이 일반화됐다는 것.
우리 말 '한'은 ‘크다’ ‘전체로서의 하나’ ‘하늘’이라는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이에 '님'을 붙여 '신'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됐다. 전통적으로 우리 조상들은 상제(上帝)로 일컫는 하늘님을 섬겨 왔으며 민족종교 천도교에서는 한울님[大宇神]을 숭배하고 있다. 대종교에서 ‘한얼님’[大魂神]은 단군의 명칭이다. 다같이 “하늘님”의 유사음이며 범신론적 하느님의 신군(神群)이다.
따라서 '하느님'과 '하나님'을 구별하는 것에는 의미가 없다는 논리도 있다. 게다가 문법적으로는 '하느님'이 맞는 셈이다.
神을 나타내는 일반명사들 이상과 같은 논리라면 ‘하나님’과 ‘하느님’의 구별은 서양의 일반명사 ‘God’의 표기 구별과 다를 바 없다.
영어에서는 ‘God’하고 하지만 독일어 ‘Gott’, 북유럽에선 ‘Gud’라고 표기한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직접적으로 라틴어 흔적을 많이 가지고 있는 서유럽에서는 라틴어의 ‘deus’와 비슷한 형태의 단어를 사용한다. 즉, Dieu(프랑스), Dio(이탈리아), Deus(포르투갈), Dios(스페인) 등이 그것이다.
신약성경은 그리스어로 쓰여졌는데, '신'을 그리스어 'theos'로 표기하고 있다. theos는 특정 신의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반명사이다. 누가복음 첫 부분에는 '데오빌로'(신을 의미하는 데오/테오와 사랑을 의미하는 빌로/필로)라는 비기독교인의 이름이 나오는데, 그 이름은 '신을 사랑하는 자'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후 ‘theos’는 신을 지칭하는 다른 단어의 어근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언론계에서는 각 종교를 소개할 때 각 종교가 사용하는 정확한 ‘신의 이름’에 신경을 쓰고 있다. 호칭이 각자 신앙의 원천이자 의미를 담아 놓았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배려해야 되기 때문이다. 결국 ‘하나님’을 ‘하느님’으로 표기하느냐, ‘알라’로 표기하느냐 등의 논란은 ‘왜 방언을 쓰느냐’, ‘외래어표기가 잘못됐다’ 등의 지적과 같다는 입장이다. 언론계에 종사하는 한 종교인은 “창조주 신은 육체도 이름도 초월한 존재다”라며 “종교계에서도 언론계와 같은 이해와 배려심이 필요하다”는 조심스런 주장을 펼친다.
성경에서의 신의 이름 감히 부를 수 없는 거룩한 네 글자 'YHWH'
*엘과 엘로힘 구약성경에서는 '엘' 혹은 '엘로힘'이 사용됐다. '엘 샷다이' '벧엘' '임마누엘'이라고 할 때 마지막 '엘'은 신을 가리키는 일반명사이다. '엘'은 '엘로힘'의 고대 표현이고 시적(詩的)표현이다. '다스리는 이, 강하신 이'란 뜻이다. 이 이름은 우리들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보통명사로서, 일반적으로 신성(神性)을 지칭하는 동시에 어떤 때는 고유명사로서 단 한 분뿐이신 하느님을 지칭하기도 한다. 아랍어에서 '알라'라고 하는 말은 ‘엘’과 같은 어원을 가진 일반명사이다. '알'이나 '엘' 모두 '신'이라는 뜻이다(개신교계에서는 기독교의 신은 엘로힘이고 이슬람교의 신은 알라로 서로 다르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구약의 성조들은 "엘 엘리온(창세 14,22), 엘 로이(창세 16,13), 엘 샬다이(창세 17,1), 엘베텔(창세 75,7), 엘 올람"(창세 21,33) 등 '엘' 뒤에 여러 형용사를 붙여 불렀다. '엘리', 또는 '엘 로이'는 엘로힘의 변형으로서 '나의 하느님'이란 뜻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서 '엘리 엘리 라마 사박타니?'하고 부르짖었다. '엘'을 어미에 붙여 만든 이름도 있다. 미카엘(누가 하느님과 같으냐?), 라파엘(하느님이 낫게 하셨다), 가브리엘(하느님의 영웅), 임마누엘(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 등이 그것이다.
*야훼와 여호와 출애굽기에서 모세가 소명을 받을 때 우리나라 성경에서는 '나는 스스로 있는 자'라고 번역하는 대목에서 신이 자신의 이름을 밝힌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그것을 '여호와', '야훼', '야웨'로 표기하고 있다. 이것이 기독교 신이 갖는 유일한 고유명사이기도 하다.
야훼라는 뜻은 "나는 나다. 나는 존재 자체이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BC 3세기 이후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신성하심에 대한 경외심으로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하느님의 이름을 감히 글로 옮기지 못하고 단지 'YHWH'라고만 표기했다. 그래서 이스라엘 신(神)의 보편적 주권을 강조하는 속성 명사 '엘로힘(Elohim)'이 사용됐다. 구약성서의 그리스어 번역본인 70인역(Septua Ginta)은 이를 '퀴리오스(Kyrios)'로 옮겼다.
후대에 와서 이를 두고 발음상 문제가 생겨 '여호와, 여호수아' 등으로 발음하기도 했다.
구약성경에는 네 글자의 자음 'YHWH'으로만 나타나기 때문에 후대 학자들이 발음할 수 있도록 모음기호를 찍었는데, 아직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다. 평소 발음하지 않았기에 그것이 어떻게 발음되었는지 알기 어렵다. 신의 이름을 망령되게 일컫지 말라는 율법의 영향 아래에 있었기 때문에 YHWH를 발음하지 않고 단지 '거룩한 네 글자'라고만 읽었다고 한다. 연구 결과 '여호와'는 그릇된 사투리 발음이고 '야훼'나 '야웨'가 옳을 것이라는 입장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에서 불린 신의 이름 하늘님, 한울님, 한얼님, 천주님, 하나님… 삼국유사 등 한국 신화들에 보이는 최고신은 천공신(天空神), 곧 하느님이며, 단군, 고구려의 주몽, 신라의 박혁거세, 석탈해, 김알지의 탄생 설화에서도 나타난다. 이들은 하늘에게 '상제의 명령'이나 '알, 궤'라는 형식을 빌어 탄생한다. 그래서 그 주인을 공경하기 위해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 한국의 무속 신앙에는 많은 신이 있으나 막연하게나마 그 배경으로 하느님이라는 최고신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님의 명칭은 선사시대 이래 우리 민족종교의 기층을 형성하는 무교에서의 최고신인 '천신, 하느님' 명칭과 부합한다. 하느님의 호칭은 통일신라 및 고려조에 이르러 삼국시대의 ‘까딪빛’ 삼신의 사상을 한데 묶어 ‘한잎’이라 했다는 설이 있다. 고려조에 이르러 천지신명을 호칭할 때 님을 붙여 인격화하여 ‘한잎님’이라 했고, 조선조에 들어와서는 ‘한다님’이라 호칭했다고 하는데 결국 하느님의 명칭은 '까-딪-빛-한잎님-하느님'의 변화과정을 겪으며 형성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가톨릭에서 '하느님'으로 고착되었다.
마태오 리치 신부는 '천주실의'에서 유교경전에 나오는 상제 혹은 천(天)이 그리스도교의 하느님과 같은 절대신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여 야훼를 천주(天主)라 번역했다. 천주의 중국음은 '도사(徒斯)'이다. 한역본 <성경직해>에 천주라는 말풀이로서 "천주는 서양의 원어로는 '도사(徒斯)'라고 하며 천주 만물의 주님이시다."(天主西土原文曰 徒斯及天地萬物之主)라 했다. 여기서 ‘도사(徒斯)’의 중국식 발음을 프랑스어 철자로 적으면 ‘teou sou’, 즉 라틴어의 'Deus(데우스)', 희랍어의 theos(테오스)'의 발음과 비슷하게 된다. 중국에 온 선교사 마태오 리치 신부가 <천주실의>를 출판하면서 천주를 'Deos'의 음역으로 넣어 사용함으로써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어 유일신 하나님(개신교), 온 세상이라는 우주적 개념으로서의 한울님(천도교), 배달민족의 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한얼님(대종교) 등 우주 창조자이며 주재자인 천주의 호칭으로 각기 불러지게 됐다.
多神敎의 신의 이름 제우스, 브라만, 천조대신…최고의 신 존재
민족, 지역, 역사에 따라 믿는 종교가 다르며, 또한 달라지고 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무속, 불교, 유교, 민족종교에 자리잡은데 이어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를 수용한 다종교국가가 되었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조로아스터교(배화교)처럼 유일신을 신봉하는 종교가 있는가 하면 많은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종교도 있다. 다신교에서는 수많은 신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러나 불교, 도교에서 부처, 옥황상제를 최고의 신으로 모시듯 다신교에서도 ‘하나님’ 같은 존재의 이름이 있다.
의인화된 다신교로서 많은 신들이 등장하는 그리스로마신화에서도 제우스신은 ‘하느님’ 같은 존재다. 제우스라는 이름은 어원적으로는 천공(天空)을 의미한다. 제우스는 올림포스산의 신들 위에 군림하고 그 권위는 다른 신들의 권위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위대하였다. 하늘을 지배하는 자인 동시에 전세계를 통치하는 최고의 신이었다.
인더스 문명에서 자연발생한 종교인 힌두교에는 3억3천만이 넘는 신이 있다. 하나의 신에서 다른 신이 태어나고, 거기서 또 다른 신이 태어났다. 악귀도 있다. 로마신화같이 신들의 등급이나 능력의 차가 있다. 그 중 주신은 창조의 신인 ‘브라만'이다. 브라만을 비롯해 유지의 신 비슈누, 파괴의 신 시바 등 세 신을 대표적으로 꼽는다. 사람마다 모시는 신도 다르다. 윤회를 믿는 힌두교도의 입장에서는 죽음 이후의 환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시바 숭배는 다른 신에 대한 숭배보다 열렬하다.
일본의 종교 신도(神道)는 나무·강·돌 같은 자연을 신으로 섬겨 약 800만의 신을 모시고 있다. 신을 모시는 장소가 ‘신사(神社)’다. 힌두교처럼 다신론이면서 로마신화같이 신이 인간화되기도 한다.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인의 대다수가 신도를 믿게 됐다. 일왕을 신으로 여겼고, 국가가 나서서 신사참배를 권유했다. 조상의 혼령과 연결된 신들은 사람에게 행복과 부를 가져다준다고 믿었다. 태양숭배를 천조대신이라 하며 천조대신의 손자가 지금까지 내려온 '짐무덴노'(神武天皇ㆍ신무천황)이다. 천황은 글자대로는 하늘의 신으로 태양신의 아들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