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교회 이름지을 때의 初心, 종교의 초심을 회복하자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4/04 [10:45]
‘믿음, 소망, 사랑교회’에 ‘믿음, 소망, 사랑’이 없다?

교회 이름지을 때의 初心, 종교의 초심을 회복하자

‘믿음, 소망, 사랑교회’에 ‘믿음, 소망, 사랑’이 없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4/04 [10:45]
 
◈ ‘소망교회는 소망이 없고, 순복음교회는 순(純)복음이, 사랑의교회는 사랑이, 통일교회는 통일이 없다’ -무종교인이나 안티기독교 카페의 문구가 아닙니다. 내가 만나는 종교인들에게서 회자되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신앙의 가치를 높이 알리는 종교신문을 만드는 입장에서 더욱 듣기 민망하고 자괴스럽습니다. 어떻게 이런 비아냥거리는 말을 스스로에게 서슴없이 해대는 지경이 됐을까 하는 낭패감이 생깁니다.
 
물론 위에 거론한 교회들이 내분과 갈등, 행정소송 등에 휘말렸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모든 교회와 종교가 싸잡아 폄훼당하는 분위기입니다. 교인 수에 따른 교회 거래, 퇴직목사 은퇴비 마련위한 성직 매매 등이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폭로가 잇달았고 ‘고액 헌금 유도’를 위한 구멍 뚫은 헌금 봉투 등 낯뜨거운 치)가 밝혀진 가운데 그렇지 않은 교회와 종교도 함께 엮여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한 신문은 국내 5만여 교회의 이름을 분석해서 관심을 끌은 바 있습니다. 대개 위치한 곳의 지명을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 ‘안디옥’ ‘갈보리’‘사랑’ ‘은혜’ ‘성령’ 등 성경에 나오는 지명, 단어가 들어간 이름입니다. 이 신문은 ‘누구나교회’ ‘큰나무’ ‘별빛’ ‘도토리’ ‘세상에서 가장 낮은 교회’ 등 개성만점의 이름도 소개했는데 작명(作名)시 엄청난 의미를 담기 위해 얼마나 고심하고 기도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명할 때의 초심(初心)을 갖기가 어려운가 봅니다. 형편이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번창하면 번창하는대로 이름의 의미를 실천하고 드높이는 데에 소홀해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 작명에서 뿐만 아니라 종교 자체의 초심도 잃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습니다. ‘창조주 신과 사람, 만물이 다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종교의 초심일 것입니다. 그러나 각자의 신앙과 종교에 몰입해 그 안에서 그들만의 구원과 화평, 융성과 생존을 추구하다 보니 ‘모두에게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종교의 초심에서 멀어진 것  같습니다.

그저 나와 내 신앙만 강조하는 표층종교에 점령된 것입니다. ‘나만 잘 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신, 나와 이웃, 나와 모든 존재가 하나라는 깨달음’의 심층종교가 바로 종교의 초심을 찾는 것이며 성숙한 종교라고 생각합니다.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란 대담집에서 ‘표층종교’에서 깨달음에 바탕을 둔 ‘심층 종교’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종교학자 오강남 교수는 이어서 ‘종교, 심층을 보다’란 책을 통해 종교의 ‘심층’을 깨친 역사 속 인물들을 소개했습니다.

오 교수는 이 책에서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과 신(神), 이웃, 나아가 만물이 다 하나라는 것을 깨닫은 분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 교수의 연이은 책과 주장으로 다시금 ‘종교의 초심’을 일깨우며 공감하는 바가 컸습니다.  

◈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무당이 주요 일간지의 세 페이지 짜리 와이드 인터뷰로 소개됐으며 최근 영화화됏습니다. 한국의 굿을 세계에 알린 ‘대한민국 대표 무당’ 김금화 씨입니다. 혹독한 시집살이에서 도망쳐  ‘만신’(여자 무당)이 된 그는 “어렵고 힘들고 마음 아픈 사람 끌어안는 게 무당”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굿과 공연에서 작두를 타는 신 내린 무당이지만 그를 찾아 오는 사람에게 “절이나 교회 다니며 기도하고 살아라”고 돌려 보냅니다. 자신은 파란만장한 삶을 산 신내린 무당이지만 그런 환경이 아닌 사람들에게 교회나 절을 찾아 신심을 기르고 구원을 받기 원하는 것입니다.

해외 공연 때마다 ‘하나님 믿는 분들은 하나님의 은혜가 있을 것이고, 불교를 믿는 분은 부처님의 자비가 있으실 것이다’ 라고 강조한다고 합니다. 80여년 삶의 경륜이 그를 굿만 하는 표층 토속신앙인에서 모든 이웃과 종교를 이해하는 심층종교인으로 승화시켰다고 봅니다. 종교의 초심을 찾은 인물이라 여겨집니다. 신심이 성숙해지면 모든 종교에 통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교회이름 지을 때의 초심, 그리고 종교의 초심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이옥용 '和平書信' (5분) 유트브 영상 많이 본 기사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