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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불란한 기도, 혼란한 종교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4/26 [10:00]
화평서신

일사불란한 기도, 혼란한 종교

화평서신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4/26 [10:00]

◆ 세월호 침몰사고의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기도가 종교와 사회, 국가를 초월해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모든 종교계가 행사를 축소하거나 행사내용을 희생자 추모식 등으로 바꾸었습니다. 종교인 비종교인을 막론하고 ‘모든 신들께 간절히’ 빌고 또 빌었습니다.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는 의미의 노란리본이 종교와 이념, 국경을 초월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상에 물결을 이루었습니다.
  
◆ 희생자를 위한 간구기도가 일치를 본 반면 비통과 분노,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방식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정치적 성향이 강한 인물, 부정부패를 파고드는 사회적인 인물, 인간으로서의 윤리를 강조하는 도덕적 인물, 돈의 문제로 접근하는 경제적 인물, 그저 눈물만 흘리며 애타하는 감성적 인물 등의 성격에 따른 자세와 대응을 취했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정치적, 사회적, 윤리적 잣대를 갖고 해석하며 편을 나누었습니다. 자기 판단에 유리하도록 하는 각종 음모론과 유언비어가 난무했습니다. 혼란스런 사회상이 이 사고를 통해 여지없이 드러났습니다. 안타까운 희생을 두고 벌어지는 안타까운 현실이었습니다. 
    
◆ 나도 나름의 잣대를 갖고 세월호 참사사고를 지켜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사고와 희생을 복합적으로 판단하고 느꼈을 것이지만 특별히 강한 성향이 있습니다. 과연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가’를 세월호 사고에 대응하는 시각을 통해 스스로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경우, 수많은 생명의 희생을 애도를 표하며 “한국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윤리적․ 영적으로 새롭게 태어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지극히 종교적입니다. 
    
◆ 윤리적․ 영적인 종교가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근본적으로 평정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갖가지 성향, 진영의 심성을 보듬고, 가다듬어 줍니다. 그래서 종교(宗敎)가 세상에서 제일 가치있는 ‘으뜸’(宗)의 가르침이라고 일컫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과 참사의 중심에 종교집단의 그릇된 가치관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종교가 혼란과 갈등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이 섬뜩합니다. 종교가 비양심, 부도덕함의 대명사가 된 것입니다.  
    
◆ 세월호의 선사 청해진해운의 오너를 비롯해 선장과 임원 등이 1987년 오대양집단자살사건과 관련된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의 신도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구원파의 핵심 교리는 '율법이 십자가에서 없어졌기 때문에 구원받은 후에 간음 살인 등 죄를 지어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어서 정통 교단에서는 구원파를 이미 이단으로 규정했습니다. 구원파 시한부 종말론 집단은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안전보다는 돈이 우선이라고 합니다. ‘어떤 행위를 해도 영혼구원에는 지장이 없다’는 교리로 인해 죄책감도 없습니다.

선장 등 선박직 선원들이 승객들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한 것 역시 죄책감 없이 저지른 행동이었습니다. 그래서 종교적 응집력이 강한 이들이 자기들끼리만 위기상황 정보를 공유하며 집단탈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구원파는 자기 가족이라도 전도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구원받을 가치도 없는 쓰레기쯤으로 취급한다. 세월호에 탔던 대부분 승객은 구원파 신도가 아니었다. 당연히 구원받지 못한 이방인으로 생각했을 것이다.”라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종교집단의 그릇된 교리와 그에 따른 도덕적 해이와 무책임한 행동이 끔직하고 엄청난 사고의 근본원인이 된 것입니다. 
    
◆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나기 일주일 전에는 지난해 8월 경북 칠곡에서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계모 임모 씨에게 그가 활동했던 종교집단이 감형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한 것이 밝혀졌습니다. ‘아파트 계단에서 자주 밀기’ ‘세탁기에 넣어 돌리기’ ‘밤새도록 손을 들고 벌 세우기’ ‘화장실 못 가게 하기’ ‘말 안 듣는다며 청양고추 먹이기’ ‘목 조르기’ 등 상상을 초월하는 학대를 저지른 사람에게 선처를 바란 것입니다. 사회의 여론은 ‘살인 혐의를 적용하라’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종교집단의 그릇된 교리와 반사회적 윤리를 여지없이 보여주었습니다.

“대체 종교가 뭐고, 어떤 종교이길래…”하는 한탄이 나왔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윤리적․ 영적으로 새롭게 태어나길 바란다.”는 교황의 메시지가 한국사회뿐 아니라 종교계 자체에도 전달되기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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