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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정교회 키릴 총대주교 '우크라 전쟁 지지‘로 3억 동방정교회 분열

김희성 기자 | 기사입력 2022/04/20 [08:39]
마국서는 교회 옮기고 프랑스에서는 결별 청원…신자들 의견 충돌도

러시아정교회 키릴 총대주교 '우크라 전쟁 지지‘로 3억 동방정교회 분열

마국서는 교회 옮기고 프랑스에서는 결별 청원…신자들 의견 충돌도

김희성 기자 | 입력 : 2022/04/20 [08:39]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모스크바에서 키릴 모스크바 총대주교에게 꽃을 전달하고 있다. 스푸트니크 통신=연합뉴스   


마국서는 교회 옮기고 프랑스에서는 결별 청원신자들 의견 충돌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톨릭 교단 가운데 로마 가톨릭에 이어 두번째로 교세가 큰 동방정교회가 분열하고 있다.

 

동방정교회에서도 가장 큰 교파인 러시아정교회의 키릴 총대주교가 전쟁을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자, 유럽은 물론 미국의 동방정교회가 키릴 대주교를 반대하고 나섰다. 1000년 역사의 동방정교회는 천주교·개신교와 함께 3대 기독교 분파로 신도 수는 약 3억명에 달한다.

 

18(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탈리아·미국·프랑스·네덜란드 등 정교회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키릴 총대주교에게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일부 신자는 교회를 옮겼으며, 프랑스에서는 정교회 신학생들이 주교에게 모스크바 총대주교청과의 결별을 청원했다. 또 이탈리아 우디네 정교회 볼로디미르 멜니추크 대주교는 모스크바 총대주교가 신학이 아닌 국가 이데올로기를 지지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키릴) 총대주교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배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31(현지시간) 모스크바 총대주교청과의 모든 관계를 끊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 키릴 모스크바 총대주교가 지난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대성당 앞에서 비둘기를 날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키릴 총대주교는 지난 3월 모스크바 대성당에서 열린 예배에서 빅토르 졸로토프 장군에게 금박을 입힌 성화를 주며 이 성화가 조국 수호의 길을 시작하는 젊은 병사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며 축복 기도를 했다. 졸로토프 장군은 귀중한 선물이 우크라이나 나치와의 전투에서 군대를 보호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3월 설교에서 우리는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지닌 투쟁에 들어갔다신은 거짓된 서구 자유의 세계가 아닌 러시아의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 소수자 문제를 끌어들이며 신은 서구의 편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매주 신자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면서, 우크라이나를 통일된 인민을 분열시키려는 외부의 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키릴 총대주교는 푸틴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지난 2012년에는 그의 시대를 신의 선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스톡홀름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시릴 호보룬 교수(교회학)WP모든 전쟁에는 총과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이 전쟁에서는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이 총을 제공했고 교회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동방정교회의 수장 격인 바르톨로메오 1세 총대주교(콘스탄티노플 정교회)와 키릴 총대주교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동방정교회가 둘로 쪼개질 조짐이 보인다.

 

바르톨로메오 1세 총대주교는 한 인터뷰에서 그는 푸틴 대통령과 그렇게 많은 것을 동일시하지 말았어야 했고, 심지어 우크라이나 침공을 신성한 것이라 부르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교회는 전쟁, 폭력, 테러를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키릴 대주교는) 정교회 전체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 동방정교회의 수장 격인 바르톨로메오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로이터=연합뉴스 

  

둘 사이의 갈등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불거졌다.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에 소속돼 있던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크림 전쟁을 계기로 독립을 요청하자 바르톨로메오 1세 총대주교가 이를 사실상 승인하면서부터다. 

 

이후 러시아 정교회는 바르톨로메오 1세 총대주교와 단절을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일부 독립하고 일부는 모스크바 총대주교청 소속으로 남았다. WP는 키릴 총대주교의 전쟁 지지는 자신에게 소속돼 있는 12000개의 교회의 교인들은 중요치 않게 여긴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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