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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러시아 정교회 시설 단속...러시아 지지 성직자 색출 나서

김희성 기자 | 기사입력 2022/11/23 [15:19]
세계문화유산 수도원 단속 나서자 러시아 반발...전쟁에 종교 갈등까지

우크라, 러시아 정교회 시설 단속...러시아 지지 성직자 색출 나서

세계문화유산 수도원 단속 나서자 러시아 반발...전쟁에 종교 갈등까지

김희성 기자 | 입력 : 2022/11/23 [15:19]

세계문화유산 수도원 단속 나서자 러시아 반발...전쟁에 종교 갈등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4(현지시각)10개월째 들어서며 장기화하는 가운데 러시아 정교회를 둘러싼 두 나라 사이의 종교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요원들이 22(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의 유서깊은 수도원 '페체르스크 라브라(Pechersk Lavra)' 등 러시아 정교회 시설 3곳을 단속에 나서자 러시아가 "러시아 정교회에 대한 공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수도원 내에 러시아를 돕는 성직자가 있다며 색출에 나섰다.

▲ 2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러시아 정교회 수도원 수색에 나선 우크라이나 보안국 요원들이 방문객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보 기관이 22일 러시아 정교회 시설 3곳을 전격 수색했고, 러시아는 종교에 대한 전쟁 행위라고 즉각 반발했다.

 

외신들은 이날 수도 키이우에 있는 러시아 정교회 소속 페체르스크 수도원을 수색했다고 보도했다. 보안국은 성명을 내어 러시아 특수 조직의 파괴 활동에 대응하기 위한 조처의 하나로 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보안국은 이 수도원이 러시아 세계의 중심지로 이용되는 것을 막는 것이 주요 목표라며 이 시설이 파괴 공작 및 정찰 조직과 외국인을 숨겨주고 무기를 보관하는 데 이용된다는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수색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보안국은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240떨어진 리우네 지역에 있는 정교회 시설 등 다른 2곳도 동시에 수색했다고 덧붙였다. AP 통신은 수색이 벌어지는 동안 수도원 안팎에서는 방문자들에 대한 신분증과 소지품 조사가 이뤄졌으나 수도원이 폐쇄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가운데 러시아 정교회를 둘러싼 두 나라 사이의 종교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보 기관이 22일 러시아 정교회 시설 3곳을 전격 수색했고, 러시아는 종교에 대한 전쟁 행위라고 즉각 반발했다.

 

보안국이 거론한 러시아 세계라는 개념은 러시아어, 문화, 종교 보호를 통해 전세계 러시아인의 통합을 이룬다는 개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를 새로운 외교 정책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로이터가 지적했다. 러시아 내 보수 이념가들은 이 개념을 러시아의 대외 개입 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해왔다.

▲ 우크라이나 '페체르스크 라브라'. AP연합뉴스

 

페체르스크 수도원은 1051년 건설돼 1000년 이상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정교회의 본산 구실을 해왔다. 수도원 부지 안에는 박물관, 역사·문화 보호 구역, 러시아 정교회 산하 교회 등이 있으며 199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AP 통신은 이 수도원에 대한 수색은 극히 이례적인 조처라며 정교회 사제가 예배 중 친러시아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뒤 수색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한 사제가 지난 12일 이 수도원 내 교회에서 거행된 예배 중 러시아의 각성에 대해 언급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최근 공개된 바 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예배 참석자들이 러시아 세계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며 이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즉각 종교에 대한 전쟁 행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레믈)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이 러시아 정교회에 대한 전쟁에 나섰다이번 수색은 정교회에 대한 잇따른 공격 행위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우크라이나 내 종교 갈등을 더욱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우크라이나인의 34% 정도를 신도로 거느린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지난 2019년부터 러시아 정교회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 노선을 걸어왔다. 특히, 러시아 정교회를 대표하는 모스크바 총대주교 키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 지지하자, 지난 5월에는 러시아 정교회와의 모든 관계를 끊었다. 특히 올해부터는 성탄절을 러시아 정교회의 17일 대신 가톨릭·기독교의 1225일로 바꿔 기념하기로 결정하는 등 반러시아, 친서방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인 가운데 14% 정도는 여전히 러시아 정교회 소속이어서,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두 교회의 갈등도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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