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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부의 ‘영혼학개론, 그 표준이론(51) ‘유교와 도교 그리고 기독교의 저승관’

정영부 | 기사입력 2022/11/24 [08:45]
영(靈)에 대하여

정영부의 ‘영혼학개론, 그 표준이론(51) ‘유교와 도교 그리고 기독교의 저승관’

영(靈)에 대하여

정영부 | 입력 : 2022/11/24 [08:45]

이번 회는 영혼학 그 표준이론의 제5()에 대하여유교와 도교 그리고 기독교의 저승관에 대한 것이다. 5()에 대하여의 목차와 그중 이번 회에서 다룰 부분은 다음과 같다.

 

5. 영에 대하여

5.1. 영이란 무엇인가

5.2. 영 따로 혼 따로

5.3. 하느님의 영의 불(靈火)

5.4. 영의 의무

5.5. 저승에 대해서

5.5.1. 우리나라의 민속 저승관

5.5.2. 불교의 저승관

5.5.3. 유교의 저승관

5.5.4. 도교의 저승관

5.5.5. 기독교의 저승관

5.5.6. 이슬람교의 저승

5.5.7. 힌두교의 저승관

5.5.8. 고대이집트의 저승관

5.5.9. 심령학의 저승관

5.5.10. 신지학의 저승관

5.5.11. 표준이론의 저승

5.6. 영에 대한 기타 담론

 

유교의 저승관

 

유교에서는 천지만물이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이라는 이치에 따른 기()의 집합으로 생겨나고, 또한 그 기의 흩어짐으로 없어진다(聚則生 散則滅)고 한다. 따라서 사람이 죽으면 혼백(魂魄)이 분리되어 백()은 신체와 함께 분묘에 남았다가 곧 흩어지고 혼()은 사당에 모셔 조상신이 되나, 시조신(始祖神)이나 역사에서 공이 높은 신을 제외하고는 3정도의 시간이 경과하면 서서히 사라지는 것으로 여겼다.

후손들은 이처럼 죽은 조상을 신으로 모시고 때마다 제사를 드려 조상들이 살아있는 후손들에게 강복할 것을 구하였다. 제사를 통해 위패(位牌)를 놓고 강신(降神)과 영신(迎神)의 청신(請神)을 하여 조상신을 모신 다음 이어서 축문을 하고 술과 음식을 제물로 바치면 조상신은 후손들에게 강복(降福)을 하게 되고 후손들은 음복(飮福)으로 이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 유학자들이 즐겨 인용하는 저승으로 황천이 있다. 황천1)사람이 죽은 뒤에 그 혼이 가서 산다고 하는 세상으로 본디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다. 소멸을 말하면서도 황천을 믿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영생(永生)의 원()이 투영되어 불교나 도교의 극락 또는 仙界와 타협한 산물이다. 한편 직관으로 얻은 사후세계의 존재에 대한 통찰이 반영된 면도 있었을 것이다.

 

도교의 저승관

 

도교의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원시 종교 형태는 애니미즘과 샤머니즘이다. 고대 사람들은 자연현상을 지배하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여기고 이를 정령 혹은 신이라고 생각했으며 영력이 강한 사람이 자연의 이런 신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사상으로 인해 굿, 점복(占卜), 금기(禁忌), 예언, 부주(符呪)와 같은 무속문화가 발생하였으며 이러한 무속 문화는 중국에서 장도릉(張道陵, ?~156?)의 오두미도(五斗米道)를 계기로 노장(老莊)의 도가(道家) 핵심 사상과 결합되어 도교가 성립되었다.2) 도가 사상의 핵심 개념인 도()는 도교에 도입되어 최고의 가치를 지니게 되었으며, 도를 얻으면, 得道하면 신선이 된다.

 

한국의 도교(道敎, 仙敎)는 우리 민족 고유신앙에 중국의 도교와 유교, 그리고 불교를 덧붙여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민족 고유신앙의 모체인 단군 신화도 다분히 도교적 색채를 띠고 있는데3) 우선 시조(始祖)들이 모두 일반인들과는 달리 신이(神異)하고 비상(非常)한 능력을 가진 신선(神仙)이었다. 그리고 신화에 나타나 있는 군장(君長)과 천신(天神), 제사장(祭祀長) 칭호, 그리고 신단(神壇) 설치에서 도교적 경향을 읽을 수 있다. 또한 儒彿仙 3교를 합일하는 종지(宗旨)를 내걸고 일어난 민족종교인 천도교와 증산교, 대종교, 원불교 등도 도교적 색채를 띠고 있다. 현대에 와서 한국의 도교는 선도(仙道)라는 이름으로 신앙4)이라기보다는 심신 수련의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도교는 현세에 중심을 둔 종교로서 그 초기에는 내세(來世)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삶은 너무 허무할 수밖에 없어 죽지 않는 장생불사(長生不死)를 추구했다. 장수를 위해 불로초나 불사약 같은 외단(外丹)의 것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장생으로도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기에 후에는 방향을 바꾸어 정신적 수양 등 내단(內丹)으로 신선이 되는 성선(成仙)의 길을 도모하였다. 성선하면 신체는 관에 들어가지만 영혼은 신선세계에 간다. 이것이 육신을 버리고 혼백만 빠져나가는 시해(尸解). 그러나 시해하지 못한 사람은 그냥 죽어 없어진다는 말인가. 결국 도교에도 내세가 등장한다. 사람이 죽어 내세에 가면 먼저 염라왕의 재판을 받는다. 그 결과에 따라 죄가 있는 사람은 지옥벌을 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천상계로 올라간다. 어중간한 사람은 환생한다. 시대 이후에는 도교도 불교와 서로 교의(敎義)를 섞으면서 시왕(十王)5)冥府에 있어 여기에서 사후 심판을 받는 것으로 되었다. 지옥은 불교의 지옥과 거의 유사하여 무시무시하고 잔인한 곳으로 묘사되었으며 지옥의 처벌을 다 받은 사람은 불교에서처럼 다시 환생한다. 다만 도교의 저승에는 이승의 제도를 모방하여 여러 관청이 있고 지옥 관련 신령이 다르다는 점이 불교지옥과 구분된다. 도교의 지옥은 한국 상류사회의 저승관념에도 영향을 끼쳤다.6) 또한 도교는 그들의 천국을 불교의 욕계 6()과 색계, 무색계의 22()에 도교만의 천계인 4범천(四梵天)3(三淸), 그리고 최고신인 원시천존(玉皇上帝)의 대라천 등을 추가하여7) 36천으로 구성하여 경쟁상대인 불교를 능가하는 휘황찬란한 천상세계를 창조하였다.

 

기독교의 저승관

 

기독교 또한 불교나 도교의 저승처럼 정교하게 설계된 저승교리는 아니더라도, 외경인 베드로 묵시록(The Apocalypse of Peter)’, ‘에녹서(The Book of Enoch)’, ‘바오로 묵시록(Apocalypse of Paul)’ 등을 통하여 천국지옥의 모습을 비교적 자세히 기술하고 있는데 모두 다 지옥의 처참함을 더욱 다양하고 실감나게 묘사하여 신도들에게 죽음의 두려움을 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8) 그러나 기독교의 지옥이 원래 이처럼 처참하지는 않았다.

 

고대 유대교에서 유대인들은 원시종교에서 으레 그렇듯이 애니미즘적인 조상신9)을 믿었다. 당연히 영과 혼의 구분도 없었다.10) 조상신의 혼은 죽어서 쉐올(陰府, Scheol)에 모여 비교적 좋은 환경에서 지낸다. 그러나 점차 일신(一神)신앙이 지배하면서 조상신에게 제사하는 것이 금지되자 조상신은 격을 잃어 쉐올의 이미지는 어둡고 누추한 곳으로 변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돌아가신 후 사흘 동안 사역하셨다는 곳이다. 이후 바빌론유수를 거치면서 조로아스터교에서 최후심판교리가 유입되자 쉐올은 심판전 영혼의 임시거처로서 천국 같은 쉐올(limbus)과 중간단계의 쉐올, 그리고 지옥 같은 쉐올 세 가지로 구분되었다. 영혼들은 심판 이후 각각 천국과 지옥으로 갈라져 간다.11)

 

예수님 시대에 이르러서 유대인들이 믿는 저승의 개념은 다양해져서 저승과 영을 믿는 바리사이파, 토라에 근거가 없으니 믿지 못하겠다는 사두가이파, 윤회를 믿는 영지주의자와 헬레니즘 등이 공존하였다. 헬레니즘의 대표격인 플라톤철학에 의하면 망자는 명계로 가서 심판을 받고 천국이나 지옥으로 향하는데 지옥은 명계의 지하에 있다. 천국과 지옥에서 각각 1,000년씩 보낸 영혼들은 운명의 여신들에게로 가서 다음 생을 받은 다음 레테(Lethe) 강물을 마시고 모든 것을 잊은 채 환생한다. 그러나 유대교의 쉐올이나 플라톤의 명계 지옥은 지금처럼 극악한 환경은 아니었다. 두 저승관은 크게 보아 대동소이하다.12)

 

이와 같은 유대교의 저승개념은 훗날 기독교 저승관의 뿌리가 되었다. 즉 기독교의 저승관은 유대교의 저승관이 대체로 그대로 이어져, 인간의 영혼은 죽은 즉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선악의 행실에 따라 사심판(私審判, indicium particulare)13)을 받고 천국과 음부(陰府, hades)로 나뉘어 가게 된다고 한다. 종말의 때가 오면 부활한 육신과 도로 결합하여 공심판(公審判, Ultimum Indicium)14)을 받고 천국과 지옥으로 나뉘어 간다. 가톨릭은 천국과 지옥이 중간단계인 연옥이 있다고 믿는다.

 

최근 기독교 신학자들은 지옥은 악한 영혼을 꺼지지 않은 불구덩이에 넣어 영원히 괴롭히는 사디스트(sadist)적인 지옥이 아니라는 해석에 힘을 더하고 있다. 지옥은 하느님과의 영원한 분리를 의미할 뿐이며 지옥불은 은유적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옥적 저승관의 심각한 부조리를 깨달음에 따라 완고한 도그마를 무너뜨리고 나타난 매우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변화이다. 기독교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일 수도 있다.

 

한편 기독교에는 영혼은 공심판까지 잠을 잔다는 교리가 병존한다. 사심판이 없는 것이다.15) 성경은 데살로니카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4:16~17)나 요한복음(7:34, 13:36) 등 여러 군데에서 사자는 명종 후 잠을 잔다거나 심판 전에는 예수님 있는 곳으로 올 수 없다고 明言하여 전술한 저승론과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먼저 이러한 상이한 구절이 나타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1) 명종 후 영혼은 심판의 그날까지 쉐올에서 잠들어 있다는 구약적 믿음이 남아있는 결과다.

2) ‘영지주의적 삼원론사심판론그리고 육체부활론이 합쳐진 사고의 영향이다.

 

엇갈리는 이 두 가지 記述을 표준이론적으로 해석해 보자. 먼저 기독교 삼원론적으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16)

1. “영은 명종 후 즉시 천국에 가서 깨어 생활한다. 그러나 혼은 사심판을 받고 쉐올에 잠들어 있다가 공심판 때 부활하여 육과 합해진 후 천국이나 지옥으로 간다.” 이 의견은 영은 靈交의 역할만 하고 자아는 혼에 사는 것임을 고려한 해석이다.

2. 1에서 영지주의적 시각을 빼면 사심판 후 영은 하늘나라에 잠들어 있고 착한 혼은 림보나 제3천국, 악한 혼은 지옥에서 깨어 살다가 공심판 때 부활하여 영과 혼과 육이 합해진 후 천국이나 지옥으로 간다.”로 깨어있는 쪽이 혼인 것으로 상반되게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해석은 영은 靈交의 역할만 한다는 생각이 영지주의뿐 아니라 일반적인 기독교 삼원론의 영에 대한 생각임을 감안하면 공심판 후 경우에 따라 영도 지옥에 갈 수 있다는 말이 되므로 교리에 맞지 않는다.17)

 

다음으로는 정통이론인 혼육이원론의 해석방법이 있다. 이는 사람의 영혼은 명종 후 사심판을 받고 착한 영혼은 림보에 들어간다. 이때 아브라함이나 나자로처럼 은총을 받은 영혼은 깨어있지만 대부분은 깊은 잠을 잔다. 이후 최후의 공심판 때 모두 깨어나 육과 결합하여 천국에 든다. 악한 영혼은 루카의 富者처럼 쉐올의 험한 곳으로 가서 깨어있거나 잠을 자다가 최후의 심판을 받고 육과 함께 지옥으로 간다.”

이렇게 되면 삼원론이든 이원론이든 성경구절 간의 모순을 없애는 답을 가지게 된다.

 

 

<註釋>

1) 황천(黃泉)은 고대 중국인에 의하여 지하에 있다고 상상되던 세계로 사자(死者)들이 산다는 암흑의 타계(他界)이다. 구천(九泉), 황토(黃土), 저승이라고도 한다. 황천이라 함은 중국 오행(五行)에서 땅 빛을 노란색으로 한 데서 나왔다. , ‘지하에 있는 샘으로서 횡혈식고분(橫穴式古墳)의 구조에서 유래되었다. 한국의 유학자들이 저승을 뜻하는 단어로 즐겨 사용하였다.

 

2) 도교는 중국인들의 철학, 사상, 종교, 미신, 생활, 풍습, 관행, 도덕, 문학, 예술, 과학의 복합체로서 지식인들도 私的으로는 도교를 신봉하였다. 이러한 도교는 道家에 신선도와 천사도(오두미도)를 혼합하고 거기에 민간신앙의 多神 巫祝의 장초법을 종합하여, 여기에 유교의 도덕사상과 불교의 인과응보사상 그리고 그 경전, 교단조직 등을 융합시킨 것이다. 중국의 민속종교로 볼 수 있으며 지구인구의 6% 정도가 이 믿음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김은수, 비교종교학개론, 117)

 

3) 단군신화의 도교적 색채는 중국 도교의 그것이 아닌 한민족 고유의 도교적 색채이다.

 

4) 그러나 와중에 종교화가 된 경우도 많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5) 성현(成俔)의 용재총화(慵齋叢話)에 의하면 별을 향하여 지내는 제사인 초제(醮祭)를 올릴 때 도교 의식을 위하여 설치한 예조산하의 부서인 소격서(昭格署)의 제단에서 여러 신령들과 함께 명부시왕에게도 제사하였다. 이는 시왕신앙이 조선시대 도교에서도 널리 성행하였음을 보여 준다.

 

6) 중국도교의 저승 관련 문헌인 옥력경세편(玉歷警世篇)은 조선조 말까지 왕실과 사대부 부녀자들에 의해 필사된바, 이는 도교의 저승 신앙이 상류사회에도 유포되어 있었음을 알게 한다.

 

7)도교의 천국

 

1.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36천이 대표적이다. 

 

2. 우선 불교처럼 욕계(慾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의 삼계(三界)28천이 있다.

1) 욕계는 태황황증천(太皇黃曾天)에서 칠요마이천(七曜摩夷天)까지 6층으로 나뉘는데 이곳에 사는 인간의 수명은 1만 년이다.

2) 색계는 허무월형천(虛無越衡天)에서 무극담서천(無極曇誓天)까지 18층으로 나뉘고 나쁜 일을 하지 않았거나 노한 표정을 짓지 않았던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이다. 색계에서 인간의 수명은 1억만 년이라고 한다.

3) 무색계는 호정소도천(皓庭宵度天)에서 수락금상천(秀樂禁上天)까지 4층으로 이루어지고 남의 험담이나 거짓말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 들어갈 수 있다. 여기서 인간의 수명은 1억만 년의 1억 배다.

 

3. 삼계의 28천 위에는 사범천(四梵天)이 있는데 여기는 무색계에서 선행을 쌓은 선남선녀가 옥황상제의 부인인 서왕모(西王母)의 초대를 받아서 올라갈 수 있다. 여기까지 도달하면, 이제 인간에게는 죽음을 기다리는 공포 따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영원한 생명을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표준이론으로 이해하면 제1영계다. 그렇다면 도교는 불교에서 거의 無記하는 법계의 묘사를 시도한 셈이다.

 

4, 사범천 위에 태청(太淸)’ ‘상청(上淸)’ ‘옥청(玉淸)’이라는 천계(삼청)가 있다. 이곳은 사람은 갈 수 없고 신선을 비롯한 신들이 사는 세계로서 표준이론으로 치면 제2영계다.

 

5. 마지막으로 대라천(大羅天)이 있는데 여기에는 현도(玄都)라는 도시가 있고 그 중심부에는 도교의 최고신인 원시천존(元始天尊)이 사는 옥경(玉京)이라는 궁전이 있다. 그는 우주의 창조신이며, 혼돈에서 모든 사물에 질서를 부여한 신이다. 물론 현재에도 우주의 모든 질서를 주관하고 있다.(마노 다카야, 도교의 신들) 표준이론의 최고영계인 제3영계에 해당할 것이다.

 

8) 단테는 인간의 영혼이 죄악의 세계로부터 정화되는 과정을 그린 그의 책 신곡(神曲)을 통하여 기독교 지옥의 결정판을 만드는 공을 세웠다.

 

9) 조상숭배(ancestor worship)

 

1. 조상숭배는 원시종교인 애니미즘의 발전 형태다. 조상신은 표준이론의 군혼(group soul)으로 이해된다. 그룹 소울이 지혼의 초기형태임을 감안하면 군혼의 개념이 인류종교사 초기에 일반적인 영혼관으로 등장함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모·조부·증조부·고조부 4대조까지는 사령(死靈)이라 하여 망자 영혼의 개체성을 인정하여 종가(宗家)에서 신체(神體)를 마련하고 기제사(忌祭祀)를 지내는 4대봉사(四代奉祀)로 모시고 5대조 이상의 조상의 영은 조상신의 군혼에 흡수된다고 보고 이를 조령(祖靈)이라 하여 묘소에서 음력 10월 시제(時祭)를 드려 모신다.

 

2. 문명 초기부터 사자(死者)에 대한 두려움과 외경은 시작되었으며, 특히 가족처럼 가까이 있는 자가 죽은 경우에는 더욱 그러했다. 두려움과 외경은 조상을 신격화하여 모시는 조상숭배의 동기가 된다. 종교화가 진행되면서 조상 중 유력한 사람은 조상신 중 최고신으로 숭배를 받아 시조신(始祖神)이 된다. 이것이 더욱 발전하여 민족이나 국가의 시조신이 나타난다. 단군 왕검 신앙도 조상숭배의 연장선에 있다.

 

3. 결국 조상숭배의 기원은

1) 애니미즘의 정령신앙(미주8 ‘범심론, 애니미즘, 물활론, 생기론, 범신론, 물신숭배, 유심론, 조상숭배’)

2) 사자(死者)를 두려워하는 마음

3) 가족과 같이 가까이 있는 자가 죽은 경우 사자에 대한 애착

4) 생전에 유력한 사람의 영혼은 사후에 더욱 강력해진다는 생각

5) 사자는 반드시 다시 태어나 현실 사회로 되돌아온다는 생각 등에 뿌리한다.

 

4. 이와 같은 조상숭배는 아시아·아프리카 등 미개사회, 고대 지중해 연안의 여러 민족과 유럽 민족 등 모든 인종과 문명에 존재하였다.

1) 중국의 조상숭배는 유교의 발전과 함께 효도 사상과 결부되어 복잡한 의례를 동반하여 일상생활 속에 침투되었으며 유교와 함께 중화문화권에 널리 퍼졌다. 조상숭배가 유교식 제례로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유교가 자연발생적인 조상숭배 신앙을 받아들인 것이다.

2) 일본의 경우에 유교의 조상숭배는 기존 애니미즘 등 민속신앙과 결부되어 조상신을 카미(kami)로 숭배하는 神社신앙으로 발전하였고 이는 오늘날 일본의 최대종교이다.

3)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왕조 500년간은 유교적 제례에 의한 조상숭배 정신이 사회 기강을 바로잡는 정신적 기반이자 치국의 근본이념이었다. 위로는 역대 임금이 조상을 모시는 종묘(宗廟)를 비롯하여 성인을 모시는 문묘(文廟)와 향교, 충신·열사를 모시는 書院이 있었고, 사가(私家)에서는 양반·상인(常人)이 모두 4대봉사를 실천하여 조상을 모시는 가묘(家廟)를 집에 설치하였으며 차례(茶禮)와 기제사(忌祭祀), 생일제, 묘제(墓祭) 등의 조상숭배 의례를 지켰다. 가묘가 없는 민가에서는 단지 안에 조상의 이름을 써 넣고 그 안에 쌀을 넣어 백지로 봉하여 성주머리의 구석이나 대청에 안치하여 조상신의 神體로 모시는 신줏단지 풍습까지 생겨났다. 또 후사가 없는 사람은 죽어서 제사를 받지 못하는 떠돌이 여귀(厲鬼)신세가 된다고 하여 양자(養子)를 들이는 풍습마저 널리 성하였다. 이러한 조상숭배 전통은 오늘날까지 명절의 차례나 조상제사 등을 통하여 그 유습이 사회 여기저기에 온전히 살아있다.

우리나라 민족신앙인 대종교나 증산교의 신앙대상에도 환인(桓因), 환웅(桓雄), 단군(檀君) 등 우리나라의 시조신과 각 성씨의 조상신인 선령신(先靈神)이 포함되어 있다. 증산교는 사람에게는 혼()과 넋()이 있어 혼은 하늘에 올라가 신()이 되어 제사를 받다가 4대가 지나면 영()도 되고 혹 선()도 되며 넋은 땅으로 돌아가 4대가 지나면 귀()가 된다.”라고 하며(증산도 도전 2118) 신흥종교인 천지원(天地院)에서는 사람은 하느님으로부터 나온 윤회주체로서의 (마음)과 넋에 담긴 (기억) 그리고 생기체(생각), 에고를 지배하는 本神, 몸에 붙어사는 온갖 雜神으로 구성된다. 이때 사람生時에 태초의 하나님殿을 잘 섬겨 하늘를 이루면 성령의 도움으로 성신으로 거듭나 영(마음)과 결합하여 신선이나 천사가 되어 하늘에 올라 영생하나 그렇지 못하면 명종 후 500~1,000년간 이승을 구차하게 떠돌다 소멸되는데 다만 후손이 조상제를 잘 지내 주면 좋은 데서 지낸다.”고 한다.(천비록, 대광엘리사 참조)

 

10) 기독교의 영혼육삼원론에서의 신구약 저승관은 미주164 ‘삼원론적인 인간관을 보이는 성경구절과 기독교 영혼육 삼원론의 내용을 참조하라.

 

11) 쿠사노 타쿠미, 천국의 세계, 박은희 옮김, 126쪽 이하 참조

 

12) 쿠사노 타쿠미, 천국의 세계, 박은희 옮김, 65쪽 이하 참조

 

13)

1. 부자와 거지 라자로의 비유(루카복음서 16:19~31), 右盜이야기(루카 23:40~43) 등에서 추론된 저승관이다.

2. 가톨릭 교리서는 개별 심판(사심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다. “죽음은 그리스도 안에 드러난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있는 시간인 인생에 끝을 맺는다. 신약성경은 심판을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 그분과의 마지막 만남이라고 하는 관점에서 주로 이야기하지만, 각자가 죽은 뒤 곧바로 자신의 행실과 믿음에 따라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도 반복하여 천명한다. 불쌍한 라자로의 비유, 십자가 위에서 회개한 죄수에게 하신 말씀, 그 밖에 다른 여러 대목들은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는 영혼의 궁극적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4) 마태오의 복음서 13:24~30의 가라지의 비유, 마태오의 복음서 24~25장의 최후의 심판에 대한 이야기들,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 15, 데살로니카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 5, 데살로니카인들에게 보낸 둘째 편지 1~2, 베드로가 보낸 첫째 편지 4~5, 베드로가 보낸 둘째 편지 3, 요한의 묵시록, 구약의 다니엘서, 유대묵시문학 등에서 추론된 것이다.(두산백과, 최후의 심판 참조)

 

15) 모든 영혼은 부자와 라자로의 이야기(루카 16:19~31)右盜 이야기(루카 23,4)에서처럼 명종 후 즉시 사심판을 받고 천국에 가 있거나 지옥에 가서 깨어있어야 한다. 또한 가톨릭은 미사 중 감사기도의 轉求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기도한다. “부활의 희망 속에 고이 잠든 교우들과 세상을 떠난 다른 이들도 모두 생각하시어 그들이 주님의 빛나는 얼굴을 뵈옵게 하소서.”

 

16) 미주164 ‘삼원론적인 인간관을 보이는 성경구절과 기독교 영혼육 삼원론의 내용참조

 

17) 심판 시 악인이라도 그 영은 천국에 들고 혼과 육만 지옥불에 던져진다는 의미를 가진 성경구절

영은 하느님으로부터 나온 존재이고 선악을 행한 것은 혼이니 선인과 악인을 불문하고 그 영은 죽어서 하느님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고 선악의 공과에 대한 상벌은 모두 혼이 감당한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성경의 구절들이 있다.

 

1. 요한계시록 21:8 But the fearful, and unbelieving, and the abominable, and murderers, and whoremongers, and sorcerers, and idolaters, and all liars, shall have their part in the lakewhich burneth with fire and brimstone : which is the second death.

그러나 두려워하는 자들과 믿지 아니하는 자들과 흉악한 자들과 살인자들과 행음자들과 술객들과 우상 숭배자들과 모든 거짓말 하는 자들은 불과 유황으로 타는 못에 그들의 일부를참예하리니 이것이 둘째 사망이라

 

2. 고린도전서 5:5 hand this man over to Satan, so that the sinful nature may be destroyed andhis spirit saved on the day of the Lord.

이런 자를 사단에게 내어주었으니 이는 육신은 멸하고 영은 주 예수의 날에 구원 얻게 하려 함이라

 

3. 베드로전서 4:6 For this is the reason the gospel was preached even to those who are now dead, so that they might be judged according to men in regard to the body, but live according to God in regard to the spirit.

이를 위하여 죽은 자들에게도 복음이 전파되었으니 이는 육체로는 사람처럼 심판을 받으나 영으로는 하나님처럼 살게 하려 함이니라

 

4. 마태오복음 10:28 Do not be afraid of those who kill the body but cannot kill the soul.Rather, be afraid of the One who can destroy both soul and body in hell.

몸은 죽여도영혼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몸과 영혼을 능히 지옥에 멸하시는 자를 두려워하라

 

5. 기타 요한복음 3:6, 히브리서 12:9, 마태오복음 26:41

 

18) 이외에 이슬람식의 바르자크(barzakh)의 삶을 참조하여 해석하는 것도 방법이다(5.5.6. ‘이슬람교의 저승참조).

 

19) 그러나 가장 바람직한 해석은 해석을 버리는 것이다. 즉 물려받은 도그마에 매달려 조금씩 수정하다 보니 결국 이런 억지 해석을 하여야 하게 되니 제대로 된 해석이 가능하려면 육체의부활이니 심판이니 하는 도그마를 통째 버려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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