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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선 에세이 [꿈꾸는 여자들]~ 길 잃은 백설공주

박현선 | 기사입력 2023/06/01 [19:02]
제3부 즐거운 생각에서 다시 힘을 얻고

2.길 잃은 백설공주

박현선 에세이 [꿈꾸는 여자들]~ 길 잃은 백설공주

제3부 즐거운 생각에서 다시 힘을 얻고

2.길 잃은 백설공주

박현선 | 입력 : 2023/06/01 [19:02]

오일장은 소양댐 쪽으로 가는 도로 옆에 붙어 있다. 김장철이라 상인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손님과 상인의 인정이 오가다 보니, 녹록지 않을 장터만의 값이 정해진다. 김장 재료를 사들고 주차장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어디선가 강아지 앓는 소리가 들려온다주위를 살펴보니 주차장 나무 아래 비숑 프리제종의 애완견이 웅크리고 앉아 있다. ‘집안에나 있어야 할 강아지인데왜 길에 저러고 있지?’ 덩치가 크지도 않고 지도 않다. 사랑받고 살았다는 징표처럼 목에는 매듭으로 만든 목걸이를 하고 있다. 순백색 털은 어디로 갔는지, 숯 검댕을 칠한 것처럼 꺼멓게 변해 있었다.

 

길을 잃은 것인가아니면 장터에 버리고 간 걸까불쌍한쩌면 좋아…

 

차가운 바닥에 배를 깔고미운정 남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한참 동안 퀭한 눈으로 쳐다본다. 누군가 부끄러움도 없이 자식처럼 예뻐해 주다 버린 모양이다. 머물 곳도 없어지고, 보살펴 주던 주인도 사라지고 없으니 얼마나 무섭고 겁날까? 순간, 가슴이 툭 내려앉았다.  

 

어릴 적 내 아픈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6살 때, 남춘천역에서 엄마를 잃어버리고 공포에 떨며 울부짖었었다. 이 녀석도 지금 그런 심정이 아닐까? 시장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면 귀를 쫑긋 세우고남은눈물한방울까지도 다 쏟아내면서 기다렸을 것이다.

 

장터앞에는 옛집을 부수고 새로 건물을 짓는 모습이 보였다까이 다가가 녀석을 여기에 버린 가족들의 증거라도 있나 살펴보았물도 없고,음식냄새도 없는것을 보니,여기에 버려지진 않았. 다음날, 걱정되어 공사 중인 장소와 장터에 가 보았다. 녀석은 보이지 않는다. 공사 중인 인부에게 혹시 버려진 강아지를 보았냐고 물으니, 여기엔 없다며 위험하니 나가라고 한다. 걱정이 머릿속을 맴돌아, 그다음 날도, 그곳을 찾아갔다. 어제 보았던 인부가 건물 뒤에 그 녀석이 와 있다고 귀띔해 준다. 굶주려 눈이 툭 튀어나와 보였다가지고 온 생선부스러기를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주었다.

 

바닥을 뚫을 기세로 깜짝할 사이에 핥아 먹는다.

 

아직도 떠돌며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린 것이다. 추워서 웅크리고 잠이 들면 돌봐주던 주인이 녀석을 데리러 오는 꿈을 꾸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뱃속에서 밥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소리를 들으며 끄응, 배도 고프고, 너무 외롭구나.’ 쓰라린 현실이 반복되었을 것이다.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훌쩍였는지 눈 밑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장터에서 생선을 다듬고 남은 부산물을 먹을 수 있었지만이젠,코로나여파로 심할땐 개장하지 않는다.

 

신북읍엔 군데 식당만 문을 열어 놓고 있다녀석은 쓰레기 틈바구니에서 동물 내장이나 음식 찌꺼기를 뒤져 먹으면서 버티고 있었다. 깡말라 버린 몸에서 냄새까지 난다. 킁킁거리며 식당을 기웃거리다 화가 난 주인에게 오지 말라는 경고의 욕설을 들으며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

 

지금 여기서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나게 될까?’ 시장 바닥에 놔두었다간 추위에 떨면서 아무거나 집어먹다 죽을지도 모른다. 새벽에는 초겨울 비까지 내렸다. 녀석은 뼛속까지 젖어서 추위에 벌벌 떨었을것이다.깡순이가 있는 농장으로 데려가 같이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조금만 참아라. , 너를 예쁜 모습으로 단장시켜 줄 거니까?’ 물을 뜨끈하게 데워 목욕을 시키고,털을 정리해주니!이녀석이,그녀석맞나?’할정도로 사랑스러운 백설공주가 되어있다. “그래, , 앞으로 백설이라 부르자!” 몸뚱이를 살펴보니 부러진곳은 없었지만, 긁힌 상처와 다리에 약간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 있었다백설아∼,이젠,절대 배고픔과 추위에 떠는 고통은 없을거야! ”따뜻한 방안에서 아기처럼 쌔근쌔근 자는 모습을 보니엄마품을 파고든 자식 같다.

 

백설이가 감았던 눈을 스르르 뜨며, “엄마, 꽃향기가 나는 샴푸로 씻어주고약도 발라줘서 고마워요.”라는눈빛으로 쳐다본다.

 

 

박현선 수필가

▲ 박현선 수필가     ©CR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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