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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변할 수 있을까?

김필수 | 기사입력 2024/01/13 [04:11]

나도 변할 수 있을까?

김필수 | 입력 : 2024/01/13 [04:11]

절친한 선배님이 대표이사로 계시는 회사에서 임원특강을 하고 선배님과 점심을 함께 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대표이사에까지 오른 입지전(立志傳)적인 인물로 존경받는 분이었지만, CEO는 어렵다고 하셨다. 선배님은 회사를 경영하면서 겪는 고충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으셨다. 그중에서도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사람들이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셨다.

 

사람들은 변하지 않아. 교육을 한다고 해도, 사람을 변화시키기는 힘들어. 사람이 변할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변화를 기대하고 일을 할 수는 없어. 설령 변화된다고 하더라도 그게 어디 하루아침에 되는 일인가? 훈련을 통해서 사소한 습관을 바꾸는 정도는 가능하지만, 마음의 근본적인 변화는 불가능한 것 같아.”

 

누구라도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경험을 통해서 보면, 사람이 변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20년 만에 만난 친구도,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살이 찌고 주름이 늘어난 만큼 지식과 경험은 많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삶의 자세와 행동양식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이나 교육학자들, 심지어는 리더십 강사들 조차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단정지어 버리곤 한다.

 

그러면 정말 인간의 변화는 불가능한 것일까? 일찌감치 인간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접는 것이 현명한 일일까? 변하지 않는 인간들을 성격과 능력에 따라 분류하고 등급을 매겨 각각의 수준과 성격에 맞는 일을 맡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일까? 그리고 사회나 조직이 요구하는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조직에서 제외하거나 따로 격리시켜서 관리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러나 관찰대상인 인간과 관찰자인 자신을 이렇게 분리해서 생각하면 냉정하고 메마른 관념에 떨어지고 만다. 이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로 돌려야 보다 현실적인 것이 된다. ‘나는 정말 변할 수 없는가?’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변화된 적이 없는가?’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완전히 변한 사람은 없는가?’ ‘나는 변화의 가능성을 포기하고 그냥 이대로 살아야만 하는가?’ 그리고 나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규정과 평가를 인정하고 그들의 처분에 따라야 하는가?’

 

아무도 그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럴 이유도 없다. 우리 내면에는 총체적이고 완전한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이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능력의 존재를 입증하는 증거들 중에 하나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내리는 제한된 평가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하는 마음이다.

 

에릭슨 최면이라는 심리치료법을 개발한 밀턴 에릭슨(Milton H. Erickson)은 선천적으로 색맹이었고 음치였으며 난독증까지 있었는데, 17세가 되던 해에는 전신이 마비되었다. 그가 활용할 수 있는 신체기능은 눈과 귀뿐이었다. 아주 힘들게 간신히 말을 할 수는 있었으나 거의 모든 신체기능이 마비되었다.

 

증상이 심해진 어느 날, 에릭슨은 의사가 그의 어머니에게 오늘 밤을 넘기기 어려울 거라고 말하는 것을 엿듣고 격렬한 분노가 일었다. ‘내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고? 아니야, 그럴 순 없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삶에 대한 열망이 끓어올랐다. 그래서 그는 다음날 저녁노을을 한 번 더 보고야 말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말을 하기가 힘들 정도였지만, 어머니에게 화장대의 위치를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화장대의 거울을 통해 서쪽 창밖을 바라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한 번 더 해가 지는 것을 보지 않고서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의 간절한 소망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주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에릭슨은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는 거대한 노을을 실제로 보는 것처럼 느낄 만큼 자신의 목표에 집중했고, 강력한 에너지를 생생하게 느꼈다. 결국 밀턴 에릭슨은 그토록 간절히 그리던 저녁노을을 다시 보았고, 1년 뒤에는 지팡이를 짚고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79세까지 살았다. 그는 의사의 진단에 강력하게 반발했고, 자신의 간절한 소망과 분명한 비전에 집중함으로써 내면에 있는 무한능력을 폭발시켰다. 그리고 완전히 변화된 삶을 살았다.

 

물론 밀턴 에릭슨처럼 극적인 상황에 직면한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입증한 완전한 자기변화의 힘, 내면의 무한능력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변화하는 사람과 변화하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의 바라는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내는 상상력의 차이다.

 

최근에 코칭을 받은 한 내담자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나쁜 습관으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당시 15년 이상 근무해 온 회사를 나와서 창업을 하고 싶은데, 기본적인 자기관리가 안 되는 것이 고민이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면 느긋하게 출근할 수 있을 텐데, 항상 7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납니다. 이 습관을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요?”

정말 그 습관을 고치고 싶으신가요?”

? , …… !”

 

내담자는 예상하지 않은 질문에 당황하신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질문은 꼭 필요하다. 어떤 노력이라도 감수할 만큼 변화를 열망하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혹시 바꾸고 싶은 다른 습관은 없나요?”

, 저 사실은... 매일 퇴근 후 술 마시는 습관도 고치고 싶고, 충동구매도 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스도 뜯지 않은 물건들이 집안 여기저기에 쌓여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던 내담자는 자신을 믿지 못했다. 그러니 자신이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높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절박한 심정으로 코칭을 신청했다고 했다.

 

나는 그분에게, 우리 모두에게는 무한한 잠재능력이 있고, 그 능력은 자기가 상상하는 대로 발휘된다는 것을 알려드렸다. 그리고 자신이 바라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도록 도와드렸다. 더불어 바람직한 습관을 형성하는데 집중하시도록 짧은 감사명상을 반복하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본성이 외로움이나 괴로움이 아니라 즐거움과 감사함이라는 사실을 알려드렸다. 그리고 이것을 정서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명상을 매일 아침저녁으로 실천하시도록 코치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한 주가 지나지 않아서 음주습관과 충동구매가 사라졌고, 아무리 늦어도 630분에는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게 되셨다. 그리고 다음 주부터는 6시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나실 수 있게까지 되었다. 그리고 이 변화는 8개월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오래도록 꿈꿔온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직장에서 퇴사하여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셨다.

 

금강경(金剛經)에서는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말고, 자신에게 있는 가장 뛰어난 마음을 내라. [應無所住 而生其心]”고 한다.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나 불필요한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고, 가장 훌륭한 자신의 본성을 떠올리라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본성인 지혜와 사랑, 즐거움과 무한능력이 발휘되어 자신이 바라는 삶을 살게 된다.

 

이런 변화가 내게도 일어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변화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금의 불편한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어 자신이 바라는 모습, 자신의 완전한 본성과 무한능력에 집중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당신은 정말 자신이 바라는 그 모습으로 변화하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해 분명히 그렇다!”라고 대답한다면, 그 대답이 당신을 완전한 변화로 이끌어 갈 것이다. 

김필수 리셋 컨설팅 대표 hifeels@reset.co.kr

 

▲ 김필수  © CR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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