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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과 고령화 시대, 재앙(災殃)인가 기우(杞憂)인가

신민형 | 기사입력 2024/01/28 [01:08]
기우와 낙관, 긍정과 부정, 재앙과 진화는 백지 한 장 차이

저출산과 고령화 시대, 재앙(災殃)인가 기우(杞憂)인가

기우와 낙관, 긍정과 부정, 재앙과 진화는 백지 한 장 차이

신민형 | 입력 : 2024/01/28 [01:08]

▲ 전쟁과 환경, 기후위기, 대홍수, 지진, 화산폭발 등 재앙의 공포와 함께 저출산과 고령화가 재앙으로 여거지는 시대가 됐다, 이를 두고 진화, 오복의 성취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재앙에 대한 대책과 논의는 하되 과한 기우는 하지 말자는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를 담은 연합뉴스 사진.


하늘소풍길 단상

 

저출산과 고령화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마치 국가와 인류의 재앙인 듯 거론되고 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인구폭발을 걱정하며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라는 구호가 넘쳐 나더니 이제 인구절벽으로 인해 국가가 소멸할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오복 중 최고로 여겼던 장수(長壽)가 오히려 이들을 부양할 후손들에게 짐이 되어 복 아닌 걱정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한 세대 만에 복()으로 칭송했던 것이 화()로 돌변하니 격변기라 할 만하다. 40년전 둘째를 낳고 나서 바로 정관수술을 해버린 것이 산아제한이라는 나라의 방침에 부응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국가는 출산장려정책에 골몰하고 있다. 예비군 훈련 면제에 무료 정관수술이란 혜택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었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도 북유럽과 일본처럼 장수국가가 될 거라는 기대와 희망을 품고 살았는데 막상 장수국가에 들어서니 반가운게 아니란다. 최근 보험개발원이 우리나라 남녀 평균수명이 각각 86.3, 90.7세로 집계된 경험생명표를 발표했는데 반색은커녕 우려의 색깔이 짙었다. 영국 과학계에서 2030년 한국이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될 것으로 예측한 것도 불안한 전망으로 여겨지게 했다.

 

과연 저출산과 장수시대가 재앙일까. 아니면 쓸데없는 걱정, 기우일까.

 

저출산이 국가와 사회에서 온통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저출산이 진화의 과정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진화적인 관점으로 기가 막히게 적응을 잘하는 민족"이라며 "모든 환경 문제는 궁극적으로 다 인구문제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벌어지는 문제라고 설명한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산아제한에 성공했고, 아프리카나 다른 나라에 열심히 전파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국민의 숫자가 줄어든다고 도로 출생률을 높이는 일을 하다 보니까 전 지구적으로는 재앙이 된다"고 지적하기까지 한다.

 

올해 노인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해 2025년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국가 재앙을 거론하지만 남녀노소 막론하고 개인적으로는 오복의 으뜸인 100세 시대를 재앙아닌 인류와 의술, 의료정책의 진화로 즐기고 있다. ‘늙으면 죽어야지하는 노인의 말이 시집 안 갈래요하는 처녀의 말, ‘밑지고 판다는 상인의 말과 함께 뻔한 3대 거짓말이라지 않는가.

 

저출산과 고령화 이외에도 세상에는 전쟁과 환경, 기후위기, 대홍수, 지진, 화산폭발 등 재앙의 공포가 널려있다. 그것을 모두 기우라고 말하기엔 심각한 경지에 처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과도한 공포야말로 기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우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질까 걱정이 되어 제대도 잠 못자고 밥도 못먹는 사람의 터무니 없는 걱정을 말한다. 그러나 저출산과 고령화 등 재앙의 기우엔 나름대로 대책을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또한 재앙에 대비하고 개선에 노력하는 것이 인류의 진화일 것이다. 다만 과도한 기우는 사람을 어리석게 만든다.

 

30년전 나는 환경운동가들과 어울려 지내며 샴푸의 환경과 생태 파괴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지금까지 인류 환경을 위해 일조한다는 의미로 샴푸 사용을 일체 하지 않는다. 물론 환경운동가들은 얼마 후 모두 샴푸로 머리를 감았다. 샴푸의 성분이 개량되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인류 재앙을 막기 위한 노력이 있기에 환경에 대한 사회인식이 생겨났음은 인정한다.

 

재앙에 대한 대비와 개선노력은 하되 막연하고 극심한 걱정은 해악이란 생각이다. 다산(多産)과 장수가 화에서 복으로 다시 환원될 날이 올지 모른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과 같은 기후위기, 대홍수, 지진, 화산폭발 등 대자연의 재앙 역시 지레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기원전 400년 열자는 기우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절대로 하늘이 무너지지 않고 땅이 꺼지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었다.

 

천지가 무너지고 안 무너지고는 우리가 알 바 아니다. 무너지지 않으면 다행이고 무너지는 것은 무너질 때의 일이다. 살아 있는 동안은 죽음을 생각할 필요가 없고 죽은 다음엔 사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태어날 때의 일이며 이 세상 떠날 때는 떠날 때의 일이다. 하늘과 땅이 무너지고 안 무너지고에 신경쓸 필요가 없지 않는가

 

지구, 대자연의 종말은 어쩔 수 없다. 신도 모르고 어쩌면 신도 멸망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하물며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올 거라는 걱정은 더욱 필요없다. ‘불가항력이란 것과 맞부닥치기 전엔 신경쓸 필요가 없다. 걱정거리의 99%는 현실에서 생겨나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삶은 낙관만 하고 살기에도 짧지 않은가. 

 

▲ 눈오는 날은 땅 보고, 춥고 맑은 날은 하늘 보고...낙상과 감기에 대한 걱정보다는 산책의 즐거움에 비중을 두고 사는게 현명한 삶이지 않은가. ‘기우’보다는 ‘낙관’에 기울이며.  © CRS NEWS

 

올 겨울은 눈도 많이 오고 추운 날도 많다. 아내는 눈이 오면 낙상한다며, 추우면 감기 걸린다며 호수 산책을 만류한다. 그러나 추운 날은 쾌청한 하늘을 보고, 눈오는 날은 순백의 땅을 밟으며 걷는 즐거움이 크다. 아내의 기우인 낙상과 감기란 재앙에 조금만 조심하면 커다란 희열을 맛본다. 눈이 오면 눈 와서 좋고 맑으면 맑아서 좋다. 재앙보다는 즐거움에 기운다.

 

보슬비가 간혹 내리는 흐린 날, 아파트 현관 앞에 용달 택배 하는 부부가 왔다. 이들은 무표정하 얼굴과 우울한 모습으로 짐을 날랐다. 고단한 삶이 묻어났다. 앞으로 생겨날 자식 부양과 생계 위협 등 경제적 재앙을 걱정하는 그들의 기우가 나한테도 전염되는 듯 했다. 나와 세상사람들의 삶 모두가 구차스럽고 구질구질하게 느껴져 암울했다.

 

그런 다음날 용달 부부가 또 왔다. 그들은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는데 뭔가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환한 웃음을 교환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전날의 기우는 완전히 물러나 있는 듯했다. 걱정거리가 하룻만에 해소되었겠냐마는 즐거움이 압도했다. 그들을 보는 내 마음도 즐거움이 솟아났다.

 

기우와 낙관, 긍정과 부정, 재앙과 진화는 마음 먹기 나름의 백지 한 장 차이 뿐이란 것을 보여준 용달 부부의 모습이었다. ‘하늘과 땅이 무너지고 안 무너지고에 신경쓸 필요없이 오직 지금의 삶을 개선, 개척하며 즐겁게 지내라는 교훈을 새겨 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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