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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신년운세를 보는 걸까

문윤홍 대기자 | 기사입력 2023/01/08 [21:28]
새해 운세 앱·점집 찾는 젊은층 증가는 미래에 대한 불안

사람들은 왜 신년운세를 보는 걸까

새해 운세 앱·점집 찾는 젊은층 증가는 미래에 대한 불안

문윤홍 대기자 | 입력 : 2023/01/08 [21:28]

점술에 대한 의존도가 크면 클수록 신경 쓰고 걱정도 많아져 

 

새해가 시작되면 새로운 각오와 다짐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의례 중 하나는 신년운세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운이 들거나 삼재가 끝난다는 말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고 칠팔월에 물가를 조심하라는 뻔한 조언에도 귀 기울이게 된다.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종교와 상관없이 습관처럼 혹은 재미로 신년운세를 본다. 어떤 이유에서 보든 그 본질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무슨 일만 생기면 철학관이나 타로집 등 점집을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생 그 흔한 사주나 궁합 한번 안 보고 사는 사람도 있다

 

최근 특이한 점은 2023년 새해를 맞이해 신년운세를 보기 위해 온·오프라인으로 점집을 찾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불황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역술과 타로 등으로 풀어 보는 올해의 운세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3년 차 직장인 A씨는 새해를 맞아 사주 카페를 예약했다고 밝혔다. "신년에 올해 운세를 보고 나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미리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 올해를 잘 맞이할 것 같은 기분이다""너무 맹신하지는 않지만 재미 삼아 친구들이랑 보러 간다"고 말했다.

 

사주 카페를 방문한 대학생 B씨는 "취업을 앞두고 있어 궁금한 마음에 신년운세를 보러 왔다""고민되는 일이 있었는데 올해 운세를 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명확한 해답을 내려주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참고하고 나쁜 말은 흘려보내려 한다"고 했다.

 

알바천국이 2022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0명 중 9명이 '운세를 본 적 있다'고 답했다. 대다수의 젊은 층이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운세를 본 경험이 있는 셈이다. 운세를 보는 이유는 막연한 호기심(42.7%) 불안한 미래에 위안을 얻기 위해(22.9%) 스트레스와 고민을 덜기 위해(13.2%) 등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으로 사주를 보는 사람도 늘고 있다. 앱이나 전화, 유튜브 등을 통해 타로점이나 운세를 볼 수 있다. 그중 전화 사주는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부담 없는 금액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여러 역술인들을 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해 정보 비대칭 문제가 사라졌다. 주변 지인의 입소문만으로 점집을 선택했던 과거와 달리 수천 개의 댓글과 리뷰 영상을 참고할 수 있게 됐다.

 

'무료 맛보기 상담' 등 선택에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매년 전화 운세를 본다는 직장인 C씨는 "직접 찾아가서 운세를 보기엔 부담스럽고, 예약하기도 어려운데 전화 사주는 편하고 미리 적어 놓은 질문들을 물어볼 수 있어서 자주 이용한다""다른 상담가들이랑 비교해서 나에게 맞는 상담사를 내가 선택할 수 있다. 가격 측면에서도 할인 쿠폰 등을 이용하면 합리적인 가격에 볼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운세 앱은 자신의 생년월일을 등록하면 앱에 접속할 때마다 운세를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운세 앱 '점신'은 일평균 50만회 방문, 누적 다운로드 1200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점신'은 오늘의 운세, 총운, 시간대별 운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매달 타로점을 볼 수 있는 영상들도 인기다. 타로점은 타로리스트가 카드를 뽑아 5개의 키워드를 만들어 시청자가 카드 번호를 선택하면 그에 맞는 풀이를 해준다. 시청자들이 쉽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주 전에 게시된 '타로마스터정회도''2023년 전체운' 타로카드 영상은 누적 조회수 23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미리 알면 행복할까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주나 타로 등 점술(占術)에 대한 의존도가 크면 클수록 신경 쓸 일과 걱정할 일이 더 많아진다는 사실이다점을 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역마살, 삼재가 뭔지 알지도 못하고 걱정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점술인들은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조상 묘를 잘못 썼다거나 어린 나이에 횡사한 친인척이 있다는 등의 상투적인 이유를 대곤 한다

 

뻔한 얘기임에도 점술인들의 말에, 특히 나쁜 일이 생긴다는 말에 솔깃하게 되는 이유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획득에 의한 기쁨보다 손실에 의한 상실감이 더 크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따라서 사람의 심리를 잘 아는 점술인들은 나쁜 일로 인한 손실의 크기를 과장함으로써 공포를 극대화 한다. 그래야만 부적을 쓰건, 기도를 하건, 굿을 하건 그들에게 돈 되는 일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경기 침체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었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 호황을 맞은 대표적인 업종이 점집과 아웃도어였다고 한다. 점집은 미래를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아서이고아웃도어는 실직으로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이 많아서다.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도 대부분의 소상공인이 생존의 위협을 느낄 만큼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언택트 산업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으며, 주가가 많이 오른 기업들, 주식을 많이 보유한 자산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미리 알면 더 행복할까. ‘아는 것이 병이고 모르는 게 약이라는 속담이 이 물음에 대한 명쾌한 답을 준다.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아는 것은 다음의 이야기처럼 알게 되는 순간부터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항상 불안과 걱정 속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좋을 것이 없다.  따라서 미래에 대해 궁금해 하기 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옛날에 걱정 많은 영감이 노새가 끄는 수레를 타고 가는데 한 스님이 노새가 방귀를 세 번 끼면 당신은 죽을 것이오라고 말했다처음에는 이 말을 무시했지만 노새가 두 번째 방귀를 끼고 나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그래서 영감은 방귀가 나오는 그 구멍을 차돌로 막았다또다시 방귀가 나올 조짐이 보이자 걱정스러운 듯 얼굴을 가까이 대고 차돌을 쳐다보았다바로 그때, 노새가 세 번째 방귀를 끼었고 영감은 날아오는 차돌에 얼굴을 맞아 즉사했다.

 

그렇다면 반대로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미리 아는 것은 좋을까.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지만, 그 사실을 아는 순간부터 현재에 집중하지도, 최선을 다하지도 못할 것이기 때문에 이 또한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만일 10년 후 로또에 당첨되거나 혹은 건물주 외동딸과 결혼한다는 사실을 미리 안다면 누가 최선을 다해 일하겠는가그 좋은 일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리며 사는 10년이 오히려 지옥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뻔한 조언에도 감사하는 마음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올해 대운이 들거나 삼재가 끝난다는 말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고 칠팔월에 물가를 조심하라는 뻔한 조언에도 감사한 것은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살아갈수록 알게 되는 겸허함과 비례하는지도 모른다.

 

세상이 생각보다 견고하지 않으며 우리의 삶이 위태함은 개인의 범주에서도, 사회의 관점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상기된다. 그래서 더욱 신년운세를 찾는지도 모른다. 동쪽에서 오신다는 귀인이 반가운 것은 그가 올 때까지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도록 힘을 내기 위해서인지 모른다. 그리고 귀인이 와서 손을 내밀었을 때 미처 귀한 사람인지 모르고 일상의 지친 모습으로 퉁명스레 대할까 두렵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은 그가 올해 오지 않더라도 내년 아니면 몇 년 후에라도 올 것이란 희망으로 살아가고 싶기에, 토정비결과 같은 오래된 책에서 나의 미래를 얻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올해도 사람들은 떠오르는 새해를 보기 위해 높은 산, 바다로 향했다. 어제의 태양이 오늘의 태양과 다르지 않을지라도, 그걸 바라보는 내가 다른 사람이기를 희망하기에 새로운 태양을 맞이하려 할 것이다. 매일 지평선에 떠오른 태양이 만들어준 어제는 오늘과, 오늘은 내일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몇 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면 아이들은 훌쩍 자랐고 나의 주름은 깊어지고 있다. 그사이 읽은 책의 두께가 몇 뼘이 되었고 만난 이들과의 인연이 차곡차곡 쌓이며 나도 모르는 사이 자람은 쉬지 않았을 것이다.

 

새해 큰 각오로 다시 시작하는 우리의 내일을 위해서, 깨어있는 모두의 쉼 없는 자람을 돕기 위해서, 그리고 살아갈 각자의 삶을 응원하기 위해서라도 신년운세를 보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부정적인 시각 보다는 긍정적으로 이를 승화하면 어떨까.

▲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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