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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이해하는 한국무속의 실체

장정태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4/03/15 [09:34]
장정태 박사의 한국종교학

현장에서 이해하는 한국무속의 실체

장정태 박사의 한국종교학

장정태 논설위원 | 입력 : 2024/03/15 [09:34]

동네에서 흔히 만나는 그런 아줌마, 평범한 집의 가장인 무당

 

많은 분들이 하는 질문 가운데 신내림 무당은 24시간 접신된채 사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다. 그렇다면 한 인간이 온전하게 살 수 있을까 누군가에 의해 조정되고 24시간 감시를 받고 산다면 어떨까. 그러나 다행인 것은 무당은 신도가 왔을 때 점을 보기 위해 신을 청하면 그때 접신되고 신이 꼭 필요를 느낄 때 스스로 찾아온다.

 

그러나 후자는 거의없다. 늘 맑은 정신으로 산다. 다만 그런 모습이 주변사람들의 선입견 때문에 보이지 않고 있을 뿐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한다면 평소 무당을 만나면 수다스럽다. 동네에서 흔히 만나는 그런 아줌마다. 그리고 그들만의 고민으로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는 평범한 한 집의 가장이다.

 

신굿을 한 무당은 그날로 신당을 꾸미면 신도가 물밀 듯이 찾아오는가 하는 질문과 상담을 오면 누군가 귓속말을 들려주는지 하는 질문이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신굿을 받은 무당은 이제 갓 시작하는 애동제자다. 본격적인 수업을 통해 성숙한 만신이 된다. 

 

  © CRS NEWS

 

모든 무당은 작두를 탄다

 

시퍼런 날이 선 작두 위에 오른 무당은 가냘픈 다리로 그 험한 길을 걷는다. 양 옆에 의지한 막대기는 쓰러지지 않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작두는 굿에 사용하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지지 않았다. 시골에서 소 여무를 자르는 용도로 사용하던 작두를 굿에서 사용했다. 어느 순간 작두를 타는 무당이 영검하다. 모든 무당은 작두를 탄다. 못타는 무당은 사이비처럼 바라본다.

 

일반인들의 관심은 작두굿에 있고 가장 호기심이 많다. 칼날에 대한 호기심도 많다. 날이 진짜 시퍼렇게 서 있는지....신빨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작두가 유행한 적이 있다. 그네작두, 쌍작두, 계단작두, 외발작두, 반달작두 등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다. 자비를 들여 제작하여 신당에 모셔놓기도 그리고 보존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지만 한때 유행병처럼 일어났다.

 

굿이 끝난 후 무당은 여느 중년의 여인과 같이 행사장 이곳저곳 구경을 다닌다. 그리고 커피믹스를 마시며 수다를 떤다. 신이 내리기 전후 그녀는 그 또래의 여느 사람과 다름없다. 아이의 입시를 걱정하고 월세를 걱정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다.

 

  © CRS NEWS

 

대부분 굿당에는 몇 개의 간판이 결려있다. 불교종단 소속사찰 간판과 함께 무속인 단체 가운데 가장 오래된 대한**연합회 간판이다.

 

굿당은 굿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하루 장소를 빌려 굿을 한다. 굿을 하는 동안 음식이 제공되고 다음 날 오전 중 자리를 비워주는 구조다. 꼭 방마다 호수가 적혀있어 흡사 여관과 같은 인상을 준다. 대개 **,**암이라고 하는데 상주하는 스님이나 대웅전과 같은 별도의 불교시설이 마련되어 있지않다. 당주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주인으로 있는데 대개 무속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 운영한다. 당주 혹은 굿당 운영자는 종단소속 승려증을 소지한 경우도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기본적인 봉급체계보다 무속인들의 팁으로 생활한다. 당주의 마음에 들지않으면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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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시 돼지머리는 플라스틱으로 교체, 신의 세계에서도 필요한 돈 걸어둬

 

고사 시 돼지머리를 올려놓는다. 상에 오르는 돼지는 언제나 웃어야 한다. 상인은 부탄가스 등 도구를 이용 최대한 웃는 모습을 연출한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돼지머리로 교체되는 추세다.

 

사슬 세우기, 통돼지 혹은 소를 삼지창 위에 세운다. 무속에서는 떡과 함께 소고기, 돼지고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부위와 달리 머리와 다리를 이용 신탁을 점친다. 여러 번 고생하다 어느 순간 똑바로 서면 무당은 신령님이 오늘 굿을 하는 재가집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약속(응답)으로 설명한다. 삼지창 아래는 소금 주머니다. 소금 주머니를 이용 균형을 잡는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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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에서 재수는 금전이나 돈과 관련이 깊다. 신의 세계에서도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 신에게 돈을 바친다. 우리는 흔히 돼지 잔 등어리와 무복에 돈이 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와같은 이유다.

 

바다, 물가에서 죽은 영가를 위한 넋을 건지기 위한 의식이다. 망자가 익사한 장소에서 치루면 먼 바다의 경우 배를 타고 직접 가족,친지를 동행해서 찾아간다. 마지막에는 천도굿을 통해 망자의 넋을 위로하며 저승으로 보내는 과정을 거친다. 무속인이 찬 바닷물에 뛰어들었다.

 

영검하다는 소문이 나면 찾아가 기도를 하는 무속인의 속성상 불교사찰도 예외는 아니다. 불교는 육식과 술을 금한다. 무속은 누리고 비린 것을 올려놓고 술과 과자를 올려놓고 기도하는 예가 있어 간혹 출입을 막는 예가 있다. 비손으로 허공 기도를 한다면 별 탈이 없는데 그러지 못하다. 초를 켜놓고 하산하거나 올린 술을 그 주변에 뿌리기도 한다. 과일,과자 등 재물은 산 곳곳에 방치한다. 이와같은 습관으로 사찰측에서는 무속인들의 출입을 제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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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무, 강신무, 학습무의 공동점은 집안 내력

 

무당은 크게 세습무, 강신무, 학습무가 있다.

세습무ㅡ 집안 내력이다.

강신무ㅡ신을 받는다. 신내림

학습무ㅡ무속과 전혀 관련 없지만, 배우와 같은 연기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하는 배워서 하는 굿이다.

 

세습무, 학습무, 강신무의 공통점은 집안 내력에 있다. 무속인 대부분은 무가의 뿌리가 있다. 친가 혹 외가에 누군가 무업에 종사한 사람이 있다는 공통점이다. 우리가 지금 알고자 하는 것은 강신무다. 숫자적으로도 가장 많다. 그럼 강신무는 어떤 사람이 내리나 정확한 자료는 없다. 좀 전에 이야기했듯 집안 내력으로 설명될 수 있지만, 그것은 가설일 뿐이다. 의학적으로 심약한 사람, 정신적 문제(다중인격, 개그콘서트에서 박성호의 다중이 캐릭터’)라고 풀이할 수 있지만 아직은 정확하게 연구된 것은 없다.

 

강신무의 입무과정은 신병이라고 하는 아픔으로 시작된다. 알 수 없는 병으로 시름시름 앓는다. 몸이 마르고 헛꿈을 많이 꾼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아는 소리 그냥 자신도 모르게 던진 말이 그대로 실현된다. 등등 여럿이 있지만 가장 핵심은 병명을 알 수 없고 병원에 다녀도 원인을 찾을 수 없다. 이때 대개 등장하는 것이 대학병원이다. 그리고 유명한 의사, 좋다는 약은 다 써보았지만, 차도가 없다. 죽은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당집을 찾아가니 그곳에서 신을 받아야 한다. ‘신 받기를 거부하면 죽는다.’ ‘자식이 있는 경우에는 그 내력이 자식에게 대물림된다.’ 그래서 신을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림굿을 받아 신사(神事)를 해야만 치유가 가능하지만 신사를 그만두면 다시 병증세가 재발하기 때문에 무당이 되는 것은 신의 뜻이라고 믿는다. 강신무는 영력이 강하고 영험이 용한 무당이다.

 

신굿을 하게 하는데 대개 신내림을 받아야 한다는 사람을 인도자로 하게 되는데 그를 신 선생, 신 엄마, 신아버지라고 한다. 그를 통해 신굿을 하는 과정을 보면 북, 장구, 피리 등 반주에 맞추어 엑스터시 상태에서 신을 받게 된다. 복장은 여러 겹에 무복을 입는다. 한 개 두 개 벗으면서 어느 옷에서 멈추게 된다. 옷에 따라 사람이 변한다. 동자라면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내고 장난감, 사탕을 좋아하고 어린아이의 몸짓을 한다. 장군이 몸에 들어왔다면 위엄있는 장군의 목소리와 그날 준비된 칼을 차기도 하며 자신에게 들어왔다는 신의 형상을 표현한다. 그때 주변에서 동자가 왔다. 선녀가 장군님이 오셨다는 식으로 말한다.

 

접신의 증거는 무속인이 신을 청하고 신이라고 생각하고 신의 말과 행동을 하는 형식이다. 처음에는 신내림을 할 무속인 옆에 조무가 있어 접신한 신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시작된다. 이후 특별한 일이 없다면 그는 그 신을 평생 모시게 된다. 그리고 매년 그 신을 위한 굿을 하게 되는데 그것을 진적이라고 한다. 순수하게 만신 자신을 위한 굿이다. 자신의 몸 주신을 위해 치르는 것으로 일 년 한해 자신의 운을 가름하는 것이다.

 

만신의 운을 가름하는 것은 손님이 끊임없이 오는 일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신내림을 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으면 예비 만신은 주변 사람들에 도움을 받는다. 신굿을 하려는 경비를 조달을 위해 집집마다 다니면서 추렴을 하게 되는데 이것을 걸립이라고 한다. 집마다 다니면서 쌀을 얻기도 하고 돈을 받기도 하며 목표액이 되면 날을 잡아 굿을 하게 된다.

 

전통방식은 선배가 사용하던 무구를 찾아내는 것이다. 여기서 선배만신은 애동제자와 전혀 연고가 없고 사전 지식도 없다. 무작정 산에 들어가 땅에 묻어놓은 무구를 찾는다. 굿의 구조는 인간이 결코 신의 지배를 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고를 보여준다.

 

평소에 신은 인간과 함께 거주하지 않는다. 무당이 아니고서는 집안에 신을 모시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아가다가 도저히 자기 힘으로 안 되는 한계상황에 이르면 사람들은 비로소 신을 생각한다. 신과의 교통이 가능한 무당을 부르고 음식을 차려놓고 굿을 한다. 무속의 신은 인간에게 절대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요구에 움직이는 도구적 존재이기도 하다.

 

굿에는 수많은 신이 등장하는데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계급도 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 불간섭 속에 자기 일을 할 뿐이다.

 

문자로 기록된 경전이 없는 무속, 입에서 입으로 구송

 

무속은 문자로 기록된 경전이 없다. 입에서 입으로 구송되면서 전승되어 내려오는 무가가 그것을 대신하고 있다. 그것은 지역적 차이가 있다. 이처럼 전승되는 무가 내용 속에는 우주관, 역사관이 담겨 있다. 무속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굿이라는 의례를 통해 접근할 수 있다. 이것이 교리가 될 수 있다.

 

걸립할 때는 어느 저도 신이 몸에 들어온 상태다. 아는 소리를 한다. 점사를 본다고 할까.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개인 홍보가 가능하다. 또 다른 효과는 자기를 내려놓게 된다. 스님들의 탁발과 같은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다만 현대사회에서는 걸립보다 부모형제, 주변 지인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금융권을 이용하여 추렴한다. 다종교사회에서 극성스러운 종교 탓에 걸립 자체가 불가능해진 외부요인도 있다.

 

신굿을 하면 무당이 됐다고 보고 이후 신부모의 일을 도우면서 굿하는 요령, 손님 응대와 상담하는 법, 무당으로 갖추어야 하는 예법을 배우게 된다. 신부모를 중심으로 여러 명의 신제자, 신아들, 신딸이라고 하는 신동기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가정이 생기게 된다. 옛 어른들 말씀에 갓 신내림 한 만신은 용하다.’는 말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그럼 신은 만신과 함께 24시간 365일 함께 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신은 만신이 청할 때 혹은 스스로 찾아온다. 결국, 맨정신으로 살다 손님이 왔을 때 혹은 남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때 신과 함께한다. 평소에는 보통사람과 같다. 신이 내리면 일어나는 일 가운데 하나, 부부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 스스로 신의 몸이란 생각에 몸가짐을 조심한다. 부모가 돌아가셔도 절을 하지 않거나 조문을 하지 앓는다. 자신이 신을 모신 몸이기 때문에 하위신에 고개를 숙일 수 없다는 주장과 함께 부정이 자신을 통해 전이된다는 생각에 상가는 가지 않는다. 그러면서 진오기라는 죽은 이를 위한 굿은 한다는 상호 모순이 보인다.

 

연예기획사와 같은 전문 엔터테이먼트가 스타성있는 무속인 발굴

 

평범한 일상에서 만신은 보통사람과 별 차이가 없이 산다. 그런데 언론에 비친 만신은 화장부터 남다르고 아는 소리를 통해 상대를 제압하고 막말을 한다는 설정이다. 최근에는 만신이 연예인보다 더 이쁜 예도 있다. 유튜브 각종 언론 노출을 돕는 연예기획사와 같은 전문 엔터테이먼트가 생겨 스타성있는 무속인을 발굴한다. TV방송출연, 홈페이지 관리, 유트브 제작, 신문, 잡지 광고용 카피 인터뷰 기사작성 등 무당들의 마케팅을 돕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무당은 철저하게 상업화의 길을 걷고 있다. 만신은 여느 종교지도자와 달리 시작부터 환영을 받지지 못한 채 출발한다. 가족, 친척, 친구로부터 외면받으면서 시작한다.

 

세습무는 신들림이라는 병리적인 현상없이 집안 내력으로 내려오는 무당이다. 신의 선택이 아니다. 과거 신분제 사회에서 무당이란 직업이 대물림되는 구조다. 태어나면서부터 운명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현대사회에서는 직업으로 강요받지 않는다. 다만 집안 분위기 탓으로 새로운 진로를 선택하는 일은 드물다. 세습무는 세습무 집안끼리 혼인을 통해 가계 계승을 한다. 사제직분이 여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같은 전통으로 여성은 시집을 가기 전까지 굿을 배우지 않는다. 혼인이후 시어머니에게서 굿을 익혔다. 지역에 따라 굿하는 법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오랫동안 살게 될 곳의 굿을 배웠던 것이다.

 

세습무는 가무 등 무속 의례 전승을 예술화하는 데에 공헌

 

세습무는 일정한 지역의 마을을 자신의 독점 영역으로 가지고 있었다. 이를 당골판이라고 하는데 무당과 단골판에 사는 주민들 사이에는 일종의 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 단골판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의무적으로 봄, 가을에 세습무가에게 정해진 곡식을 주어야 한다. 단골판은 세습무간 거래를 통해 양도되기도 한다.

 

무당은 필요할 때 그 마을 자체의 굿(산신 또는 당산신)을 하거나 마을 사람들의 개인적인 굿을 맡아서 해 줄 의무를 지게 된다. 접신이 필요치 않은 관계로 춤과 노래를 통해 신을 기쁘게 하고 신에게 인간의 소원을 대신 빌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의 신사는 강신이나 신탁이 거의 없는 상태이며 신의 능력을 체험하지 않으므로 몸주신 이 없고, 신단을 만들어 신을 봉안할 필요가 없다.

 

세습무는 가무 등 예능적인 면에서 뛰어나며 무속 의례 전승을 가장 풍부하게 보유하며 무직인 굿을 전문적으로 하므로 의례를 예술화하는 데에 공헌하여왔다.이와같은 모습은 승려,목사,신부와 비슷한 모습이다. 일본인 학자들이 말하고 있는 사라지는 무속은 강신무가 아닌 세습무다. 

*이 글은 장정태 박사가 지난 13일 천도교 종학대학원에서의 특강을 정리한 것입니다.

 

▲ 장정태 삼국유사문화원장(철학박사. 한국불교사 전공)  © CRS NEWS



장정태 삼국유사문화원장(철학박사. 한국불교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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