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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추기경 서임식 참관 商魂에 자제요청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1/27 [09:11]
수백만원 여행상품 대신 “기도로 함께 해달라”

서울대교구, 추기경 서임식 참관 商魂에 자제요청

수백만원 여행상품 대신 “기도로 함께 해달라”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1/27 [09:11]
 
염수정 추기경의 2월22일 공식 서임식(2월 22일)에 맞춰 이탈리아 로마의 서임식 참관을 겸한 순례 여행상품이 등장하자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26일 "2월 22일 바티칸에서 열리는 염수정 추기경의 서임식에 참가할 순례단 모집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교계 내 여행사들에 요청하고, 신자들에게도 "기도로 함께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밝혔다.


교계 여행사의 상혼(商魂)에 대한 논란에 당혹스러워하며 공식발표를 하게 된 것이다.
교계 여행사는 염 추기경이 참가하는 2월22∼23일 서임식과 축하미사 일정에 맞춰 ‘이탈리아와 독일·오스트리아 가톨릭 전통과 문화 순례’ 상품을 내놓고 참가자를 모집 중인데 이에 대한 논란이 천주교 내부에서 일어난 것.


관련 여행비용은 9박10일 상품이 378만원, 11박12일 상품이 408만원이다. 서임식 참관을 기본으로 에탈수도원, 비스성당, 피렌체, 볼로냐, 뮌헨 등을 돌아보는 일정으로 짜여 있다. 다른 여행사들도 서임식 참가를 포함한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거나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천주교 신자는 “큰돈을 들여 서임식을 직접 보러 로마에 갈 만한 신자가 얼마나 되겠냐”면서 “갈 수 있는 사람들만 가는 일이 되풀이된다. 이러다 보니 여행사 직원보다도 로마를 더 잘 아는 신자도 있다”는 등 비판이 일었다.


서울대교구는대변인 허영엽 신부 명의로 발표한 '공식 입장'을 통해  "3월 4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릴 서임 감사 미사 때에도 미사 후 축하연을 하지 않을 계획이며, 미사를 전후해 축하 화환이나 축전도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자들의 서임식 참석 자제 요청과 축하연 생략 등의 조치는 모두 염수정 추기경의 뜻이라고 대변인 허영인 신부는 말했다.


이 같은 입장 발표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정신에 공감한 데 따른 것이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최근 신임 추기경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추기경이라는 자리는 승진이나 명예의 상징이 아니라 폭넓은 시야와 광활한 가슴을 요구하는 봉사하는 자리"라며 "추기경이란 자리는 기쁘게 받아들이되, 금욕과 청빈이라는 복음 정신에 어긋나는 축하연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교황 프란치스코는 지난 2001년 추기경으로 서임됐을 당시 일부 신자가 서임식에 동행하려 하자 "돈을 여행에 쓰지 말고 가난한 이들에게 기부하라"고 권한 바 있다.


교황이 지금까지 관행을 깨고 신임 추기경 명단을 사전통보 없이 갑작스레 발표한 것도 축하행사를 크게 하지 말라는 속뜻이 담겨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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