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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가르침은 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1/27 [13:05]
히피, 승려, 재가불자 겪은 수행자의 ‘불교무신론자의 고백’ 화제

“붓다의 가르침은 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히피, 승려, 재가불자 겪은 수행자의 ‘불교무신론자의 고백’ 화제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1/2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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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무신론자란, 기독교 무신론자가 초월적인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거부하듯 환생과 업의 불교 교리를 거부한다. 붓다는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신의 위치로 격상됐을 뿐이다.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최대 관심사였던 붓다의 가르침은 신을 추구하는 종교성과는 거리가 멀다. 붓다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시각에서 인간의 삶을 봤을 뿐 업과 내세 개념과는 상관없다.”


히피에서 승려로, 다시 재가불자와 수행자로서의 삶의 여정을 걷는 영국출신의 스티븐 배철러의 ‘어느 불교무신론자의 고백’(궁리 刊)은 이와 같은 신념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그의 여정과 함께  역사적 붓다의 삶을 기록해 놓았다.


그는 19세 때인 1974년 인도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을 따르는 티베트 불교 승려가 된다. 그러나 티베트 불교 명상 형태의 수행에서 ‘자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새로운 선 수행법을 찾아 한국에 온다. 1980년 한국 송광사에서 구산 스님의 제자로 법천이라는 법명을 받고 한국 선불교 전통의 ‘이뭣고’ 화두에 몰두한다. 하지만 송광사에서 만난 프랑스인 비구니 성일 스님과 함께 1984년 환속하고 말았다.


저자는 10년 동안 성일 스님으로 살았던 아내 마르틴과 함께 프랑스에 정착했다. 그렇다고 티베트와 한국 불교 스승들의 가르침과 영영 결별한 건 아니었다. 다만 불교의 가르침을 전하고 이를 행하는 방식이 붓다의 실제 가르침과는 어긋난다는 의심을 품고 더욱더 절박하게 질문을 던졌다. 싯다르타 고타마라는 사람, 붓다는 과연 누구였나? 그는 팔리 경전에서 발견되는 붓다의 초기 가르침에 점점 더 집중했다. 다시 인도를 찾아가 붓다가 살고 가르쳤던 현장을 답사했다. 붓다가 살았던 정치사회적 맥락 속에서 붓다의 위치를 살폈다.


스스로 ‘불교의 실패자’라고 고백하는 그는 베스트셀러 ‘붓다는 없다’와 ‘선과 악의 얼굴’에서도 똑같은 주장으로 논쟁을 불러일으켰었다. 그는 이 책에서 좀 더 대담하게 붓다를 둘러싼 신화의 층을 벗겨낸다. 불교 성직자들이 재가 수행자들에게 행사하는 무조건적 권위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붓다의 원래 접근방법은 추측에 근거하거나 형이상학적이라기보다는 치료적이고 실용적이었다는 것이다. 마음과 몸이 같은지 다른지, 혹은 우리가 죽은 뒤에도 존재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다루기를 거부함으로써 그는 환생의 이론을 세우는 가능성을 약화시킨다. … 나는 싯달타 고타마의 말이 ‘불교’라는 종교로 탈바꿈하면서 뭔가가 빗나갔을 수도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본문 150쪽)


그는 역사적 붓다를 탐구하면서 그를 둘러싼 신화의 층을 하나씩 벗겨내고 있다. 그리고 사후 존재를 위해 이 세상을 덜 중요하다고 밀쳐놓는 것은 비도덕적이라며 자신은 ‘세속불자’라고 칭하고 있다.


“나는 더 이상 불교 수행을, 명상을 능숙하게 하고 ‘영적’ 성취를 얻는 차원에서만 생각하지 않는다. 고타마의 팔정도라는 도전은,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자신의 존재의 모든 측면, 즉, 보기, 생각하기, 말하기, 행동하기, 일하기 등이 잘 발전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으로 이 세상을 사는 것이다. 명상과 알아차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내가 신문을 펼칠 때마다 마주치는 고통에 반응해야 하는 과제를 생각해보면, 지금의 생이 요구하는 것이 사후 존재(혹은 비존재)를 위해 자신을 준비시키는 ‘좀 더 높은 차원’의 일보다 덜 중요하다고 밀쳐놓는 것은 비도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 자신을 이 시대의 요구와 전적으로 관련이 있는 세속불자로 여긴다.” (본문 337쪽)


‘신은 위대하지 않다’의 저자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이 책을 다음과 같이 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진실과 맹목적인 믿음은 오늘날 많은 분야에서 윤리적이고 과학적인 인본주의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고, 여기에 우리의 유일한 진짜 희망이 자리하고 있다. 이 솔직하고 진지한 자기 성찰과 비평적이고 철저한 검토를 담은 책에서 스티븐 배철러는 이런 많은 분야에 불교의 세계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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