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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선 에세이 [꿈꾸는 여자들]~세 발 강아지, 천심이

박현선 | 기사입력 2023/05/23 [20:02]
제3부 즐거운 생각에서 다시 힘을 얻고

1.세 발 강아지, 천심이

박현선 에세이 [꿈꾸는 여자들]~세 발 강아지, 천심이

제3부 즐거운 생각에서 다시 힘을 얻고

1.세 발 강아지, 천심이

박현선 | 입력 : 2023/05/23 [20:02]

  무료이미지 픽사베이./ © CRS NEWS


옛날 모습 그대로인 덕천마을, 자동차가 덜컹 소리를 내며 지나가자 뽀얀 흙먼지가 자욱하다. 통나무로 지어진 2층 건물에서 창밖을 내다 보고 있다.

 

마을에는 노인은 많지만젊은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몸에 지저분한 오물이 잔뜩 묻어 있는 자그마한 강아지가 세 발로 절뚝이며 걷고 있다. 곧 쓰러질 것 같이 아슬아슬해 보인다. 쑥 꺼진 볼에 툭 튀어나온 눈, 말라붙은 입은 반쯤 벌어져 있다.

 

원주민 식당 아주머니는 마을을 떠돌며 사는 들개들의 먹이를 아낌없이 챙겨주고 있다. 절뚝거리며 걷던 강아지도 식당앞에 엎드려 밥때를 기다리고 있다.

 

아주머니쟤는 왼쪽다리가 , 저런 거예요?”

 

뒷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강아지가 태어난 곳은 화성에 있는 어느 마을이란다태어나기전이마을에 화학약품을 다루는 산업 폐기물 처리공장이 들어섰다주민들과 가축들은 피부병호흡기 질환으로 온갖 고생을 다하고 있었다화학폐기물 잔여물이 하천에까지 스며들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유리 조각과 구겨진 철 조각, 깨진 벽돌 사이로 화학 액체가 흘러 들어 악취로 변하였다발 강아지는 산업폐기물 매립장 부근에서 놀던 어미개에 의해서 태어났다뒷다리가 하나밖에 없던 강아지는 몸에 붙은 벼룩이나 진드기를 긁어대며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마을 주민들에게 저리 가! 썩 꺼져!”라는 소리로 따돌림을 당하다가 이 덕천마을로 들어왔다.

 

퇴근 때 보니 세 발 강아지 모습은사뭇 바뀌어 있었다. 식당 아주머니가 보듬어 안고 예뻐하며 밥을 먹여주었단다. 얌전하게 앉아서 순한 눈빛을 하고 있다. 관심과 배려가 마음아픈 강아지를 생기있게 만들었다.

 

그날은 가을비가 온종일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식당앞을 나는데 발 강아지가 음식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었다누군가 다 버린 고기등뼈를 찾아내어 힘겹게 씹고 있었다다가가도 도망갈 힘조차 없어보였다비는 내리고날도 어두워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자꾸만 녀석이 눈에 밟혔다참치 통조림을 사들고 녀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행히 아직 그곳에 있었다. 통조림을 따서 수거함 앞에 놓아두고 녀석을 불러댔다.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절뚝이며 곧바로 달려왔다. 그리고는 통조림 하나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도 있었나?’라는 듯이 쩝쩝거리며 먹는다. 천덕꾸러기가 된 세 발 강아지를 천심이라 이름 지어 주었다.

 

이튿날, 천심이는 원주민 식당에서 끓여준 고기 부산물을 먹고있었다. 내 앞으로 달려와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그날 이후 먹이를 챙겨 녀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보았다.

 

이렇게 애교 많고,붙임성 있는 강아지가 또, 있을까? 먹이를 다 먹고 나면 고맙다는듯이 무릎 위로 올라와 머리를 비벼댔다. 아예 앞발을 내 가슴에 척 올리고 악착같이 내품을 파고 들었다녀석의 눈빛은 애절한 원의 빛을 담고 있었다. “제발, 저를 데려가 주세요!”라는 무언의 소같았다.

 

결국, 녀석을 품어 안았고, 조합사무소 안에 보금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처음엔 배불리 먹여주고 다시 있던 곳으로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사무소로 들어온 녀석은 닭 다리 하나를 금세 먹어 치우고물도 한 그릇 다 핥아 먹은 다음 쌕쌕 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다. 그렇게 곤히 자는 녀석을 다시 길위로 돌려보낼 생각을 하니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솔직히 말하자면 당시에는 조합사무소에서 천심이를 키울 여력이 없었다. 그러나 안에 들어온 녀석을 도로 내보내는 것도 차마 못할짓이었다이런저런 고민끝에 조합사무소 근무자의 허락을 얻어 돌보게 되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만나면 마치 오래전에 아는 사이라는 듯 바닥에 엎드려서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나는 엄마 딸이에요!”라고 말하는 같다밥그릇을 만들어 하루에 번씩 식당에서 음식을 얻어와 가득 채워주었다. 관리를 해주니 티클 하나 없이 깨끗해졌고, 사무소의 보송보송한 바닥을 밟고 다녔다. 바구니에 놓인 담요에서 따뜻하게 잠을 잔다사무소에서 노는것을 좋아했고방문하는 사람들의 쓰다듬는 손길에익숙해져갔다보듬어 안고 감싼 사랑이 천심이를 고독에서 안락으로 바뀌게 하였다.

 

세상의 오염된 환경이 천심이를 세 발로 태어나게 했다. 어쩌면 하늘은 천심이를 통해 자연을 훼손하게 되면 인간의 몸을 부식시켜 쓰러지게 한다는 경고를 보내는 건 아닐까?

 

천심아~,잔병치레 없이잘 자라거라~.”

점점아픈자식 뒷바라지로 노심초사하는 엄마마음이 되어 간다.

 

박현선 작가

▲ 박현선 수필가     ©CR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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