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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종교분쟁지 ‘아요디아’ 모스크 터에 힌두사원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1/22 [20:25]
‘‘힌두 국수주의 국가 추구’ 모디 총리 선거 캠페인” 비판

인도 종교분쟁지 ‘아요디아’ 모스크 터에 힌두사원

‘‘힌두 국수주의 국가 추구’ 모디 총리 선거 캠페인” 비판

이광열 기자 | 입력 : 2024/01/22 [20:25]

  

▲ 22일(현지시간) 인도 아요디아에 힌두교 라마신 사원이 문을 열면서 많은 이들이 축성식에 참가하고 있다. 아요디아 AP=연합뉴스     

 

과거 약 2천명의 유혈 충돌 사망을 유발한 '인도 최대 종교 분쟁지'인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아요디아에서에서 22(현지시간) 대규모 힌두교 라마신 사원의 축성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축성식에는 전국 각지에서 신도가 모여들었으며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비롯해 각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아요디아 공항에는 약 80편의 전세기가 도착했고 신도 무리는 꽃으로 장식된 도로에서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힌두교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당국은 치안 유지를 위해 현장에 2만여명의 보안 요원을 배치했으며 1만대 이상의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

 

이날 행사는 전국으로 생중계됐으며 정부는 이날 모든 관공서의 반일 휴무를 선언했다. 주식시장도 문을 닫았고, 많은 주()가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아요디아는 힌두교도에게 최고의 성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힌두교도는 약 7천년 전 아요디아에서 라마신이 태어났다고 믿는다. 라마신은 인도에서 이상적인 지도자상을 대표하며 인도인이 가장 사랑하는 힌두교 신 중 하나다.

 

하지만 16세기 초 무굴제국이 이 지역을 차지한 뒤 라마신 탄생 성지를 허물었고 그 자리에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세웠다고 힌두교도는 주장한다. 이후 힌두교도는 이 모스크를 허물고 라마신 사원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1992년 힌두교 광신도들에 의해 모스크가 파괴됐다.

 

이 일로 아요디아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힌두교도와 무슬림 간 충돌이 일어났고 약 2천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인도 역사상 최악의 종교 갈등으로 꼽힌다.

 

이후 힌두교도와 무슬림은 이 분쟁지를 놓고 서로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했고, 2019년 대법원은 이 부지를 힌두교 측에 넘겨야 한다고 판단했다.

 

힌두교 측은 라마신 신전을 짓기 시작했고 1단계 완공에 맞춰 이날 개관식을 열게 됐다. 2단계인 최종 완공은 내년 12월로 예정돼 있다.

 

▲ 인도 아요디아 힌두교 라마신 사원 축성식을 앞두고 지난 18일 아요디아 거리에 라마신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입간판이 세워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대규모 국가 행사로 진행된 이날 행사를 놓고 인도 내부에서는 올해 45월에 있을 총선을 앞두고 모디 총리가 선거 캠페인을 본격 시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모디 총리는 10년 가까이 집권하면서 인도를 세속적 민주주의 국가에서 힌두 국수주의 국가로 변화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사원이 완전히 건축된 것도 아닌데 총선 전에 봉헌식을 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두 단계로 구분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아요디아에 라마신 사원을 건축하는 것은 여당인 인도국민당(BJP)35년 전부터 약속했던 핵심 공약이다.

 

이날 행사장 곳곳에는 라마신 그림과 함께 모디 총리의 얼굴이 들어간 포스터와 입간판이 세워졌다.

 

이 때문에 야당 의원들은 모디 총리가 종교 행사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다며 비난했고, 야당 인도국민회의(INC) 일부 지도부는 이날 행사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정치 평론가 프리트비 다타 찬드라 쇼비는 "사원 봉헌은 종교적 의식이라기보다는 총선 캠페인의 시작처럼 느껴진다""총리가 마치 중요한 의식을 치르는 황제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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