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 믿음’ 아닌 ‘이성적 이해’ 선행돼야... 탈종교사회서 종교 선택·바른 신행 지향점 제공
인문학 관점서 4개종교 재해석 ‘종교문해력 총서’ 5권 출간‘맹목적 믿음’ 아닌 ‘이성적 이해’ 선행돼야... 탈종교사회서 종교 선택·바른 신행 지향점 제공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종교가 있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43.9%였고, 무종교인 비율은 56.1%였다. 종교가 있는 인구 비율은 10년 전인 2005년에 비해 9%가량 줄어들었다. 사실상 한국사회가 ‘탈종교사회’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한국사회의 탈종교화는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은 종교계에 여러 파장을 가져왔고, 종교의 위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탈종교시대지만, 인간은 종교를 내려놓지 않았다. 전통적 형태의 종교 소위 제도 종교에 대한 신앙을 하지 않을 뿐이다. 다시 말해 ‘믿음’만을 강요해서는 앞으로의 사람들에게 종교를 신앙하게 할 수 없다.
이에 ‘종교를 가진 이에겐 바른 이해를, 종교가 없는 사람에겐 바른 선택 정보를’를 제시하는 ‘종교문해력 총서’(전5권·불광출판사·)가 출간됐다.
‘종교문해력 총서’는 총 5종으로 △〈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종교) △〈인생의 괴로움과 깨달음〉(불교) △〈지금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기독교)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이슬람교) △〈소태산이 밝힌 정신 개벽의 길〉(원불교)로 구성됐다.
각 총서의 저자로는 성혜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강성용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정경일 성공회대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 장진영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장이 참여했다.
종교를 넘어 인문적 영성을 연구하는 마인드랩(이사장 조성택 고려대 명예교수)이 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의 지원으로 2년여에 걸쳐 불교, 그리스도교, 이슬람, 원불교 연구자 등과 함께 공동 기획·집필한 결과물이다.
문해력(文解, literacy)은 글을 아는 능력을 넘어 최근에는 그 의미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통칭하고 있다.
종교문해력에 대해 조성택 마인드랩 이사장은 “종교를 단지 ‘믿음’의 문제로서만이 아니라 이성적 ‘이해’의 문제로 인식하는 능력을 뜻한다”면서 “종교 문해력이 강조하는 비판적 성찰과 모색의 힘은 올바른 종교의 선택과 바른 신행의 지향점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종교문해력이 요청하는 이해와 활용능력은 다원적 사회를 살아가는 오늘날 불필요한 종교 간 긴장과 갈등을 해소하고 종교 간 대화를 촉진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공동선을 위해 함게 협력하고 연대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자들은 공통 집필 기준 중 중요한 원칙으로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는 않은(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 독자를 염두에 뒀다고 한다.
저자는 종교의 정의와 세계관, 현대 사회의 다양한 종교 현상, 종교의 세 가지 위안, 종교를 넘어선 종교 등 종교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관한 설명을 ‘엑스터시(지복감)’로 접근한다. 이 책은 이제까지 우리가 알았던 종교를 색다르게 바라보는 안목을 열어준다. 플라톤의 에로스 철학과 신비주의, 황홀경으로 해석하는 엑스터시, 무종교의 종교, 종교를 믿지 않지만 영적인 삶을 추구하는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 등 새로운 개념과 단어들로 종교의 매력을 탐구하는 역설은 우리의 지적 욕구를 자극한다.
이제껏 우리가 ‘불교’라고 믿어온 종교를 신박하게 뒤집는다. 사성제와 팔정도, 연기법, 카르마(업)와 윤회 등 불교의 핵심 개념들에 덧씌워진 각색을 걷어내고 붓다의 진짜 목소리에 다가가려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붓다’가 마주했던 인생의 괴로움과 깨달음을 탐색하는 추적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저자가 던지는 불교에 대한 해석들은 새롭다. 나쁜 업이 쌓인 통장을 마이너스 통장에 빗댄 설명은 윤회의 원인으로 보이는 업에 관한 우리의 고정관념에 균열을 낸다.
이 책은 예수를 ‘금발의 백인 남자’로 오해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예수의 초상화다. 또 크리스마스를 예수의 진짜 생일로 믿는 모든 사람을 위한 크리스마스 초대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예수의 부활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예수의 또 다른 부활 이야기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는 예수를 ‘하느님 아들’로만 생각하는 모든 사람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답이기도 하다. ‘인간 예수’의 심도 깊은 고백을 들려주는 이 책은 기독교와 관련한 거부감을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없애준다.
한국 사회에서 접하는 이슬람교는 종종 전쟁 관련 뉴스에서나 등장한다. 그래서 유독 ‘폭력적인 종교’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묻는다. 전 세계 인구의 30%에 달하는 약 20억명이 믿고 따르는 이슬람교에 폭력성만 있을까?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은 모두의 이슬람 문맹 탈출을 위해 한 권으로 집약한 모두의 이슬람 설명서다. 이 책은 전쟁유발자, 테러리스트 등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인 종교 전통으로 이슬람교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오만과 편견에 종식을 선언한다.
저자는 소태산의 의문과 깨침, 그의 꿈과 땀 그리고 그의 가르침에서 영성의 답을 찾고자 한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국가의 변방 청년이 물질문명이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찾은 정신개벽의 본질과 소태산이 꿈꾸었던 ‘개벽의 꿈’을 역추적하는 것. 특히 인생의 모든 문제에 ‘이게 뭘까?’ 의문에서 ‘이 일을 어찌할꼬’라며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에 옮긴 점에 주목한다. 이 책은 한 종교의 창시자라고 해서 특별함을 강조하진 않는다. 소태산이 그런 것처럼 누구나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준다. <저작권자 ⓒ CR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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