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영적 지도자’ 이미지 부각하며 동방정교회 중심국가 부활 노려…러시아정교회 ‘총대’메고 푸틴 노골적지지
우크라이나 침공…정교(政敎)유착의 덫에 걸린 푸틴과 키릴푸틴 ‘영적 지도자’ 이미지 부각하며 동방정교회 중심국가 부활 노려…러시아정교회 ‘총대’메고 푸틴 노골적지지푸틴 ‘영적 지도자’ 이미지 부각하며 동방정교회 중심국가 부활 노려…러시아정교회 ‘총대’메고 푸틴 노골적지지
러시아 두 지도자에 대한 전세계인의 비난이 거세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주도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평화의 메신저’ 역할에 사실상 손 놓고 있는 키릴 러시아정교회 총대 주교이다. 이들 모두 기독교 신자이지만 그동안 보여준 행보는 반기독교적인 처사에 더 가깝다. 푸틴 대통령에게는 ‘적그리스도’라는 오명이, 키릴 총대주교에게는 “악마에게 동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전문가들은 ‘정·교(政敎) 유착의 덫’에 걸린 참담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푸틴이 믿는 것은 애매모호한 신(?)
미국의 기독교 싱크탱크인 종교·민주주의연구소 마크 툴리 소장은 최근 기독교매체인 ‘페이스와이어(faithwire)’와 가진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독실한 기독교인 어머니를 뒀고, 그 자신은 항상 십자가 목걸이를 항상 걸고 다녔다”면서 “하지만 ‘푸틴은 신(神)을 믿느냐’고 묻는다면 명확하지 않다(unclear)”고 말했다.
툴리 소장은 그 근거로 2007년 푸틴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가진 인터뷰를 제시했다. 당시 푸틴은 “당신은 ‘최고의 신’을 믿느냐”는 질문에 “당신은 믿습니까?”라고 반문하면서 구체적인 믿음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내가 믿는 것을 대중과 공유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자기 광고나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종교적 믿음을 드러내는 신앙인과는 다른 모습이다.1
푸틴 ‘나는 영적 지도자’ 이미지 부각
그런 한편으로 푸틴은 러시아 내에서 독실한 러시아정교회 신자로 비춰지고 있다. 푸틴은 매년 주현절(예수가 요르단강에서 세례 받은 것을 기념하는 날) 때마다 얼음물에 몸을 씻는다. 지난 1월에도 어김없이 몸을 담갔다. 언론에서는 수년 전부터 “신성한 이미지로 영적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라고 줄곧 분석해왔다. 러시아에서는 인구의 75%가 러시아정교회 신자다.
푸틴은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서도 영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우리에게 단순한 이웃 나라가 아니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 영적 공간에서 양도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침략을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같은 발언에는 러시아정교회와 우크라이나정교회 간 역사적 배경이 존재한다. 우크라이나는 오랫동안 러시아정교회 영향력 아래 있었다. 그러다가 2018년 우크라이나정교회로 독립했다. 러시아정교회는 이에 대해 여전히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영국 BBC의 해리 팔리 종교 전문기자는 “푸틴은 자신을 (우크라이나정교회와 러시아정교회를 다시 합쳐) 동방정교회의 재건을 위한 메시아적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종교적 이유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한 요소일 수 있다는 것이다.
권력의 한복판에 들어선 종교
툴리 소장은 “러시아정교회는 거의 항상 국가에 종속된 민족주의자 같았다”면서 “옛소련이 종교를 말살하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러시아정교회는 정치적 유용성을 인정받았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의 권력 한복판에도 러시아정교회가 자리잡고 있다. 우크라아니정교회가 독립된 뒤에는 푸틴과 러시아정교회간 ‘동방정교회의 황금기를 되찾자’는 공감대가 굳게 형성돼 있다.
더군다나 키릴 총대주교는 푸틴의 최측근이자 핵심 인물로 꼽힌다. 푸틴은 옛소련 시절인 1952년 출생해 비밀리에 영아 세례를 받았다. 그의 어머니가 공산당원인 남편 몰래 진행했는데, 당시 세례를 베풀었던 사제가 키릴 총대주교의 아버지였다고 한다. 푸틴에 대한 키릴 총대주교의 ‘충성’은 노골적이다. 4년 전 푸틴의 네번째 임기를 위한 선거에서 그는 “신자들은 모두 대통령 선거에 투표해달라”고 촉구하면서 푸틴의 이름만 거론하지 않았을 뿐 푸틴에 대한 지지 행보를 확연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푸틴의 전쟁의지 멈추기 어려울 것”
키릴 총대주교의 행보는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서도 철저하게 푸틴 편에 섰다. 그는 3월 초 세계교회협의회(WCC)에 보낸 편지에서 “평화가 빠르게 회복되길 바란다”고 언급했을 뿐, 푸틴에 대한 침공 중단 요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안 사우카 WCC 총무대행이 “푸틴 대통령에게 평화를 제안하고 평화의 중재자로 나서 달라”는 내용의 편지에 대한 답장에서다. 오히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서방 때문이라는 내용을 담아 공분을 샀다.
전문가들은 푸틴과 키릴 총대주교의 행보가 빠른 시일 내에 평화로 방향을 틀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선교사 출신인 남정우 대구 하늘담은교회 목사는 “러시아정교회는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해 국가와 종교를 분리하는 게 쉽지 않다. 국가 종교로서 오랜 세월 누렸던 특권과도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유대인 출신의 기독교 변증가인 마이클 브라운 박사는 크리스천포스트(CP)에 기고한 칼럼에서 “기독교의 이름으로 기독교 지도자가 어떻게 살인적이고 파괴적인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지 이해할 방법이 있을까”라면서 “푸틴이 누구이며, 무엇이 그를 이끌고 있는지 이해할 때까지 그를 멈추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저작권자 ⓒ CR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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