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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카페의 관행

신명상 | 기사입력 2023/11/21 [10:29]

호숫가 카페의 관행

신명상 | 입력 : 2023/11/21 [10:29]

 


호숫가 카페의 관행

 

그 카페에 가면 호수가 보일 뿐

별다르지도 않은 창가 자리에

습관처럼 서둘러 가서 앉는다

 

변하며 새롭게 가자, 그러면서도

지체는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깊이 배인 익숙을 줄곧 기억한다

 

호수를 지그시 바라보면

물결의 파동을 따라서

마음은 동시에 그리 움직인다

 

고요할 땐 함께 잠잠히

비 바람 칠 때는 같이 요동하며

관행처럼 가는 길을 마치

삶의 도정이라 간주하며...

 

그대로 그 자리가 꽤나 편했다.

 

늦가을 화사한 날 우연히

처음으로 알게 된 카페의 후정

시원스레 드리워진 전면 호수와 달리

뒷편엔 또 다른 모습의 정경

 

자그만 산, 그 아래 고아한 정원

사랑스러운 가을 꽃도 피고

거기에 가을색 바람이

고운 빛으로 흐르고 있었다.

 

호수가 보이는 자리만

고집스레 어이해 가는 것일까

 

호수의 풍경을 마음에 두고

끝까지 관성으로 가는 건가

 

아름다운 또 다른 길을

즐비한 누리의 경관을 외면하고

호숫가 카페 창가의 자리처럼

일변의 풍경에 치우쳐 온 것이다.

 

어떤 길에도 언제나 같이하는

새로운 풍경에 눈을 감고

지난 관행으로

길 가림마저 없이, 지금껏 까지

 

오직 익숙한 몸짓을 따른 것이다.

 

신명상 ©CR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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