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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신명상 | 기사입력 2023/12/19 [09:04]

가을비

신명상 | 입력 : 2023/12/19 [09:04]

 

가 을 비

 

바람이 이렇게까지 시린 건

찬 기운 탓만은 아니다,

쓸쓸한 마음이 그냥 시린 것이다.

 

늦가을 비에

푸른 빛 활기 아스라이 멀어지고

 

숲엔 짙은 체념이

바닥에 흩어져, 처처에

빛 바랜 세월

허허한 마음으로 물든다.

 

잿빛 구름이 하늘을 덮고

온 누리를 찬찬히 적시며 오는 비

 

비가 지나면

이내 시들고 말 계절에

한층 짙어질 세월의 적막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을 따라

생의 한 단락이 흘러간다, 그래

세월의 나이도 지긋한 계절이 된다.

 

아득한 동면의 길 애틋한 생명은

스스로를 지키는 처연한 모습

저마다 생존의 길을 찾아가고

 

푸른 생기를 지우는 자연, 거기에

생사의 은밀한 비밀도 있다,

생은 그침없이 이어지는 것.

 

동면을 떠나는 생명을 위해

다시 미지의 무엇을 위해, 이 계절에

가슴 깊게 아련한 기도를 하고 싶다. 

 

그래도 남은 시간 사랑하게 하소서!

 

▲ 신명상  © CR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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